[기고] 이재용 재판에 부쳐- ①공갈죄와 뇌물죄에 대한 법리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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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재용 재판에 부쳐- ①공갈죄와 뇌물죄에 대한 법리적 검토
  • 류광후 법무법인 리더스 변호사
  • 승인 2019.05.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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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변호인이 대법원에 낸 의견서내 `에반스 판결`에 대해
에반스 판결은 공무원 자격이 있는 경우의 공갈죄 사례
"공갈죄와 뇌물죄 양립 가능하다"는 판례...이재용 변호인 잘못 인용한 듯
류광후 변호사
류광후 변호사

[류광후 변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사건 2심 판결 후 이재용 변호인이 대법원에 낸 의견서 중 인용된 미국 연방항소법원의 '에반스 판결' 각주 일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법률가로서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법리 측면에서 단상을 적어 본다.

에반스 판례는 공무원자격자 공갈죄와 뇌물죄 판결

에반스 판결(Evans v. United States, 1992)의 요지는 카운티의회 의원인 공무원인 에반스가 도시정비구역지정을 목적으로 상대방이 선거자금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면서 선거자금제공의 형태로 받았고, 만약 그 자금제공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면' 설사 선거자금에 해당한다더라도 홉스법상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보통법이나 홉스법 섹션1951에서 요구하는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는 사실상 뇌물죄와 구분되지 않고 특정한 행동을 대가로 자금이 제공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받기만 하면 성립한다.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영수 특검. 사진= 연합뉴스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영수 특검. 사진= 연합뉴스

에반스 피고인측에서 주장하듯이 홉스법상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는 13개의 연방항소법원 중 2개의 연방항소법원의 견해처럼 공무원 측의 적극적인 자금제공에 대한 유혹이 먼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인(私人)간의 공갈죄에 있어서는 폭력이나 협박에 의한 유인이 있고 그에 따른 자금제공이 필요하지만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에 있어서는 공무원이라는 지위에서 자금을 받기만 하면 홉스법상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또 유인이라는 요소가 공무원에게도 적용된다고 치더라도 상대방이 보기에는 공직 그 자체에 이미 강압적인 요소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유인’이라는 말 자체가 항상 뇌물제공은 수뢰하는 자가 먼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없다.

심지어 2개의 연방항소법원 조차 공무원의 유인이 필요하다면서도 그 유인이 반드시 협박이나 자금제공을 요구할 것까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이재용 변호인이 인용한 각주18의 본문에 해당하는 전문을 번역해 본다. 

에반스 피고인이 다투기를,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에 대해 배심원들에 한 재판장의 지시는 배심원들로 하여금 에반스 피고인이 수동적으로 자금제공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유죄평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또 에반스 피고인의 금품요구와 같은 강압의 존재를 찾을 필요는 없다고 지시했는데 이것은 만약 배심원들이 그 자금제공이 ‘(허용되는) 선거자금제공‘이었다는 것을 밝혀냈다면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의 유죄평결에 필요한 ’대가관계‘를 적절하게 설명, 지시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각주18을 번역해보면(굵은 줄 부분이 이재용 변호인이 인용한 부분) 이렇다.

"에반스피고인은, 1심에서의 증거를 보면 피고인에게는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보다는 뇌물죄가 더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그 증거가 뇌물죄 성립에 유용하긴 하지만 피고인은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와 동시에 뇌물죄로도 유죄평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를 벗어날 수는 없다.

단순공갈죄(extortion by force or fear)를 다루는 법원들이 간혹 단순공갈죄와 뇌물죄는 서로 양립하지 않는다(extortion and bribery are mutually exclusive)고 설시하기는 한다.
이러한 견해는 자금제공자들이 겁박에 질려 자금을 제공하거나 비자발적으로 뇌물을 제공하는 경우에 사실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extortion under color of official right)와 뇌물죄가 보통법이나 홉스법하에서 상호 양립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지는 않는다.(상호 양립가능하다). 홉스법을 그대로 읽자면 ‘공무원이 관련되는 한 뇌물죄와 공갈죄를 구분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또 다른 법률전문가는 뇌물죄와 공갈죄는 일정 부분 겹치는 범죄라면서,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와 뇌물죄 모두 유죄로 평결된 1925년의 뉴욕주 사건을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또 공갈죄와 뇌물죄가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드는 사례들(1960)은 단순공갈죄(extortion by fear)와 뇌물죄가 관련된 사례들임을 예로 든다. 그리고 1960사례는 홉스법(1946) 이후의 것이라서 의회가 근거로 삼을 수도 없는 판례들이기도 하다.

우리(미국 연방대법원)는 “뇌물죄와 홉스법상의 공갈죄는 서로 양립가능하다는 것이 최근 연방법원의 판결 추세”라는 (상고기각으로 확정된) 제7연방항소법원의 견해를 지지한다."


이 법원의 결론은 보통법과 홉스법 섹션 1951에 따라서 '공무원자격의 공갈죄'는 상대방이 요구하는 특정한 행동의 대가로 자금을 제공받는 순간 대가관계를 충족하고 바로 기수가 된다는 것이다.

즉 자금제공에 대한 특정한 행동이라는 반대급부가 주어져야만 그때 비로소 대가관계가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검찰은 단지 공무원이 어떤 특정한 행동의 대가라는 것을 인식하고 합법적이지 않은 자금을 제공받았다는 것만 입증하면 된다.’

즉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자금제공을 유인하지 않아도 홉스법상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가 성립한다.

단순공갈죄와 '공무원에 의한 공갈죄' 구분하기도

그런데 홉스법은 공갈죄를 단순공갈죄(extortion by fear)와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extortion under color of law)'로 구분하고 있다.

에반스 판결문을 잘 읽어 보면  이 두가지 공갈죄 중에서 문제되는 것은 후자 즉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를 따지고 있다. 결론에서 보면 전자의 공갈죄와 뇌물죄가 겹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서로 양립 불가능하다고 하고, 후자의 공갈죄와 뇌물죄가 겹치는 에반스사례와 같은 경우는 보통법이나 홉스법에 의하더라도 서로 양립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용 변호인이 대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판결 전체를 읽지 않고 에반스 사건의 판결 중 각주 일부분만을 발췌해서 제출한 것은 적어도 홉스법상 두 가지 공갈죄 중 후자의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가 문제되고 있는 이재용 뇌물사건에서 번지를 잘못 짚은 것으로 보인다.

전자의 공갈죄가 문제되고 있다면 이재용 변호인이 제출한 내용도 일견 읽어 볼 필요가 있으나 이번 사건을 미국판례에 견주어 보면 아무래도 보통법 및 홉스법상 공무원자격에 의한 공갈죄에 해당할 것이므로 이재용 변호인이 판례 읽기를 잘못했거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짐짓 그렇게 주장을 해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국내 형법, 뇌물죄는 뇌물수수자와 뇌물공여자 함께 처벌

또 홉스법 섹션 1051은 공무원이 자금을 제공받는 대가로 어떤 공적 행위를 할 것을 약속만 해도 저촉되지만, 연방뇌물방지법 섹션 201은 공무원이 그 자금제공에 대해 명시적인 대가(quid pro quo)를 행했다는 것을 검사가 입증해야만 저촉된다.

홉스법 섹션 1051은 연방뇌물방지법(federal bribery statute) 섹션 201을 포함하는데, 연방뇌물방지법 섹션 201에 따르면 뇌물수수자와 뇌물공여자가 모두 처벌되는 반면, 홉스법 섹션 1951에 따르면 뇌물수수자만 처벌되는 큰 차이가 있다.

즉 우리 형법 제133조와 제129조가 명문으로 뇌물죄를 대향범으로 규정하고 수수자와 공여자 모두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미국 판례나 법을 인용할 때는 이런 차이점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②편에서 계속

●류광후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리더스의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변호사시험 6회 출신이며, 미 뉴욕주 변호사 자격과 감정평가사 자격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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