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새 판도 만들어지나...신한·하나·메리츠證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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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IB’ 새 판도 만들어지나...신한·하나·메리츠證도 가세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5.0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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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계열사 유상증자로 몸집 키우기...초대형IB 인가 '자기자본 4조원' 맞추려
KB는 발행어음 사업인가로 '날개'...일부선 '실익 없을 것' 평가도
대형 증권사들의 자본 확충과 KB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로 초대형 IB 업계에 새 판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 증권사들의 자본 확충과 KB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로 초대형 IB 업계에 새 판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업계에 새로운 판도가 펼쳐지고 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들이 잇달아 초대형 IB 진출에 나서면서 변화가 예상된다. KB증권은 이르면 다음달에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10일 이사회에서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금융투자를 100% 자회사로 둔 대주주다.

이날 안건이 통과되면 신한금융투자 이사회의 의결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유상증자 규모·일정 등이 정해질 전망이다. 현재로선 유상증자 여부를 확신할 수 없지만 논의 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한 달 이내에 유상증자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를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이 초대형 IB 도전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증권사를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이 초대형 IB 도전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초대형 IB 도전하는 금융지주사

이번 유상증자로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 IB 판’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3725억원이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자기자본 요건(4조원)을 갖추게 된다.

신한금융투자는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초대형 IB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곳 중 한 곳이다.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또한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 IB 진출 계획을 드러냈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지난 3월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초대형 IB 진출을 목표로 내세우며 지주 측에서 자기자본 확충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금융지주사에 소속된 증권사를 중심으로 초대형 IB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 역시 초대형 IB 인가에 적극적이다. 회사는 지난해 3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00억원, 7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을 불렸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2000억원으로 2017년 말 1조9967억원에서 대폭 증가했다. 초대형 IB 인가를 위해선 8000억원 가량 모자라다.

하나금융투자는 빠른 시일 내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얻은 후 초대형 IB 인가를 노린다. 종합금융투자사는 기업 신용공여(대출) 업무 및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을 확대하고 초대형 IB 진출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부문 수익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증권사의 자본을 확충해 초대형 IB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종합금융투자사 가운데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자본확충을 통한 초대형 IB 진출보다는 순이익 증가분을 바탕으로 한 단계적인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4731억원으로 4조원에 못 미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 희비가 갈리는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종합금융업 라이선스가 만료되는 내년 4월께 자기자본 4조원을 넘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 KB증권 2년 만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

현재 국내 증권사 중 초대형 IB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총 다섯 곳이다. 이중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1호’ 사업자가 됐다. 이어 지난해 5월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했다.

발행어음 사업은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초대형 IB는 자기 신용을 기반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두 배까지 만기 1년 이하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렇게 조달된 자금은 기업금융을 비롯해 부동산금융 등에 쓰인다.

KB증권의 경우 지난 8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냈다. 오는 15일 개최되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 및 금융투자협회의 약관 심사 절차를 거치면 3호 발행어음 사업자에 이름을 올린다.

초대형 IB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증권 홈페이지

다만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삼성증권은 아직 단기금융업 인가가 골치 아픈 숙제로 남아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12월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받으면서 심사가 보류됐다.

삼성증권은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분을 0.06%(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아 발행어음 사업 진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앞으로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 잇달아 초대형 IB에 이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는다면 업계의 판도가 바뀌는 셈이다. KB증권 역시 2017년부터 발행어음 사업을 준비해온 만큼 발행어음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은 결국 발행어음 사업에 나설 것”이라며 “초대형 IB가 많아질수록 발행어음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 “발행어음 사업 경쟁 치열해져”

일각에선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사업이 회사의 실적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기적으로 자본 조달을 통해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사업 분야를 다양화할 수 있으나 그만큼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업을 찾는 건 다른 문제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초대형 IB는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자금 중 50%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 부동산금융 투자 비중은 30%를 초과할 수 없다. 개인 대출은 불가능하다.

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대신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랩(MMW),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으로도 단기성 자금을 넣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행어음 사업으로 추가적인 이익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고 고객들도 발행어음의 대체 상품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대형 증권사들이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초대형IB·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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