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3남매의 난` 불붙은 것일까...키(Key)는 이명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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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3남매의 난` 불붙은 것일까...키(Key)는 이명희씨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9.05.09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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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씨 조씨 일가내 리더십 `결정적 변수`
상속지분, 조원태 회장에게 몰아주고 조현아, 조현민 `사업가 꿈`도 지켜줄 듯
상속재산 정리해도 상속세 납부 `큰 산`...적대적 M&A 방어여력 고갈될 수도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3남매의 난`이 불 붙은 것일까

지난 2000년초 현대그룹 `형제의 난`이후에 재계의 정설로 굳어진 것은 `형제가 남보다 더 하다`였다. 재계에선 한국 경제 성공으로 개인자산 축적에 성공한 1세대 기업인들의 사망후 `상속`은 기업경영의 최대 변수중 하나로 떠올랐다. 사회 전반으로도 고액 자산가 집안에서 허다하게 상속을 놓고 집안 싸움을 벌이는 사태가 빚어졌다. 오죽하면 "재산 안남겨준 부모가 감사할 뿐"이라는 자조적 탄식까지 유행할까.

한진그룹에 본격적으로 `3 남매의 난`이 벌어질 조짐일까. 재산 많은 집안의 내홍을 고소해하는 심정은 이해하나, 단정하기는 아직 근거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 냉정한 주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룹 승계작업의 핵심은 오히려 `이명희씨`

집안이 재산문제로 싸우려면 몇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몇가지를 꼽으면 ▲일해서는 벌 수 없는 정도로 많은 재산 ▲상속인중 상속인들의 합의를 끌어낼 리더십의 부재 ▲상속 자녀들의 무능 ▲그리고 사망자의 애매모호한 유언이나 유언장 등이다. 더 꼽으라면 더 꼽을 수 있다. `안되는 집안은 제각각 다 이유가 다르다`는 톨스토이의 명구처럼.

한진그룹은 어떨까. 첫번째 조건은 해당된다. 한진그룹의 전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지배력, 주식및 기타 자산으로 이뤄진 4500억원 내외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조양호 전회장의 상속재산. 4500억원은 매일 1억원씩 낭비해도 13년 정도 써야 하는 큰 돈이다. 돈이라는 게 남아있으려면 이자까지 붙어 늘어나는, 골치아픈 것도 돈이다.

두번째 조건과 관련해서 짚어야할 부분이 많다. 그리고 이 부분이 `3남매의 난`을 예측하거나 기대하는 이들의 관심사항이기도 하다.

취재 안테나를 곧추세우고 돌려본 바로는 의외의 얘기가 들리기도 한다.

`형제의 난`이 벌어졌던 현대그룹과는 달리 한진그룹에는 모친의 리더십이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한진 신임회장의 모친 이명희 씨. 사진= 연합뉴스
`형제의 난`이 벌어졌던 현대그룹과는 달리 한진그룹에는 모친의 리더십이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한진 신임회장의 모친 이명희 씨. 사진= 연합뉴스

 

재계 명문가로 꼽히는 집안의 한 인사는 "언론에 알려진 것과 가장 다른 것이 바로 이명희씨(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얘기"라며 "조씨 일가 집안을 잘 아는 사람들은 정반대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이 씨는 전 교통부 차관을 지낸 분의 딸로만 알려져있지만 실은 조양호 전회장의 어머니, 즉 이씨의 시어머니 얘기를 세상이 모르고 있다"며 "시어머니가 엄청난 폭압적 성격으로 오랫동안 며느리를 구박했다는 게 아는 사람들 얘기"라고 전했다.

이씨가 일우재단 이사장등 사회활동을 뒤늦게 시작한 것도 그가 모셨던 시어머니 탓도 있다는 것.

이 인사는 또 "이 씨는 방송 영상으로 정원사에게 폭언을 한 것이 나왔고 잘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완벽주의`인 그녀 성격의 한 단면"이라며 "조금이라도 허트러진 것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으로 주변인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성격에다 총명했던 이 씨는 사업판단이 좋았고, 조 전회장이 이씨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이 많았다고 들었다"며 "이씨의 큰딸인 조현아씨가 그런 면을 많이 닮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얘기를 너저분하게 한 것은 조씨 3남매에 대한 어머니 이씨의 리더십이 어떤지 추정해보는 실마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씨 스스로 3남매를 대신해 그룹의 리더가 되겠다는 욕심을 가질 인물인지 유추하기 위함도 있다. 이 인사는 "그렇게 나설 분은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개진했다.

그렇다면 어머니 이명희씨는 중간에 있는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에게 모든 걸 맡기고, 큰딸인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과 막내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게도 의결권을 넘기라고 강력히 밀었을까. 이 부분이 이 집안의 또다른 고민일 것이다.

일각에서 들리는 얘기는 조씨 일가에서 가장 비지니스마인드가 뛰어나고 사업수완이 좋다는 평을 듣는 사람은 바로 조현아 전대한항공 부사장이다.

조현아와 일면식이 없다는 이 재벌가의 인사는 "어쨌든 대한항공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데는 누구보다 조현아 부사장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부터라고 재벌가에서는 생각하고 있다"며 "그녀 또한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땅콩 회항사건`이 빚어졌지만 어머니 이씨로부터 물려받은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보면 땅콩회항사건 당시 동생인 조현민 전전무가 SNS에 글을 올려 언니인 조현아씨를 두둔한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9일자 매일경제신문 기사에서 한 법조인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조원태 회장에게 지분을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방향으로 논의돼 왔는데, 지분이 아닌 다른 재산을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에게 어떻게 배분할지를 놓고 합의가 안 되는 것같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멘트가 아마 진실에 상당히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두 딸들의 사업수완과 능력이 `무능하지는 않다`고 어머니가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자신에게 가장 많이 돌아올 상속지분과 두딸의 상속지분을 아들인 조원태 회장에게 위임하거나 또는 넘기고, 그 대신 두 딸들에게도 `반대급부`로 사업기회를 갖도록 하려는 심정일 수 있다. 

여기에 사망자인 조양호 전회장의 애매모호한 유언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잘 하라`는 건 세간에 흔한 아버지의 유언과 다를 바가 없다. `아들을 중심으로`라는.

요즘 이렇게 간단한 유언을 그대로 따를 자녀들이 어디있을까. 부친의 유지는 십분 수용하더라도 자신이 일구었다고 자부하는 부분, 자신이 잘 할 수 있다며 그리고자 하는 `꿈`까지 포기할 재벌가 자녀가 어디있겠는가.

조씨 일가내 모친인 이씨의 리더십은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자신의 상속지분을 아들 조원태 회장에게 넘기는 결단을 발휘하고 두 딸들의 꿈도 실현시키려는 묘수를 찾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해서 적극적, 아니 극성스러운 두 딸들의 불만도 누그러뜨려 `3남매의 난` 봉기를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식적인 집안의 리더라면 말이다. 조씨 집안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친이 살아있다.  

조씨 일가가 단결하더라도 한진그룹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3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납부하는 상황에 KCGI측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조씨 일가가 단결하더라도 한진그룹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3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납부하는 상황에 KCGI측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상속세`...M&A방어 여력이 고갈 우려

3남매가 의기투합할지, 파국을 맞을지 여부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상속에 따른 상속세 납부다. 

제1 국적항공사의 경영권 혼란이라든지, 집안의 내분이 빚어지든지와 상관없이 국가는 세금을 징수할 뿐이다. 2000만원이 넘는 상속세에 대해서는 연부연납으로 최장 5년간 상속세를 납부하게 하는 인내심만 발휘할 뿐이다.

조양호 전회장은 한진칼에 대해 17.85%, 대항항공 0.01%, (주)한진 6.87% 등의 주식지분과 비상장사 정석기업의 20.64% 지분을 상속재산으로 남겼다. 총 4500억원 규모이고, 이중 2300억원 가량이 상속세로 매겨질 전망이다.

모친과 3남매중 누구에게 지분을 몰아주더라도 상속세는 상속받은 이가 내어야 한다. 꼭 이 재산 내에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 지분들중 일부에 대해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상속세를 납부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비상장사인 정석기업의 지분을 활용할 것으로 점치고 있는데, 이 지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나눠내기로 하고 올해 10월 첫 상속세 380여억원 등 5년간 6차례에 걸쳐 계속 내야 한다. 아마 상속인은 배당 등을 통해서 충당하려 하겠지만 빠듯하다.

이런 구도에서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적대적 인수합병(M&A)를 방어할 추가여력은 별로 없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KCGI(강성부 펀드)가 14.84% 지분을 들고 입을 벌리고 있는 형국에서 조씨 일가가 자력으로 경영권 방어를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일인 신고를 하는 것은 이보다는 쉬운 숙제다. KCGI가 어떤 움직임으로 한진그룹 조씨 일가의 취약점을 파고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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