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中전승절 행사 불참이 못내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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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中전승절 행사 불참이 못내 아쉬운 이유
  • 하종오 편집인
  • 승인 2015.08.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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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간접 남북 정상회담'의 극적 타결, 직접 만나 결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9월 3일 중국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결국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은 못내 아쉽다.

김 위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무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각국 지도자들을 발표하면서, 북한을 대표해서는 노동당 정치국 위원인 최룡해 비서가 방중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물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중도 무산된 것이다.

동북아 4개국을 놓고 보면 일본의 아베 총리가 자국 내 정치일정을 들어 방중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북한의 김 위원장이 빠졌으니 한국의 박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 두 사람만 다시 만남을 갖게 됐다.

 

 

朴, 金 두 지도자 직접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남북한은 지난 20일 오후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촉발돼 25일 새벽까지 6일 동안 한반도를 전쟁 직전의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었던 군사적 긴장관계를 43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평화적으로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공식 선포하고, 남한은 도발시 처절한 응징을 다짐하면서 군사적 긴장과 국민의 불안은 최대치로 에스컬레이트됐다.

그 한복판에서 무박4일 동안 마라톤 협상으로 계속됐던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된 것은 결국 남북의 최고지도자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단은 한 마디로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결단이었다.

남측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고위급 접촉 실무 4인으로 나섰지만 이번 협상이 사실상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간접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은 그 때문이었다.

판문점 협상장 내부의 일거수 일투족은 실시간 CCTV를 통해 양측 지도자에게 전달됐다. 정회 시간에는 협상 내용이 양측 지도자에게 보고되고 재가를 받았다. 사실상 양측 지도자가 대리인을 내세워 협상한 모양새다.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지만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런 과정을 거쳐 대타협을 이끌어낸 셈이다.

박 대통령도 김 위원장도 이번 협상 타결을 통해 대내적으로 각자의 존재감을 높이고 통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대외적으로도 남북한이라는 지구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분단국가가 대화를 통해서 전쟁이라는 파멸 상황을 피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입증한 좋은 기회가 됐다.

직접적인 예로, 집단자위권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아베 정권은 남북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북한이 잠수함 전력의 70%에 달하는 50척의 잠수함을 전개시키고 남한이 그 종적도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불안감이 고조되자, 바로 이 한반도 상황을 예로 들며 집단자위권 법안의 필요성을 다시 역설하기까지 했다.

결국 남북한의 지도자들은 역설적으로 이번 위기상황에서 역량을 보여준 셈이다. 만에 하나 협상이 결렬되고 군사 분쟁, 그것은 아마 전면전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일어났다면 남북의 양 지도자는 한반도는 물론 세계 역사에서 결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고 말았을 것이다.

 

南北, ‘결단’을 위한 채널 가동해 보라

중국이 기획한 전승절 행사는 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 만에 중국이 다시 굴기하고 군사적으로도 대국이 됐음을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을 불러놓고 과시하겠다는 자리지만, 특히 중국과 절대로 끊을 수 없는 지정학적 관계인 남북한과 일본의 지도자들은 거기서 서로 만나 새로운 동북아 관계를 시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더구나 북한으로서는 최근의 대중 관계와 남북 관계 때문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냈을 테지만, 과거 중국과의 관계나 대일본 관계를 고려할 때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관진 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의 남북 고위급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은 계속됐다. 그 방송 내용 중에 특히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김 위원장을 지칭해 ‘철부지 김정은’ ‘자신감을 잃은 김정은’이라고 표현한 것은 북측이 확성기 방송에 대해 그토록 노이로제 같은 반응을 보이게 만든 통상적 내용일 것이다.

그보다 이채로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만 3번이나 방문을 하는데, 김정은은 취임 후 3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순방은커녕 외국 관광조차 못했다’는 내용이다. 이어 ‘나이 어린 김정은이 외국 정상들 앞에서 홀대받을 것을 두려워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것은 북한사회의 폐쇄성과 김 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을 함께 건드린다. 단순한 듯하지만 극도로 민감한, 고도의 심리전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이런 방송 내용을 보고받았다면, 그들이 잘쓰는 용어대로 ‘통 크게’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결단한다면 어떨까 하는 기대를 해보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폐쇄성을 걷어내고 자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중국부터 방문해서, 철부지도 우물안개구리도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직 시간적 여유도 있다. ‘간접 남북 정상회담’이었던 고위급 협상을 타결시킨 여세를 몰아, 베이징으로 날아가서 박 대통령과 만나보라는 것이다. 남북한이 70년간 분단으로 아직도 다리를 절고 있는 사이 세계 2위의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 그간 특사를 보내 친서만 전달했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도 인사를 나눠보라는 것이다.

만나야 문이 열린다.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위기 관리의 능력을 보여준 만큼, 다시 남북이 채널을 가동하고 힘을 합해 김 위원장의 9월 방중을 성사시키고, 베이징에서 두 사람이 직접 만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실무 준비와 회담 정례화 등 이번 협상 타결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 교류 등 통일을 위한 노력은 점진적 접근도 중요하다. 하지만 역사는 지도자의 결단으로 큰 물줄기가 바뀌어 왔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

‘준전시상태’를 넘긴 남북 지도자들은 이제 그런 차원에서 움직일 필요가 있다. 물론, 국민들은 또다시 군사적 긴장이 이번처럼 고조되는 상황을 만드는 지도자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가장 먼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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