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코드] `아버지`가 되기 위한 아버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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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코드] `아버지`가 되기 위한 아버지들의 이야기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5.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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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로드 투 퍼디션' 비교 리뷰
아버지가 ‘되기’위해, 아버지란 ‘무엇’인지 찾기위한 아버지들의 이야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자기를 낳아 준 남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아버지.

195658일이 어머니날로 지정된 후 1973년부터는 어버이날로 바뀌어 이어지고 있다. 소외된 아버지를 함께 기억하라고 했건만 어버이날엔 늘상 어머니를 먼저 떠올린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보다 더 소중하기 때문일까. 우린 아버지로부터 성씨를 물려받고,가풍을 물려받고, 명예를 물려받고, 때로는 권력을, 부를 물려받는다.

아버지와의 시간은 어머니와의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그 양이 많지 않다. 한정된 시간으로는 양질전환’(양이 축적되면 물리적 화학적으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가 되기 어려운 걸까. 아버지의 사랑은 늘 부족한 것 같고 어쩌면 기대마저 공허해 보인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인격으로 사랑을 주고 영향을 주기 보다 아버지의 자격으로 가르치고, 권위로 말하며, 힘으로 존경을 받았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를 이해하고 화해할 그 때쯤 아버지와의 이별을 맞는다.

여기 두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되기위해, 아버지란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난 두 부자의 이야기.

 

아버지란 무엇일까..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꾸준히 가족이야기를 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3년 작품. 원제도 <そしてになる. 그리하여 아버지가 된다>다.

영화는 전도유망한 회사원 료타가 자신이 다니던 사립초등학교에 아이(케이타)를 입학시키위해 면접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함께 면접보는 아들 케이타는 아빠와 연날리기를 하고 엄마(미도리)가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줬다고 면접관에게 자랑한다. 거짓말이다. 화목한 가정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자연스럽게 키우려는 미도리에 비해 료타는 아이에게 엄격한 훈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성공하는 삶을 살고 있는 만큼 자식도 그런 코스를 거치기를 바라는 료타.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아이를 지원하는 것. 어쩌다 남는 시간에 아이와 시간을 갖는 것이면 족하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타가 태어난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자신의 친아들(류세이)은 시골 전파상 유다이의 가정에서 자라고 있었다. 돈은 없어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유다이와 유카리 부부. 이미 자식이 셋이다.

핏줄을 중시하는 료타는 친아들 류세이와 바뀐 아들 케이타 둘 다 자신이 키우겠다고 나선다. 친아들과, 자신이 6년동안 키운 케이타를 보잘것 없는 전파상 아들로 키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

두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양쪽 집을 번갈아가며 살아보지만 케이타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원망이 커가고, 유복하지만 고층 아파트 안에서 하루종일 갇혀지내는 친아들 류세이 역시 자신과 놀아주던 아빠 유다이를 그리워한다.

핏줄을 중시하는 료타의 배경엔 새어머니 손에서 자란 어린 시절이 있다. 새어머니에게 자식을 맡긴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그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케이타나 류세이나 친부모에게서 커야한다는 맘이 강했을 것이다.

그러나 케이타와 류세이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료타는 친아들처럼 자신에게 정을 쏟고 키워준 새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케이타가 오랫동안 카메라로 자신을 찍었던 것을 우연히 발견한 료타는 케이타를 찾아가지만 아이는 아버지를 보자 달아난다.

아이와 료타는 평행한 두 길을 걸어가며 대화한다. 마침내 두 길이 맞닿은 곳에 마주한 부자.아버지와 아들은 화해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아이에게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료타에게 케이타의 아버지 유다이는 말한다.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은 못 하는 거죠.

 

자신의 아버지처럼 경제적 지원이나 훈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료타. 그러나 아이가 진정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은 함께 있는 시간임을, 그리고 부모의 사랑은 핏줄로 이어지는 당위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길 위에서  6주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한 마지막 순간들.사진=네이버영화
길 위에서 6주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한 마지막 순간들. 영화 로드 투 퍼디션. 사진=네이버영화

 

어떤 형용이 필요하지 않은 이름,아버지..영화 로드 투 퍼디션

1931년 겨울 길 위에서의 6. 아버지와 아들은 그들 생애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대공황 시대의 미국. 마피아의 중간 보스인 마이클 설리반(톰 행크스). 집안에선 자상한 아버지고 따뜻한 남편.

아이들은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단지 집에 오면 묵주와 총을 내려놓는 것 말고는.

그러다 아버지와 보스의 아들이 연루된 살인사건을 목격한 큰아들. 이를 알게 된 보스의 아들에게 아내와 작은아들은 살해되고. 아버지와 큰아들은 도피의 여정을 시작한다.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한다 생각했던 12세 아들. 이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 생각하지만 아버지는 오해라 말한다.

 

날 너무 닮았어 그게 못마땅했다. 널 차별하려던건 결코 아니었어.

 

아버지는 자신을 닮은 큰아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제 단 둘이 남은 지금 아버지는 아들과 오해를 풀고 아이에 대해 몰랐던 것을 차차 알아가는데.

자신을 돌봐준 보스를 배신할 수 없어 차마 복수를 꿈꾸지 않았던 아버지는 은행에서 마피아가 맡겨둔 검은 돈을 훔쳐 돌아갈 준비를 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운전을 가르쳐 21조 은행강도로 콤비 플레이를 하는데, 운전을 가르쳐 혼자 살아갈 수 있게끔 준비시킨 것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복수를 하려는 대상은 조직의 보스이자 양아버지 존 루니(폴 뉴먼)의 아들(다니엘 크레이그). 보스는 망나니 아들이 못 미더워 양아들 마이클에게 조직을 맡기지만 자신보다 양아들을 더 신뢰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던 망나니 이들 코너(다니엘 크레이그). 존은 아들이 저지른 일로 복수를 위해 찾아온 마이클에게 아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아들을 포기할 수 없음을 고백하고 최후를 맞는다.

복수를 끝내고 새 삶을 시작하려는 순간 살인청부업자 하렌(주드 로)과 맞닥뜨린 아버지와 아들. 절체절명의 순간 하렌에게 총을 겨누는 아들. 그러나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아들에게 총을 쏘지 말라고 애원하며 직접 하렌을 죽인다. 자신이 모든 걸 안고 떠난다.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아들은 말한다.

 

사람들은 내게 마이클 설리반이 좋은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나쁜 사람이었는지 묻는다. 난 늘 같은 대답을 한다. 그는 나의 아버지였다고.

 

 

자식이 아버지에게 붙이는 수식어들은 무엇일까? 돈많은, 성공한, 유명한, 자상한, 똑똑한?

아님 나를 지지한, 나를 이해한, 나를 사랑한?

어쩌면 아버지들은 료타와 마이클처럼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토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식의 눈에 비친 아버지들은 어떤 모습일까?

이 긴 여정의 마지막에 자식이 기억하는 것은 거창한 수식어가 아니다. 아버지는 단지 나의 아버지 일뿐.

나의 아버지인 사람. 나의 아버지였던 사람그 사람을 오래도록 기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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