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오를때 세금 올리는 '아마추어 정책'...예측 실패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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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오를때 세금 올리는 '아마추어 정책'...예측 실패 아니라고?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5.07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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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하니 국제유가 하락·국제유가 급등하니 세금 인상?
"국제유가 예측 전문가도 못 해" Vs "더 안오르는 상황, 예측 못했다면 아마추어일 뿐"
학계 "유류세 변화 필요해"...기재부 "상황에 맞게 대처한 것" 실패 부인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기름값이 오르고 있는데 왜 유류세를 올리지?"

6일 늦은 오후, 주유소를 찾은 한 30대 여성은 길게 늘어선 대기행렬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7일부터 세금이 올라 주유하는 차들이 몰린 것 같다"는 남편의 말에 "최근 휘발유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고 있는데 유류세를 왜 올리는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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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15%에서 7%로 축소된 가운데 일부에서는 정부의 유류세 정책이 국제유가와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부터 적용됐던 유류세율 인하폭(15%)이 7일부터 7%로 축소돼 `체감 기름값`이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2일 '유류세 단계적 환원방안'을 발표하면서 5월6일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를 8월31일까지 4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하폭은 절반 이하로 낮추기로 해 리터당 휘발유는 65원, 경유는 46원씩 오르는 인상효과가 발생했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급락할 때 유류세 인하를 하고, 반대로 급등할 때 인하폭을 축소하는 정부의 유류세 정책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정부 국제유가 판단· 유류세 인하 엇박자? 

정부가 10년 만에 유류세 인하를 결정했던 지난해말,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유류세 인하 시행일 당시 배럴당 70.64달러였던 국제유가는 13거래일만인 11월23일에 61.08달러로 인하분 15%보다 많은 15.65% 떨어졌다. 유류세 인하 시행 약 한달 반 뒤인 지난해 12월 26일에는 49.52달러까지 떨어졌다. 

국민들은 유류세 인하 효과를 제대로 느끼긴 했다. 유류세 인하에 유가 인하까지 이중의 인하효과를 누린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국제유가 흐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유류세 인하를 추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경기부진과 소비위축으로 경제운영능력의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기획재정부가 급하게 `유류세 인하`카드를 냈다는 지적이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해 12월 연중 최저점(49.52달러)을 찍었던 두바이유는 올해 시작과 함께 배럴당 60달러대에 진입했고, 지난달 8일(70.29달러)에는 70달러 선을 넘어서더니 25일에는 배럴당 74.46달러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6개월 한시적 유류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국제유가가 상승 기조를 그리자 고육책으로 인하 기간 연장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첫 단추를 잘못 꿴 후 계속 꼬이는 형국이다.  

양준석 카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유류세 인하폭 축소는 맞지 않은 것 같다"며 "지난해 유가가 떨어졌을 때 유류세를 인하했고, 최근 상승 추세에서는 세금을 올리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역시 "현재 추세라면 유류세를 낮추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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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예측은 불가능한 것이라며 정부의 유류세 정책에 대해 결과론적 비판은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유업계 "결과론적 비판은 온당치 않아…소비자 혜택은 Ing"

정유업계에서는 정부의 '유류세 정책 엇박자' 비판에 대해 정부의 판단은 당시 국제유가와 사회적 여론을 고려한 결과라며 "결과론적 비판은 온당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며 전문가들 역시 쉽게 전망을 하지 못할뿐더러 소비자들은 인하폭이 축소됐을 뿐 유류세 인하 혜택은 여전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유류세 인하 발표 이전에 국제유가는 최고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었고,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기본으로 유류세 인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제유가 전망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영역으로 결과론적 비판은 온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결과론적 상황으로 정부 판단을 비판할 수 없다"면서 "애초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인하를 결정했고, 당시 국제유가 급락으로 소비자는 엄청난 혜택을 받았고, 향후 4개월 역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제유가를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및 기간 연장은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학계 "왈가왈부 유류세, 변화가 필요해"

소비자 혜택 측면과 달리, 정책 판단이 옳았는가는 다른 측면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 혜택만 강조할 경우 `포퓰리즘 정책`에 빠지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시 국제유가는 더 오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충분히 판단 가능했다"며 "국제유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식이라면 우리나라엔 유가를 전망하는 전문가가 없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박했다. `(잘못된 판단이라도)소비자들이 혜택을 봤다면 괜찮은 거 아니냐`는 식으로 정책 실패의 책임을 덮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제 관료들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는 유류세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준석 카톨릭대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기름값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좋다"며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데 '굳이 유류세 인하가 필요했나'라는 생각인 든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유류세 개편이 필요하다면 영구적으로 세율을 낮추든지, 아니면 상황에 맞게 세금을 자동적으로 책정하는 보편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유류세를 낮추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환경 문제를 고려해 유종별로 차등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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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국제유가 상황에 맞게 대처한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는 원칙적으로 8월31일에 종료되지만, 향후 예견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류세 인하가 마냥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정부에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교수는 "국제유가가 비이상적인 변화가 없다면 국내 기릅값은 변화를 주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정부는 여러 논린에 휩쓸리지 않고,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장기적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재부 "당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

하지만 기재부는 "당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었다"며 `엇박자 정책` 비판에 반박했다.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 관계자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를 결정했다"면서 "이번 유류세율 단계적 환원은 정책 신뢰 제고와 유가 급등 상황을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고 정책 실패를 부인했다.  

이어서 "세계은행은 향후 국제유가가 66달러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는 점과 유류세 인하를 통한 세수 감소분 역시 단계적 환원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유류세율에 대해선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게 기재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는 8월31일 종료를 원칙으로 하면서 국제유가에 대해 예견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가 온다면 추후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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