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②LG화학도 당할 수 있는데...IT기업 `영업비밀`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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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②LG화학도 당할 수 있는데...IT기업 `영업비밀` 지키기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19.05.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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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비공시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요건 갖춰야 보호받아
부정경쟁방지법, 중소기업 영업비밀 보호 노력했지만 `부족감`
IT스타트업 기업, 관리 번거롭고 비용 들더라도 `안전장치` 갖춰야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4차산업혁명 시대에 IT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온다. 유능한 IT인재가 여러 회사에서 러브콜을 받고,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고, 이로 인해 IT인재에 대한 사회적 가치 더 높아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중요한 법률문제가 있다. 바로 전직금지와 영업비밀 문제이다. 최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도 핵심인력 유출과 영업비밀 침해에 관한 것이다.

특히 IT 스타트업 회사의 경우, 창업때부터 같이 동고동락했던 사람이 퇴사 후 경쟁업체로 이직하게되면, 그 회사의 대표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솟아날 구멍을 찾아야 하는데, 다행히도 우리법은 영업비밀 침해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대부분의 경우 전직금지도 같이 문제가 되지만 이부분은 다음 기회로 살짝 미룰까 한다).

피해기업 `영업비밀 요건` 충족 입증 어려워 

영업비밀 사건에서 가장 많이 쟁점이 되는 것은 퇴사한 직원이 가지고 나간 정보가 과연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침해를 당한 회사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중요한 비밀일 수 있겠으나, 객관적으로 영업비밀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입증되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사건에서 퇴사한 직원이 가지고 간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포스트 반도체`라는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글로벌 선두기업인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관련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진= 연합뉴스`포스트 반도체`라는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글로벌 선두기업인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관련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진= 연합뉴스​
​`포스트 반도체`라는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글로벌 선두기업인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관련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진= 연합뉴스

그렇다면 영업비밀이란 무엇일까?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경제적 유용성)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비밀관리성)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의 3가지 요건중 `비밀관리성`이 최대 쟁점  

영업비밀은 크게 ‘기술상 정보’와 ‘경영상 정보’로 나눌 수 있는데 IT기업에서는 ‘기술상 정보’가 주로 문제가 된다.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 3가지 요건, 즉 ① 비공지성 ② 경제적유용성 ③ 비밀관리성에 대해 침해당한 회사가 입증을 하여야 한다.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비밀관리성’ 요건이다. 과거에는 법원과 검찰에서 비밀관리성 요건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여,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충분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들이 자금력을 앞세운 큰 회사들에게 기술 또는 영업활동 정보를 빼앗기더라도 이를 보호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 1. 28.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 제2조 제2호의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이라는 문구를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으로 개정했고,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에 비밀관리성 요건을 다시 완화하는 부경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2019년 1월 공포되어 2019년 7월 시행될 예정이다. 현행 부경법의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이라는 영업비밀 정의 규정을 개정 부경법은 ‘비밀로 관리된’이라고 개정해 영업비밀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2015년 현행 부경법 시행 이후, 판례는 이러 개정취지를 반영한 판단 기준을 정립해왔다. 즉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 접근 제한 + 객관적 인식가능성)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해당 정보에 대한 ① 물리적, 기술적 관리 ② 인적, 법적 관리 ③ 조직적 관리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각 조치가 ‘합리적’이었는지 여부는 영업비밀 보유 기업의 규모, 해당 정보의 성질과 가치, 해당 정보에 일상적인 접근을 허용하여야 할 영업상의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여부,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의 정도, 과거에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전력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이 기준의 핵심은 영업비밀  보유기업의 특수성과 해당정보의 성질 등을 추가로 고려해 각 기업의 특성과 여건에 맞게 영업비밀의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영업비밀을 관리를 하기 힘든 중소기업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암묵적인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2015년 개정에서는  ‘상당한 노력’이라는 문구를 ‘합리적인 노력’ 으로 살짝 바꿨을 뿐인 반면,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법은 아예 짧고 간단하게 ‘비밀로 관리된’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비밀관리성에 관한 규정이 너무 급진적으로 바뀌어 기존 해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법원이 말 그대로 비밀로 관리한 흔적만 있다면 영업비밀로 인정해줄지 역시 의문이다.

여러차례 법개정에도 현행법이 아직도 IT 스타트업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저적이다. IT기업은 비용이 들더라도 안정장치 마련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여러차례 법개정에도 현행법이 아직도 IT 스타트업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저적이다. IT기업은 비용이 들더라도 안정장치 마련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한계 안고있는 개정법, IT 중소기업 `영업비밀 보호` 역부족 

무엇보다 ‘관리’라는 단어는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는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지만 그 관리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 생각해보면, ‘관리’라는 단어의 사용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업비밀 침해행위(취득, 사용, 누설 행위)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죄와 형은 법률에 미리 규정되어야만 처벌할 수 있고(죄형법정주의), 형벌에 관한 규정은 되도록이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있어야 한다(명확성의 원칙). 개정법의 ‘비밀로 관리된’ 이라는 문구는 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또 어느 정도로  ‘비밀로 관리된’ 것을 영업비밀로 인정할지는 법원과 검찰의 숙제로 남아있다. 지금까지의 판례의 변화상을 볼 때, 과거보다는 영업비밀 요건이 완화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고 필자 역시 그러기를 바란다.

하지만 해석의 재량이 넓은 규정 때문에 판례가 중구난방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어, 그 해석이 통일되고 정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당분간 영업비밀 요건에 대한 법원의 해석을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한다. 

이번 개정법이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의 영업비밀을 보다 더 잘 지켜주고자 했다면, 비밀관리성 요건을 완화하되 이를 더 자세하게 규정하였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야만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기업도, 영업비밀 범죄 피의자도 법규정과 판례를 통해 자신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개정법 하에서 IT기업이 보다 확실하게 영업비밀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번거롭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회사의 핵심 기술을 영업비밀로 보호하고 관리하는데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주)케이엘넷 준법지원팀 팀장으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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