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금융업 모르는 한앤컴퍼니에 롯데카드 넘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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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금융업 모르는 한앤컴퍼니에 롯데카드 넘기는 이유는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5.03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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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 금융업 경험 없어 높은 가격 써낸듯
롯데그룹, 백화점 마트 고객 정보 유출에 민감
지분 20% 유지, 재매각시 캐스팅보트 쥘 듯
롯데그룹이 금융권의 예상을 뒤엎고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이 금융권의 예상을 뒤엎고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롯데그룹의 금융회사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가 선정됐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그룹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을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예상을 벗어난 결과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장 높은 가격 쓴 한앤컴퍼니 손에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롯데그룹이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98.37%) 중 80%를 가져간다. 지분 100% 기준으로 한 인수 금액이 1조8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입찰가는 1조44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앤컴퍼니는 하나금융그룹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는 금융업을 인수, 운영한 경험이 없는 사모펀드다. 일각에서는 무경험이 과감한 인수금액을 써낸 배경으로 꼽고 있다. 인수전을 펼쳤던 MBK파트너스 고위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금융업 경험이 전혀 없어, 오히려 가장 과감하게 가격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는데, 곧바로 현실화됐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우선협상자 결정에서 가격요소를 가장 높은 비중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 MNK파트너스, 하나금융 순으로 가격을 써냈는데, 가장 높은 가격을 쓴 한앤컴퍼니로 결정됐다.

이승열 하나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증자 없이 1조원 정도를 인수·합병(M&A) 자금으로 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인수전에선 하나금융그룹이 1조원을 조금 웃도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앤컴퍼니, 금융업 경험 전무(全無)...인력구조 없을 듯 

2010년 설립된 한앤컴퍼니는 모건스탠리 PE 아시아총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거친 한상원 대표(스캇 한)와 소니코리아 대표를 지낸 윤여을 회장이 함께 세운 곳이다. 한 대표는 조선일보 방씨 사주일가의 사위로 알려졌다. 그간 웅진식품, 쌍용양회, 한온시스템 등 유통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계에 투자 업력을 쌓아왔다. 한앤컴퍼니가 금융사에 손을 뻗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한앤컴퍼니는 가격 측면뿐 아니라 비가격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우선매각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여부도 염두에 뒀는데, 한앤컴퍼니는 인력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하나카드를 보유한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인수·합병 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롯데카드의 인력 400명을 감축하는 것을 전제로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막상 입찰에서는 이를 조건으로 내걸진 않았다.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 역시 향후 MBK파트너스가 우리금융그룹 측으로 지분을 넘기면 인력을 감축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카드 임직원 수는 1715명으로 하나카드 765명, 우리카드 642명보다 두 배가 넘는다.

롯데그룹 20% 지분유지.."백화점 고객 정보 넘길수 없다" 의지인 듯

또 롯데그룹 입장에선 경쟁사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게 롯데카드를 넘길 경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의 고객정보가 홈플러스에 넘어갈 우려가 있었다. 

롯데그룹 측은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하는 이유에 대해 “소수 지분 투자자로서 유통 계열사와 롯데카드 간의 제휴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설명, 진성매각 논란에 해명했다. 이는 유통계열사와 롯데카드의 제휴관계가 구체적으로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와 롯데카드의 관계 훼손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화그룹이 인수전에 불참한 것 역시 이같은 롯데그룹의 의사와 무관치 않다는 설이다.

이와 관련, 금융업 관계자는 "롯데지분 20%는 한앤컴퍼니가 재매각에 나설 경우, 유통계열사와 경쟁하는 대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방패 역할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분 20%로 `캐스팅 보트`를 쥐겠다는 의도라는 것. 

롯데카드를 한앤컴퍼니가 인수하는데 대해 금감원의 대주주 적격심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은 은행업이 아닌 비은행업에 대해서는 대주주 적격문제를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매각과정에서도 대주주 문제는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오는 13일까지 한앤컴퍼니와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7~8월께 최종 매각이 완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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