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10년 뒤에도 스타트업이 있을까
상태바
[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10년 뒤에도 스타트업이 있을까
  •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 승인 2019.05.02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시조직 `스타트업`이 창업으로 발전...`고객 읽기`가 핵심
현실에선 배우기(學)는 쉬워도 익히기(習) 어려워...정부 지원도 보완해야
성공의 열쇠는 창업자의 `경험과 절실함`...`창업자는 사회적 자산` 인식 확산돼야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스타트업과 벤처의 차이는 뭘까? 이 두 용어의 차이에 대해서 특강할 때마다 물어보지만,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자신의 정리된 의견을 제출하지 못한다. 물론 이 용어의 차이를 안다는 게 뭐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몰라도 사업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만 생각해 볼만한 포인트가 있긴 하다.

1세대 벤처 창업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던 그 시점에 말그대로 화두는 ‘벤처’였다. ‘묻지마 투자’가 난무하던 그 시절, 벤처는 가치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작전세력의 먹잇감이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벤처들이 스러져 갔고, 그 전장에서 소수의 살아남은 벤처들이 유니콘이 되어 그 시절의 분투와 전우들을 위로했다. 미국도, 한국도 이러한 상황은 큰 차이가 없었다.

◆`자신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 만들어라   

통계에 의하면 실리콘 밸리에서 테크벤처들의 75%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연구들이 잇따랐다.

초기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은 고객보다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테크벤처의 실패율이 75%나 된 것도 이런 이유가 컸다. 사진= 연합뉴스
초기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은 고객보다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테크벤처의 실패율이 75%나 된 것도 이런 이유가 컸다. 사진= 연합뉴스

어떻게 하면 이러한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심을 거듭해서 나온 결론이 `린스타트업` 방법론이다.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개발하고자 하는 창업자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보다는 자신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제품을 제작하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실패할 리스크 또한 커졌던 것이다. 75% 실패율은 단적인 결과일 뿐이다.

여러 차례 창업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던, 린스타트업 방법론의 대부인 창업가 스티브 블랭크는 이러한 현상을 바꾸고자 ‘고객개발론’을 제안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자’ '그리고 이를 통해 스타트업의 리스크를 감소시키자’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다.

또한 유명한 린스타트업 방법론 교과서인 '러닝 린(Running lean)'의 저자 애시 모리아의 익살스러운 주장처럼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나도 짧다.”

창업자가 제대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초기 고객들에게 이 제품과 서비스의 필요한지, 고객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솔루션인지 먼저 확인하는 작업을 우선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이러한 작업을 하기 위한 초기 임시 조직이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배경으로 탄생된 것이다.

진정한 벤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올챙이 임시조직인 스타트업은 자신의 아이디어 또는 설익은 제품과 서비스를 열렬히 받아들일 수 있는 초기 고객을 찾아서 헤매고 다녀야 한다. 오직 이러한 고객학습을 제대로 하는 것만이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의 진정한 가치를 살리는 길이다. 그러나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이런 작업은 쉽사리 이루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고객 쫓아다니며 니즈 확인하는 인터뷰 하기 쉽지 않아

만일 자신이 카페를 새로 창업하는 30~40대 점주들에게 새로운 감각의 간판을 제공하는 아이템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한다고 생각해보자.

30명-40명의 점주를 만나서 직접 그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면 얼마 정도의 시간이면 가능할까? 이 정도라면 2~3일, 아무리 길어도 일주일이면 다 할 것 같지 않은가. 실제 그 사업을 했던 팀의 사례를 보면 석 달 정도 걸렸다. 낮에 가면 카페 점주들은 없고 알바생만 카페를 지키고 있다. 밤에 가면 손님들이 많아 바빠서 짜증내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렇게 예상대로 제대로 진행이 안되면 낙담하기는 예비창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일단 이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그들 자신도 먹고 살기 위해 알바를 뛰기 위해 바쁘게 생업현장으로 뛰어가야 한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요컨대 스타트업 또는 벤처의 생명이 실행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 실행의 현실적 장벽은 초기부터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그나마 쉬울 것 같은 고객 인터뷰마저도 실제로 해보면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 높은 담장처럼 다가오고, 대충 하고 넘어가는 게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기도 하다.

요즘은 소셜매체도 많고,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어 있고 해서 사람들을 만나기가 이전보다 쉬워진 것 같지만, 아직도 창업자들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다.

◆학(學) 보다 습(習) 더 중요한데도...문제는 `실행` 

그나마 많은 창업교육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적잖은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 정부 때부터 창업교육의 틀이 잡혀서 대학을 비롯해 많은 창업지원기관들을 통해 무료 또는 큰 비용없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시장과 고객에 대해 제대로 학습해야 할 스타트업 시기를 잘 넘기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많은 프로그램들이 ‘습(習)’보다는 ‘학(學)’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에게는 필요한 것은 실제로 어떻게 실행하느냐다.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어야 하고, 주기적으로 점검받고 훈련되어야 한다. 마치 운동선수들이 코치들로부터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훈련받아서 기량이 계속 향상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실제로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習’의 능력을 키우는 과정을 만들어 내기는 만만치 않다.

창업자들은 모두 다르다.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취급되어선 효과를 낼 수가 없다. 사실 성공사례가 많긴 하지만, 그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상황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기 때문이다. 의사의 진단에 따라 처방을 받아 환자가 약물과 물리 치료를 받는 것처럼, 개인별 맞춤형 창업교육 프로그램이 단계별로 수준에 맞게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환경이 업그레이드돼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정부가 창업자들에게 시제품을 제작을 위한 다양한 창업자금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자신의 본분을 잘 실행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주고 있음은 명확하다. 정부 자금을 지원받아 시제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현재 창업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성공은 매출·실적 아닌 창업자의 경험, 절실함에서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정부 자금을 지원받더라도 당장 하루하루 먹고 사는 문제는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물론 자신의 생활도 못하는 사람이 창업을, 조직을 이끌어갈 자격이 있는가 하고 말한다면 사실 그렇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창업자가 어려운 환경에서라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비즈니스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예컨대 미국 헐리우드의 영화인조합처럼 무명의 시절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생계비를 비롯한 지원을 해주고 이후에 성공하면 다시 비슷한 처지의 후배들을 위해 돈을 쾌척하는 그런 시스템은 우리에게는 불가능한가? 아니면 지금 주목받고 있는 신뢰기반의 블록체인처럼 새로운 형태의 창업자 생활 연대를 상상해 볼 수는 없을까?

아쉬움은 또 있다. 초기 창업 과정에서 시제품 출시를 비롯해 매출과 투자 실적을 중요시한다. 물론 이들 정량적 수치는 기본적인 핵심성과지표(KPI)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곰곰히 들여다보면 고객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창업자의 누적된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도들이야말로 혁신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즉, 매출과 투자 실적 뒤에 숨겨진 의미 있는 사항들과 창업자들의 경험을 사회적으로 내재화하고 공통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스타트업들이 시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서바이벌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좀더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발전시키는 과정 ▲비즈니스 모델을 피벗(방향전환)하게 되는 과정 ▲초기 고객들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 ▲이 과정에서 깨닫게 된 내용을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게 되는 과정 등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체득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에어비엔비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비지니스를 향한 절실함과 문제 해결에 나선 진정성으로 기관투자자의 투자결정을 끌어냈다. 사진= AP 연합뉴스
에어비엔비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비지니스를 향한 절실함과 문제 해결에 나선 진정성으로 기관투자자의 투자결정을 끌어냈다. 사진= AP 연합뉴스

 

무릇 이런 디테일하고, 지루하고, 작은 실패들이 연속되는 과정이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그 핵심은 절실함에 있다. 절실함을 이해하고, 실천해 온 창업자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창업 문화가 선순환 비즈니스 고리를 강화하는 창업생태계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온 몸으로 겪어낸 창업자들이야말로 우리에게는 가장 큰 사회적 자산이다. 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와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창조자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려움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세상 와야

에어비앤비는 창업자들의 초기 아이디어가 무모하다고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하지만 그들의 비즈니스를 향한 절실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있는 태도를 높이 산 와이컴비네이터 폴 그레이엄의 판단으로 유니콘이 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은 임시 조직에 불과하다. 가차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고, 실패를 줄이고 제대로 된 벤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길은 멀다.

그렇지만 창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과정을 치열하고 성실하게 해 내는,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스타트업에게 계속 기회와 사회적 손길을 내주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두려움없이 창업을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생각인가?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는 스타트업 멘토그룹 (협)피플스노우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싸이월드 창업멤버로 활동했으며 K-ICT 창업멘토링센터 CEO멘토를 역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