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평화주의자` 아키히토 생전 퇴위...日 우경화 누가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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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평화주의자` 아키히토 생전 퇴위...日 우경화 누가 막나
  • 최원정 글로벌에디터
  • 승인 2019.04.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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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 견제 아키히토 일왕, 퇴위식서 마지막 발언 주목
아베, 평화헌법 개정 "전쟁 가능 국가로 전환" 날세워
새 일왕, 과거 발언서 "부친 뜻 유지"...즉위후 입장 바꿀지 주시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 일왕(오른쪽)과 5월 1일 새로운 일왕으로 즉위하는 나루히토 왕세자. 사진=AP연합뉴스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 일왕(오른쪽)과 5월 1일 새로운 일왕으로 즉위하는 나루히토 왕세자. 사진=AP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최원정 글로벌에디터]지난 31년간 재임했던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오늘(30일) 공식적으로 퇴위한다. 생전 퇴위는 202년만에 처음으로, 장남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5월 1일 새로운 일왕으로 즉위한다.

그동안 평화를 강조해온 아키히토 일왕에 이어 ‘전후세대’인 나루히토 차기 일왕의 취임이 향후 한일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새로운 일왕 즉위를 계기로 개헌을 시도하며 우경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아베 정권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 5시쯤 왕실이 있는 ‘황거’에서 300여명의 정치지도자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퇴위 예식을 갖는다. 이에 따라 이날 밤 자정을 기점으로 일본 연호는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뀐다. 

◆평화로운  ‘헤이세이’…’잃어버린 20년의 시대’

지난 1989년 왕위를 물려받은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2016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왕위에서 물러날 것을 예고했으며, 이후 ‘왕실전범’ 개정을 통해 생전 퇴위를 할 수 있게 됐다. 생전퇴위는 지난 1817년 고카쿠 일왕 이래 202년만에 처음으로, 기존과 달리 추모 기간 없이 퇴위와 새왕 맞이가 이루어지는만큼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평화주의자’로 불린 아키히토 일왕은 그동안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틈날 때마다 사죄의 뜻을 표명해왔다. 일왕의 국정개입 금지 법안에 따라 적극적으로 정치적으로 발언하거나 나서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조용히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례로 지난 1990년 5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방일 당시 아키히토 일왕은 “불행한 시기에 한국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며 본인은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15년 종전 70년을 맞은 전몰자 추도식에서도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밖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전쟁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해 참배를 하는 등 전몰자 위령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생일에서는 “헤이세이가 전쟁 없이 끝나게 된 것에 안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날 퇴위식에서 마지막 발언으로 아키히토 일왕이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 시대는 일본 경제가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시대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 경제가 절정에 있던 1989년 즉위했지만, 이후 자산 버블이 꺼지며 오랜 침체의 시대를 맞아야 했고, 이 기간 일본은 중국에 세계 경제대국 2위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 새 일왕, ‘우경화’ 아베정권과의 관계 주목 

일왕 교체가 이뤄지는 시기를 이용해 개헌을 시도하려는 아베정권의 움직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사죄 메시지를 전달하던 아키히토 일왕과 달리 아베 정권은 과거사 문제를 놓고 주변국과 각을 세우며 우경화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아베 정권은 최근 일본 경제가 호조되고 있는 분위기를 이용해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홍보하며 ‘레이와’ 시대에 맞춰 또다시 개헌 카드를 꺼내드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군 보유와 교전권 보유 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을 실시한 뒤 궁극적으로는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바꾸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새로 취임할 나루히토 왕세자 역시 부친의 역사관을 계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아베 정권과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그는 지난 2015년 생일을 맞은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는 오늘날 겸허하게 과거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전쟁을 체험한 세대부터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까지 전쟁의 비참한 체험과 일본의 역사를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특히 그는 “지금의 일본은 전후 일본헌법을 기초로 삼아 쌓아 올렸고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개헌에 반대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부친과 다르게 우익세력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즉위후 이같은 입장을 견지할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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