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이미선 헌법재판관, 복기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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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이미선 헌법재판관, 복기는 필요하다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19.04.26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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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한국 정치의 역동성인가? 아니면 후진성인가?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미선 헌법재판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지만 별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임명 강행시 전면전 선포로 받아들인다”고 예고했었고 이 문제 때문에 거당적 주말 장외집회까지 개최했었다. 하지만 이날 정치권의 모든 촉각이 패스트트랙에 집중됐었다.

이미선 재판관은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겨우 이러려고 그 난리였나 싶었을까?

어쨌든 근 한달 가까이 정국을 달궜던  이미선 헌법재판관 논란은 마무리 됐다. 다만 이번 일에 대한 복기는 필요할 것이다.

청와대는 그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40대-지방대 출신-여성’이라는 점과 노동 사안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주식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터는 그 외의 사안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선 재판관의 논란은 ‘도덕의 문제’로 여겨졌다.

‘똘똘한 세 채’논란으로 낙마한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 아들 ‘황제 유학’과 본인의 ‘부실 학회’ 참석 논란으로 낙마한 조동호 전 과기부 장관 후보자 같은 프레임이었던 것이다. 이 재판관에 대해 부적격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적격 응답의 두 배에 육박한 여론조사가 나온 맥락이기도 하다. 

신임 헌법재판관 취임식에 선 이미선(오른쪽), 문형배 신임 헌법재판관. 사진= 연합뉴스
신임 헌법재판관 취임식에 선 이미선(오른쪽), 문형배 신임 헌법재판관. 사진= 연합뉴스

그런데 청와대 민정수석실, 이 재판관의 배우자 등을 중심으로 집중 해명을 하고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지원사격을 하면서 논란은 도덕의 문제에서 진영의 문제로 바뀌기 시작했다. 여당은 흔쾌해보이진 않았지만 방어막을 쳤고 정의당도 입장을 바꿨다.

임명 여부에 대한 찬반 여론이 며칠 만에 상당히 변한 결과를 내놓은 여론조사 회사의 설문 문항 논란이 많았지만,(후보자 적격 여부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명의 적절성 여부로 질문이 바뀌었다) 어쨌든 그 바뀐 문항 자체가 이런 흐름을 포착 혹은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비판적 입장에서는 그 문항 자체가 이런 흐름을 유도하거나 견인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임명장은 수여됐다.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 청와대와 여당이 지킨 것은 무엇일까?

이미선 재판관? 그는 주식 문제로 인해 비-서오남(서울법대 출신 오십대 남성)의 상징성이 탈각되고 말았다. 주식 문제를 제쳐놓고 보더라도 그는 청문회 전후로 노동, 소수자 문제 등에 대해 인상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난민, 최저임금, 종교인 과세, 대체복무제 등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답을 회피하거나 고민해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스펙은 ‘서오남’이지만 단촐한 재산이든, 명확한 소신이든 뭐 하나 탓할 게 없었던 문형배 재판관과 정말 대조적이었다. 또한, 배우자의 과도한 대응은 여성에 대한 고답적 편견을 강화시키기도 했다. 

어쨌든 이 재판관 임명 이후 청와대와 여권 일부에선 “여기서 밀릴 순 없었다. 국정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국정주도권을 지켰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왜 국정주도권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나? 이미선 재판관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재판관이 문제없다고 말한 사람들 상당수가 ‘적격’보다는 ‘비-부적격’(부적격하지 않다)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도덕의 문제를 진영의 문제로 치환 시킨 것은 단기적 국면 돌파하는 전술로는 유용했다. 하지만 멀지 않아 분명히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지층 결집을 우선하는 이런 국정 운영이 지속된다면, 만약 총선 국면까지 이 같은 전략으로 돌파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더욱 문제다.

다시 한 번 더 짚어보자. 이번 헌법재판관 파동 중, 여권 특히 청와대의 목표는 무엇이었나?목표는 무엇이었나?

다른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지킬 의미가 있는 이미선이라는 개인? 서-오-남에 균열을 줄 참신한 인물의 진입? 헌법재판소 내 수적 우위? 국정 주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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