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비주류가 만들어낸 역작 ‘내일은 미스트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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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비주류가 만들어낸 역작 ‘내일은 미스트롯’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9.04.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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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 문화평론가] “미스트롯 너무 재밌다”

이 한마디에 보기 시작했다.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더니 최근엔 유튜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엄마였다. 그런 분을 다시 TV 앞으로 오게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했다.

미디어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그동안 어르신들이 즐겁게 시청할만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는 게 늘 아쉬웠다. 노인인구 증가라는 팩트는 공허한 현실일 뿐 1020세대가 유튜브에 매달려 있어도 TV는 여전히 구매력 강한 젊은 세대 편이다. 그건 곧 내 부모님이 TV라는 매체로부터 외면 받는다는 슬픈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시니어세대와 트로트는 미디어에서 ‘소외’된다는 아픈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르가 바로 트로트다. 이 둘은 다른 세대로부터, 다른 장르로부터 ‘소외’돼 있다.

◆ 어르신 입소문에 '1020'세대도 환호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 첫 방송이 화제를 몰고 올 수 있었던 건 그동안 TV에서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어르신들의 시청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종편 예능 프로그램 첫 방송(2월 28일분)에서 5.9%라는 시청률은 이후 젊은 세대를 아우르기에 꽤 훌륭한 입소문 역할을 해줬다. 

지난 주 8회 방송은 12.9%라는 종편 예능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미스트롯’은 외면 받던 비주류의 반란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방송초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프로듀스 101’의 아류작일거라는 예상에 허를 찌르며 시니어세대와 트로트 장르가 갖는 ‘소외’라는 정서적 동질감이 빚어낸 가히 ‘역작(力作)’이라고 할 만하다. 무엇보다 그저 TV를 보며 즐거워하시는 엄마를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내일은 미스트롯. 사진제공=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사진제공=TV조선

‘미스트롯’은 10대부터 40대까지, 학생부터 아이 엄마, 그리고 아마추어에서 가수 활동 10년 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의 참가자들을 보여준다. 이는 기회가 막혀 버린 사람들, 오매불망 기회를 찾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도전의 문턱을 낮췄다는 의미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1020세대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을 깨니 참가자들이 빚어내는 스토리는 더욱 다양해지고 무대를 향한 간절함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을 터. 기존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제한적인’ 가능성이 아닌 그야말로 제대로 ‘열린’ 가능성은 이 프로그램의 호감도를 상승시켰다.

◆ 노래가 된 절박함에 시청자 공감 ↑

자신을 알릴 길 없어 오랜 시간 무명가수라는 이름으로 버텨낸 이들의 무대에는 절박함이 녹아 있었고, 가능성이라는 출구를 찾아 나선 엄마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 빛났다. 사연이 노래가 되는 순간 시청자들의 공감도는 상승한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뛰어난 가창력은 일명 ‘꺾어 부르기’만 잘하면 된다는 트로트 테크닉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며 ‘미스트롯’이 고공행진 할 수밖에 없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다수의 실력자들이 뿜어내는 세련된 무대매너는 트로트의 매력도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엎치락뒤치락 예상을 빗나가는 순위싸움은 긴장감이 넘쳐 난다. 2시간이 넘는 방송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다. 

저마다 가슴에 사연 하나쯤은 품고 사는 우리네 모습과 한(恨)을 담은 트로트는 닮았다. 노래방 떼창으로 흥(興)을 돋우는 것 역시 그것이 갖는 우리네 정서 일게다.

‘미스트롯’을 통해 그 진가가 새롭게 발견되며 주류로 발전해가고 있는, 이제 더 이상 소외가 아닌 함께 즐기는 공감의 장르로 변화하고 있는 트로트의 ‘진화’가 반갑다. 

“나중에 너도 한 번 (미스트롯에) 나가볼래?”

엄마의 웃음기 뺀 진지한 제안에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순간이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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