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당신도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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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당신도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까?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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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노 스힐트하위전의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리뷰
도시생활자가 된 동식물의 진화 이야기
저자 메노 스힐트하위전은 네덜란드의 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며 레이던 대학교 진화생물학 교수다 [현암사 펴냄]
저자 메노 스힐트하위전은 네덜란드의 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며 레이던 대학교 진화생물학 교수다.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어릴 때 생물 과목을 싫어했다. 동물의 구조와 장기의 기능을 외우거나 그 대사작용과 화학작용을 이해하는 게 까다로웠다. 그렇다고 다른 과학 과목을 좋아했다는 건 아니다. 어쨌든 난 이과 체질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는 자연과학 관련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물론 일반인을 위한 상식 수준의 책이 대부분이었지만, 어떤 분야의 호기심이 쌓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쓴 전문 서적도 찾아 읽었다. 그 분야 연구를 위해 쌓아야 하는 기초 공부가 내게는 어려웠지만, 그 연구 결과 자체는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곤 했다.

물론 그런 책들을 읽는다고 삶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자연이 돌아가는 모습에서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으며 놀라워할 때가 많았다. 이번에 읽은 책도 그랬다.

오늘 소개하는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는 생태학 전문가가 쓴 책이다. 저자 메노 스힐트하위전 (Menno Schilthuizen)’은 네덜란드의 생태학자이자 진화 생물학자로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교 교수로 있다.

박새는 검정색 긴 넥타이를 한 수다쟁이 텃새다  [사진=국립중앙과학관 홈페이지]
박새는 검정색 긴 넥타이를 한 수다쟁이 텃새다. 사진=국립중앙과학관 홈페이지

주위환경에 따라 노랫소리를 조절하는 박새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 위주 환경인 도시에서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특히 도시 특성에 맞춰 변화하면서 혹은 진화하면서까지 적응하는 동물들을. 자연 그 자체인 동물들이 어떻게든 변화하고 적응하며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 변화로 생긴 차이를 측정 분석하여 도시에 사는 개체와 시골에 사는 개체를 비교하였다. 주변 환경이 어떻게 작용을 하여 그런 변화가 왔는지를 다양한 동물을 사례로 들었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여러 번 언급된 `박새`를 예로 들어보겠다.

박새는 참새만 하고 머리는 검은색, 뺨은 흰색인 작은 새로 한국에서는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짹짹대며 지저귀는 참새와는 달리 휘파람 소리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가슴과 배에는 넥타이 모양의 검정 띠가 눈에 띄는 새다.

저자는 먼저 박새들이 주변 환경에 따라 노랫소리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다양한 선행 연구를 근거로 설명한다.

 

소음이 심한 곳에 서식하는 박새는 자신의 울음소리가 도시 소음에 묻히지 않도록 음높이를 3킬로헤르츠 이상으로 높여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밝혔다. 반면 조용한 지역에 사는 박새들은 2.5킬로헤르츠보다 낮은 소리로도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233)

 

그게 무슨 차이냐 싶겠지만 사람으로 치면 베이스와 테너의 차이 못지않게 전혀 다르게 들린다고. 다른 학자들도 이런 현상이 다른 새들에게도 나타난다는 걸 알아냈다. 직박구리, 멧종다리, 참새 등도 도시에서는 시골에 사는 같은 종의 새보다 더 높은 소리로, 더 큰 소리로 노래한다고.

도시에 사는 새들이 더 크게 울게 된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도시 소음 때문이었다. 새들에게는 울음소리가 배우자를 찾는 열쇠가 되니까 더 크게 울어야 했다는. 당연하게도 높은 소리로 더 크게 우는 수컷을 암컷이 선택했고 그런 성향이 DNA로 후세에 전해져 도시에 사는 새들이 시골 새보다 더 큰 소리를 자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며 진화하는 생물들

소리만 그럴까? 저자는 도시 환경이 외모에도 변화를 주게 되었다고 한다. 다시 박새를 예로 들자. 위에서 박새의 특징이 가슴에 난 검은 넥타이 무늬라고 했다. 전통적인 박새 연구에서는 수컷 박새의 경우 넥타이 무늬가 넓을수록 지배적이고 공격적이며 둥지를 더 안전하게 보호하고 더 우수한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고 봤다.

그런데 도시에서도 그럴까? 상황이 역전되었다. 그 크기가 미세해서 일반인은 작은 변화일뿐이라고 느끼겠지만 생물학자들은 매우 큰 변화라고 보았다. 죽고 사는 것을 가르는.

 

“(도시에 사는 수컷 박새의) 넥타이 무늬가 좁은 개체는 잘 지내는데 이 무늬가 널찍한 개체는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249)

 

도시에서는 몸을 숨길 환경이 시골보다 나빠서 눈에 띄는 새들이 죽을 확률이 높다는 거다. 검은 넥타이가 넓을수록 포식자에게 잡힐 확률이 높다는. 다른 사례로 든 방울새도 도시에서는 시골에서보다 꽁지깃이 짧은 수컷들이 많았다고. 맹금류의 눈에 덜 띄는. 이러니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게 되고 그들의 후손도 그런 DNA를 갖고 태어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저자는 박새 외에도 다양한 동물들을 사례로 들었다. 도시에 사는 종들이나 인간의 흔적이 많은 곳에 사는 종들이 그렇지 않은 종들과는 다른 변화를 겪으며 진화해 가고 있으며 그렇게 살아남은 요인이 변이를 거쳐 DNA로 전해지거나 우월한 개체가 성선택을 통해서 후세에 전해진다는 것.

때로는 ‘'전적응(前適應, 생물이 현재 처해 있는 환경과는 다른 환경에 처하거나 생활양식을 바꿀 필요가 생겼을 때 이미 그것에 적합한 형질을 가지고 있어 적응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현상)'’이나 ‘'국지적 적응을 통해 살아남는 종들이 주류가 되어간다고.

그렇지만 그런 형태 변화를 유도하는 가장 큰 요인은 2종과의 조우라고 한다. '"인간 또는 인간이 도시에 들여온 다른 생물과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결론은 인간 때문이었던 것.

그렇다면 저자는 이 책에서 설명한 여러 동물이 도시에서 보여준 변화를 '진화'라고 주장하는가? 다윈으로 대변되는 진화 관점으로는 아직 증명하기 어려운 짧은 시간에 걸친 미세한 변화라면서 계속 연구하고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동료 과학자들은 물론 미래의 과학자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그만큼 여러 세대를 걸친 관찰과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저자는 자신과 독자에게 묻는다. “인간도 진화할까?”라고. 환경의 변화 때문에 과거보다는 돌연변이가 나올 확률이 높고 사람의 성적 특징도 변해가는 사실에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어쨌든 인간이 지구의 유전학적인 구성을 바꾸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책에서 증명한 도시 진화가 우리가 사는 생태계를 재형성한다는 사실에서 지금의 변화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 곳곳 밝은 조명 아래 어두운 곳 혹은 거대한 섬 같은 도시 외곽에는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진=pixabay]
도시 곳곳 밝은 조명 아래 어두운 곳 혹은 거대한 섬 같은 도시 외곽에는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진=pixabay

 

사람도 적응하며 변화하는 동물이었다

읽는 내내 내 모습이 떠올랐다. 전학을 갔는데 예전 학교와 너무 분위기가 달랐던 초등학생 시절. 신문과 방송이 진실을 숨긴 걸 알게 된 대학생 시절. 투명인간처럼 지냈던 외국시절. 내 이상과 다른 실행을 해야 했던 직장인 시절. 그야말로 계속 적응해야 했고 변해야 했던 내 모습.

그러고 보면 사람도 적응하며 변화하는 동물이었다. 그런데 본인의 미숙한 적응과 변화에는 관대하면서 정작 타인의 그것엔 거부감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이 혹독한 자연환경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다름과 낯섦은 이해 못 하는 차별의 나라.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도 떠올랐다. 도시 환경에 적응하려고 제 몸까지 바꿔가며 살아가는 동물들 모습에서.

도시 곳곳 밝은 조명 아래 어두운 곳 혹은 거대한 섬 같은 도시 외곽에는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이 이 땅에서 주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다운 대우를 받으며 살기 위해서는 어디까지 변화하여 어떻게 스며들어야 할까?

물론 그렇게 변화해서 스며든다고 이 사회가 과연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바꿔야 할 건 다른데에 있으니까. 적응과 변화는 상호작용인데 자연의 약자인 동물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 사회의 약자들도 일방적으로 적응해야 하고 변화해야 하는 환경에 내몰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저자 메노 스윌트하위전 [사진=schilthuizen.com]
저자 메노 스윌트하위전. 사진=schilthu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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