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리포트] 美 민주당, '트럼프 탄핵 반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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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리포트] 美 민주당, '트럼프 탄핵 반대' 까닭은
  • 권혜미 뉴욕통신원
  • 승인 2019.04.25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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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상원 다수 차지, 탄핵 의미없어"
하원 법사위 앞세워, 내년 대선 겨냥
민주당, 내년 대선서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맹공 예고
백악관도 대응 전략 '절치부심'
뮬러 특검 보고서

[오피니언뉴스·뉴욕=권혜미 통신원] 지난 22일 열린 민주당 컨퍼런스에서 낸시 펠로시 (Nancy Pelosi)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비윤리적이고, 비양심적인 행위를 했지만, 민주당은 탄핵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탄핵 소추 개시를 거세게 요구하는 동료 의원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현지 언론은 이에 대해 대통령 탄핵이 실패할 경우 돌아 올 역풍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이미 민주당 다수 하원의원들도 탄핵은 시기상조라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입길에 오르고 있는 펠로시 의장이 아무런 전략을 내놓지 않은 것 만은 아니다. 그녀가 탄핵대신 선택한 비장의 카드에 현지 언론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6년 힐러리의 대선실패 교훈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은 지난 2014년 벵가지 하원 특별 조사위원회의 선례에 힌트를 얻었다. 2012년  리비아 벵가지의 미 대사관 폭탄 테러로 대사를 포함한 다수의 외교관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하원을 지배하고 있었던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과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이자 당시 국무부 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하는 방편으로 특별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6번의 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개인 이메일을 통해 국무부 업무를 보았다는 증거가 발견됐고, 이에 대한 미연방수사국(FBI) 조사가 시작됐다.

당시 막강한 대선 후보로 각인되며 꺾을 자가 없어 보였던 힐러리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게 된 데는 하원 특별위에서 시작된 이메일 스캔들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있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공격과 FBI 조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지면서 대통령 선거에 직접 패배 원인이 됐었다는 것이다. 

탄핵대신 법사위 앞세워 내년 대선 때 '맹공' 준비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지난 대선에서 배운 교훈을 잊지 않은 듯 하다.

탄핵이라는 위험성이 큰 도박을 하는 대신 이미 헌법에 보장돼 있고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 법사위원회를 통해 추가적인 사실을 밝혀내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겠다는 복안도 깔려있다. 

또한 입법부의 막강한 권한에는 입법을 통해 '사법 방해'의 정의를 바꿀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사실상 탄핵이라는 말만 안썼을 뿐, 상하원 법사위원회에서 뮬러 특별검사, 바 법무장관, 메게인 전 백악관 변호사의 증언을 듣는 것 자체가 탄핵 절차와 다를 게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은 무리하게 탄핵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왼쪽은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 사진=연합뉴스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은 무리하게 탄핵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왼쪽은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 사진=연합뉴스

뮬러 리포트에 대한 美 민주당내 2개의 기류

민주당 컨퍼런스에 앞선 지난 19일 발표됐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2016년 대선 때 러시아 개입을 조사 리포트 (이하 뮬러 리포트· Mueller Report)수정본은 '트럼프 선거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미 대선 개입을 공모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뮬러 리포트는 그러나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캠프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서로 이익이 된다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발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대통령이 권한을 불법적으로 행사하는데 있어 헌법에 보장된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시스템을 보여주고 그 누구도 법 위에 설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기 위해 의회가 사법 방해법을 적용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향후 의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뮬러 리포트 발표 이후 민주당은 두 부류로 분열됐다. 하나는 보고서에 나온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니 탄핵 소추 절차에서 사법 방해 (Obstruction of Justice)를 증명하기 어렵고,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원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트럼프의 재선만 도울 뿐이라는 의견이다.

탄핵을 밀어 붙여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들은 설사 탄핵에 성공하지 못할 지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향후 미 대통령에게 심각한 잘못된 행위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무섭고 정치적 대가를 치룰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컨퍼런스에서 낸시 펠로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은 탄핵을 추진하지 않고, 하원 사법 위원에서 뮬러 리포트에 기반한 추가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주 출신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연방 하원 법사위원장은 향후 몇 주 내에 윌리엄 바 법무장관, 로버트 뮬러 특별 검사, 돈 메게인 전 백악관 변호사를 상·하원 사법 위원회 조사에 소환해 증언할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대통령(왼쪽부터), 바 美법무장관, 뮬러 특별검사. 사진=AFP연합뉴스

◆ '스타 증인' 메게인 청문회 소환 놓고 백악관-의회 신경전

백악관도 민주당의 속셈을 모를 리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특권을 사용해 메게인 전 백악관 변호사의 소환을 저지하고, 하원이 증언을 요청한 백악관 직원들의 소환을 줄줄이 거부하고 있다.

매게인 변호사는 뮬러 보고서에 157번 언급된 핵심 증인으로 사법 방해 조사에 기여한 스타다. 그의 하원 위원회 조사 등판 여부가 큰 관심을 모으는 건 당연하다. 

2016년 뮬러 검사의 조사가 시작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 팀은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빠르게 조사를 마무리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매게인 변호사에게 특별 검사팀의 조사에 응하라고 명했다.

당시 메게인 변호사는 대통령의 측근이 특별 검사팀의 조사에 응하는게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조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뮬러 팀의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

메게인 변호사는 이 조사에서 대통령이 그에게 직접 '뮬러 특별 검사를 법무팀을 통해 해고하라'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증거가 남지 않게 하라' 는 등 대통령의 최측근이 아니면 모를 백악관 집무실에서의 내밀한 대화 내용을 증언했다. 

메게인 변호사는 자신은 '대통령직'에 대한 변호사지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가 아니므로 자신이 한 증언은 비밀 보장 의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는 전 뉴욕 시장 쥴리아니 변호사는 메게인의 신뢰성을 떨어트려서 뮬러 보고서를 공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메게인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고, 같은 사건에 대해 두 세가지의 다른 버전이 있다며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메게인의 변호인은 메게인은 위증의 위협을 무릅쓰고 진실을 이야기 했을 뿐 대통령이 사법 방해를 했다고 비난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고객이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변호사에게 물어 볼때가 있지 않나. 메게인은 대통령 생각을 들어 줬을 뿐이고, 실제 대통령이 권한 밖의 일인 뮬러를 해고하라고 했을 때 거부했다” 며 메게인을 방어했다.

메게인은 뮬러 검사를 해고하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한 자신을 1973년 “토요일 밤 학살 (Saturday Night Massacre” of 1973)이라는 워터게이트의 유명한 일환와 연관해 언급했다.

닉스 대통령에 대한 워터게이트 조사가 시작되려 하자 닉슨 대통령은 아처 볼트 콕스 특별검사를 해고하라 지시했고 이를 거부한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사임한 사건이다. 후에 법무부 서열 3위인 로버트 보크 차관이 콕스를 실제 해고한 이유로 다음 해인 74년에 닉슨이 하야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보고서에서 자신의 잘못을 하나도 밝혀내지 못했고 다 끝났다"고 트윗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는 대통령이 무죄라고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이에 향후 하원 위원회의 추가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조사에 향후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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