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르포] LG화학·한화케미칼 "유착 없어"에 여수시민만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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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조작` 르포] LG화학·한화케미칼 "유착 없어"에 여수시민만 불안불안
  • 여수=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4.19 16: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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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업체 모두 특정 측정업체가 담당...조작 사실, 유착가능성 모두 부인
LG화학 현지공장직원들 "본사 공장 폐쇄 결정, 아는 사람 없어"
측정조작 의혹 정우엔텍연구소, 취재요청 불응...진상 파악 `모르쇠`

[오피니언뉴스ㆍ여수=이성노 기자] 18일 오전 여수엑스포역 하차. LG화학, 한화케미칼 전남 여수 공장 취재차 내려 온 길이다.

‘웬걸’...하늘은 청명하고 대기는 맑았다. 이들 공장의 배출가스 조작 소식에도 여수의 하늘은 숨막혀 보이지 않았다. 평일인데도 엑스포 광장엔 적지 않은 소풍·관광객들이 완연한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전 10시30분. 여수 미세먼지 농도 ‘좋음’, 섭씨 22도’ 손에 든 스마트폰이 맑은 여수를 알려주고 있다. 전남 여수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전날(17일)오후 배출가스 조작이 발표되면서 전국에서 화제가 됐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17일 여수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배출가스 측청대행업체인 정우엔텍연구소와 공모해 각각 총 149건, 37건에 이르는 측정치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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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화학업체들로 가득한 여수국가산업단지는 전날 드러난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수치 조작으로 다소 냉랭한 분위기였다. 사진=이성노 기자

공장으로 향하는 길. 머릿 속 키워드는 ‘미세먼지’가 아니라 ‘조작’으로 바뀌고 있었다.

LG화학이 149건의 배출가스 농도를 조작해 감독 관청에 보고해도 여수 하늘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하늘이 맑고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으로 나오면 공장 배출가스 측정치 ‘조작’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

LG화학과 한화케미칼같은 글로벌수준 기업들에 어울리지 않는 ‘조작’이란 단어를 푸른 여수 하늘이 덮어주고 있는 듯했다.

화학업체들로 가득한 여수국가산업단지로 들어서자 따스한 봄바람 대신 냉랭한 기운이 가득했다. 전날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배출가스 측정대행업체와 수치를 조작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걸 충분히 알고 있는 때문인지 몰라도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의 대응은 신속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전날 사과문을 발표하는 동시에 문제가 된 PVC(폴리염화비닐) 페이스트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케미칼은 "허위 기재된 사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겠다"면서 "아직 어떠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고,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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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화치공장 직원들은 미세먼지 측정조작 사건에 대해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사진=이성노 기자

여수시민 "아직 공기 맑다고 용서되는가"  

기자가 만난 여수 시민들은 이번 대기업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조작 의혹에 대해 잘 알지 못한 눈치였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면서 `미세먼지 측정조작 사건`을 설명하자, 그 때서야 놀라는 반응을 보인 시민도 있었다.  

한 30대 남성은 "그런 일이 있었나"라며 "화학단지에 공기가 좋을 리 없겠지만, 대기업이 그러면 되겠나…"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러 화학업체가 모여있는 산업단지로 자주 다니는 60대 택시 기사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최근 미세먼지로 이야기가 많은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며 "경제활성화라는 목표가 미세먼지로 뒤덮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는 산업단지로 운행 시에 공기가 뿌옇거나 불쾌한 냄새를 느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여수 시민들은 ‘그들이 조작했다’는데 사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전남환경운동연합이 LG화학 여수공장 정문 앞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값 조작 LG화학·한화케미칼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이성노 기자  
전남환경운동연합이 18일 LG화학 여수공장 정문 앞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값 조작 LG화학·한화케미칼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이성노 기자  

LG화학 공장 현장직원 "PVC공장 폐쇄는 금시초문"  

18일 오전 11시 LG화학 여수화치공장.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전날 사건 때문인지 현장 직원들의 표정은 다소 어둡게 보였다. 정문을 나오는 직원들은 내부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부분 "이전과 비슷하다", "잘 모른다"며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만, 문제가 된 PVC공장에 지인이 있다고 밝힌 한 협력업체 직원은 내부 분위기를 보다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는 "수치 조작 발표가 난 17일 PVC 공장 내부 분위기는 말 그대로 완전 뒤집어졌다"고 말했다. 기자가 공장 폐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말이냐"라고 반문하며 “직원들은 공장 폐쇄에 대해 듣진 못했다”고 깜짝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LG화학이 공장 폐쇄를 언론에 공개했지만 내부 통신망에는 아직 알리지 않은 듯했다.  

폐쇄 여부에 대해 LG화학에 물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PVC 페스트 공장 폐쇄는 결정됐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방향과 해당 직원의 고용에 대해선 내부 검토 중”이라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2월초 공장 환경 담당자가 환경청의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 회사가 인지하게 됐다”면서 "현재 회사 내부에서도 감사가 진행되고 있고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와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정우엔텍연구소에  지난 2001년부터 20년 가까이 배출가스 측정을 의뢰해 왔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외부 검사 기관이라 할 수 있는 배출가스 측정업체 중 특정업체가 18년 연속으로 측정 업무를 맡아왔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유착 의혹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관계자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환경 담당 직원을 믿는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사진=이성노 기자
한화케미칼 여수공장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환경 담당 직원을 믿는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사진=이성노 기자

LG화학 여수공장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금전 거래나 유착 관계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이 내놓은 정우엔텍연구소와 유착관련 해명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환경부의 측정수수료 고시 가격으로 정우엔텍연구소와 지난 2001년 첫 계약을 체결했다. 또 2007년 측정수수료 제도가 폐지된 후 입찰을 통한 계약을 고려했으나 정우엔텍연구소 측에서 종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계약 수준을 제시해 2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LG화학 홍보 담당자는 "여수 화학산업단지 내 LG화학 사이트(공장)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곳이 정우엔텍연구소이었다"면서 "장기간 계약에 대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유착의혹을 부인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외부에서 특정 업체과 장기간 계약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환경연구개발과 관계자는 "과거 측정수수료 고시가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고가 내려온 2007년에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오를 넘어서자 LG화학 여수공장 앞에는 20여명의 전남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값 조작 LG화학·한화케미칼 규탄 집회'를 열고 항의했다. 

이들은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범죄이자, 시민들을 기만한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다"며 정부의 수사 확대와 관련자 엄벌을 촉구했다. 

정우엔텍연구소는 LG화학·한화케미칼과 계약 과정에 대해 대답을 회피했다. 사진=정우엔텍연구소 홈페이지
정우엔텍연구소는 LG화학·한화케미칼과 계약 과정에 대해 대답을 회피했다. 사진=정우엔텍연구소 홈페이지

담당직원 감싸는 한화케미칼 "억울하다, 결백하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수사 자료를 인정하고 대표이사가 즉각 사과문을 발표한 LG화학과 다르게 한화케미칼은 "공모에 대한 어떠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관계자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회사 환경부서 담당관을 믿는다"며 환경부와 영산간유역환경청이 발표한 범죄사실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측정값 조작과 관련해 단 하나의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며 "답답할 노릇"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공장 관계자는 "환경 담당자는 내부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직원"이라며 "대리 직급이 독단적으로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하는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장 내부 분위기도 담당 직원을 믿는다는쪽”이라며 “향후 검찰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모 부분과 관련해 혐의가 있을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 담당자는 회사 자체 조사는 물론 조사 기관으로부터 두차례 걸쳐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측정기록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장 측은 취재기자가 정우엔텍연구소와의 계약에 대해 질문을 계속해도 철저히 함구했다. 관계자는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 포함된 내용 이외에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현재까지 혐의에 대해서는 결백하지만,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이야기할 수 없다"며 재차 양해를 구했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두군데 모두 대기오염 측정값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정우엔텍연구소 역시 입을 굳게 다문 채 정확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의 계약 과정에 대해 문의했으나 묵묵부답, 불안해 하는 여수시민들을 외면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단호하고 성급한 어투로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고, 언제 복귀할지 모른다"면서 "개인 연락처도 알려줄 수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또다시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할 말은 없다. 전화를 끊어도 되겠느냐"는 언급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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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현지 화학업체들은 정부가 업체들의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환경기준을 강화하는 바람에 수치를 조작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사진=이성노 기자

배출가스 조작도 정부 책임? 

화학업계에선 "정부가 기업에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환경 기준만 강화해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쓰는 경우가 발생한다"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환경보호 강화 정책에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에 책임이 있긴 하지만, 정부의 미비한 환경 제도와 시스템도 이번 사건을 야기하는데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환경부 대기관리과 관계자는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기오염물질 기준은 5년마다 강화되고 있고, 새롭게 강화하는 기준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몇 년전부터 실태조사를 통해 입법예고를 했고, 업체들에도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기준이 강화되는 것과 기록을 조작하고 허위로 기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 역시 황당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법은 엄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기업에서는 오염물질에 대해 꾸준히 관리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여수 산업공단 현지 공장들이 오염물질 측정치 조작사실도 인정하지 않고, 정확한 진상도 공개하지 못하는 동안 여수 시민들의 불안감만 더욱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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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krxowls 2019-04-21 23:41:26
어쩐지 몇해전부터 북동풍부는 봄에 기관지가 이상하더라구요
이유있는 ...병원 환자도 많아지고, 보험회사는 실비 지급청구금
이유서찾아 대상사업장에 구상권 청구해야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