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책은 세상을 보는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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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책은 세상을 보는 렌즈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19 09: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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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리뷰...MIT 대런 에쓰모글루· 하버드대 제임스 A. 로빈슨 교수 공동 저작
"경제 불황, 사회 양극화,청년 실업, 불안 심리…. 문제는 제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시공사 펴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시공사 펴냄.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나는 책을 자주 산다. 덕분에 모 인터넷 서점에서는 플래티넘 회원이라고 우대한다. 때론 내용보다는 책 디자인이나 사은품이 좋아서 사는 책도 있다. 이런저런 책들이 꽂힌 책꽂이를 보면 난 즐겁다. 나는 어쩌면 독서보다는 책 자체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 읽고 말 책을 왜 사냐는 얘기도 듣는다. 물론 한 번 읽거나 그나마 읽다 마는 책도 있지만, 다시 꺼내어 읽게 되는 책도 있다. 그런데 다시 읽다 보면 처음 읽었을 때 감동이나 성찰로 와 닿았던 지점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는 걸 느끼기도 한다. 그런 변화에서 내게 닥친 변화를 느끼기도 하고.

이 시절 생각나는 책이 있어서 다시 꺼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MIT 경제학과 교수인 대런 에쓰모글루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제임스 A. 로빈슨이 함께 썼다.

나는 이 책을 세 번 읽었다. 매번 다른 느낌을 받았고. 이 책이 회자 된 시기도 세 번 정도다. 마침 나도 그 시기에 맞춰서 읽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2012년에 한 번, 2017년에 한 번, 그리고 이번 봄에 한 번.

이 책은 경제학과 정치학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함께 썼다. 그래서 이야기를 체제로 풀어간다. 경제체제와 정치체제. 각자 전공관점에서 실패한 나라들과 성공한 나라들의 체제를 비교 연구했다. 그 모델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원인을 찾고 해결점을 제시한다.

 

체제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

700페이지에 가까운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체제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 체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이때 성공한 국가의 조건은 경제 수준이다.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 데는 경제 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 제도를 갖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77)

 

저자들은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를 착취적 제도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헤어날 수 없는 상황에도 이른다고.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는 경제성장을 저해하거나 심지어 발목을 잡는 착취적 정치제도를 기반으로 착취적 경제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129)

 

그런 국가로 아프리카에서는 짐바브웨와 시에라리온,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아시아의 북한과 우즈베키스탄을 사례로 들었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사회 대다수를 희생시켜가며 권력을 영구히 유지하려는 엘리트층이 도사리고 있다고. 그들이 저지른 만행들을 언급하며 착취적 정치제도는 착취적 경제제도를 만들고 부와 권력을 엘리트층으로 몰아준다고 설명한다.

반면 성공한 국가들에는 포용적 정치제도와 경제제도가 있다고 분석한다. 그런 나라들에서는 충분히 중앙집권화되고 다원적인 정치제도포용적 정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 정치제도가 포용적 경제제도를 가능하게 한다고.

 

“(그런 나라들에서는) 더 많은 일반 대중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개개인이 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88)

 

이런 나라들의 사례로 미국과 서유럽, 일본과 싱가포르를 꼽는다. 특히 한국을 여러 챕터에서 좋은 사례라고 언급한다.

왼쪽부터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로빈슨,오웬 바더 CGD (국제개발센터) 국장 [사진=Developmentdrums.org]
왼쪽부터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로빈슨,오웬 바더 CGD (국제개발센터) 국장 [사진=Developmentdrums.org]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르게 읽히다

나는 앞에서 이 책을 세 번 읽었다고 했다. 모두 그 시기의 사회 상황과 맞물려 이 책에 눈이 갔었다. 읽을 때마다 느낌은 달랐고.

2012년도에 읽었을 때는 책 내용이 어떤 프레임에 이용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당시 정부는 이전 정권의 정책이 정부 실패였다는 메시지를 내곤 했다. 북한과의 관계는 대결로만 이끌었고. 그래서 이 책에 언급된 내용이 어쩌면 당시 정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한 건 아니었나 생각했었다. 출판사의 이력도 그렇고.

북한을 실패한 국가의 대표적 사례로, 남한을 성공한 국가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해서 그랬을까? 당시 언론에서는 이 책을 앞다투어 소개했다. 그래서 나도 찾아서 읽어 보았을 것이고. 왠지 사고 싶진 않아서 서점에서 간간이 읽다가 나중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읽고 보니 북한과 남한 비교는 일부였다. 오히려 당시 정부가 불편해할 이야기들이 많았다. 어쩌면 남한도 착취적 제도에 가까운 거 아니냐는 생각을 들게 한 것. 포용이라는 단어가 감싸고 받아들이는 걸 의미하는데 극히 일부만을 감싸고 받아들이는 건 아닌가 하는. 게다가 포용은 변화를 전제로 하는데 오히려 변화를 바라지 않는 정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건) 지속적 성장을 하려면 혁신이 있어야 하는데, 혁신은 반드시 창조적 파괴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는 옛것을 새로운 것으로 갈아치울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기성 권력 기반을 뒤흔들기 마련이다.” (608)

 

그다음 정권은 '창조'라는 말을 매우 좋아했다. ‘슘페터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에 영감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권 역시 변화를 바라진 않았다.

그리고 많은 일이 있었고 2017년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추천했고 직접 사서 읽게 되었다. 세상이 바뀌어서 그런가 그 몇 년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읽었다. 그 전에는 잘살고 못살고 한 배경에 눈이 갔었는데 정치제도에 관한 메시지에 눈이 갔던 것.

한 사람에게, 그 사람을 따르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걸 막지 못하면 결국 그 나라는 실패한다는 결론이었다. 권력이 집중되면 부는 한곳으로 쏠리기 마련이고 그를 반대하는 에너지가 커져서 결국은 쓰러지고 말 것이라는 메시지. 딱 우리나라 이야기였다. 그 몇 년 동안 남한에서 목격한 일들을 책에서 분석해주니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읽었던 것.

그리고 2015년, 국가라는 단어에 이끌려 다시 꺼내 읽었다. 밑줄 친 곳과 메모를 보니 당시 내 마음이 읽혔다. 책은 어쩌면 나와 세상 사이에 있는 렌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도 보이게 하고 저렇게도 보이게 하는. 그런 렌즈를 통해서 보는 눈,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5년 전 4월이 떠올랐다. 나는 그때 광화문에 있었다. 광장에 있었다는 게 아니고 근처 건물에서 일하는 직장인이었다. 어쩌면 광장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출근할 때, 점심 먹을 때, 퇴근할 때 광장을 지났으니까.

많은 걸 보았다. 국가가 무너지는 모습을, 촛불이 국가를 다시 세우는 모습을. 방에 틀어박혔던 대통령이 밖으로 나오고 배가 떠오르는 모습도 보았다. 배는 할 말이 많다는 듯 물을 뿜어냈지만, 한동안 바로 세우진 못했다. 살아남은 자들이 바로 세워야 하는 유산이었을까?

봄이 또 와서 꽃은 피었고 배도 바로 세웠지만 정작 바로 세워야 할 것은 아직 그대로 누워있다. 이 책에서 실패한 국가들을 언급하며 지적한 모습이 떠오른다. 시민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여전하다.

 

마크 저커버그가 그의 반려견 비스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고있다 [사진=저커버그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반려견 비스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고있다 [사진=저커버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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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진 2019-04-20 13:09:13
공감가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