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 3.1% `법 있으나마나`...국책은행, 시중은행보다 더 안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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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고용 3.1% `법 있으나마나`...국책은행, 시중은행보다 더 안지켜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4.18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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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은행권 장애인 고용 비율 1%대
3.1% 넘지 않으면 부담금 내야 하지만 고용 쉽지 않아
농협·우리, 장애인 특채 진행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은행권에서 장애인 채용은 여전히 '금기어'에 가깝다.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도 장애인 채용에 크게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난해 장애인 고용율은 지난해 세 곳의 장애인 고용률은 0.86%로 1%도 채 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난해 장애인 고용율은 지난해 세 곳의 장애인 고용률은 0.86%로 1%도 채 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개 채용 예정 은행 4곳(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가운데 금융공기업인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은 모두 장애인 채용을 따로 준비하고 있지 않다. 시중은행에서는 우리은행만이 장애인 특별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30명, 기업은행 220명, 신한은행 300여명 규모의 채용계획을 갖고 있지만 이 가운데 장애인 채용인원은 없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300명을 채용할 예정인데 장애인과 보훈대상자를 포함해 총 50명을 뽑기로 했다. 

금융공기업 2곳, 시중은행 2곳 등 모두 4개 은행이 올 상반기에 약 850명을 채용할 예정이지만, 장애인을 위한 자리는 최대 50석도 채 되지 않는다. 하반기 채용 예정 은행들 역시 장애인 특별 채용 계획은 따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로 정부는 4월을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기간'으로 정해 놓고 있지만 은행권을 비롯한 업계 전반에 장애인을 위한 특별 전형은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 국책·시중은행 장애인 고용 비중은 2% 미만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3.1%다. 100명 가운데 3명 정도는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한 사람당 월 59만원의 부담금을 내야하지만, 지난해 채용 인원의 3%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한 은행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의 장애인 평균 고용률은 1.03%에 그쳤다. 

국책은행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73명 가운데 장애인이 한 명도 없었고,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54명 가운데 장애인은 전무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최근 5년(2014~2018년) 장애인 채용 인원은 4명씩이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340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장애인은 단 4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1.18%다. 

지난해 KDB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의 장애인 고용률은 0.86%로 5대 시중은행에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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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은행 가운데 농협과 우리은행이 장애인 특별 채용을 진행한다. 사진=연합뉴스

◆ "고객 대응 업무 대부분…역차별성도 고려해야"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공보나 인사 담당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채용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무 성격상 장애인이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데다, 장애인 지원자수가 선별해 뽑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 것도 현실이라는 게 이유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이 채용 시 장애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우대하고 있지만, 지원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특채까지 진행된다면 오히려 역차별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채용비리로 곤욕을 치렀던 은행권은 지난해부터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어 필기시험을 도입하고 문제 출제부터 면접까지 외부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필기시험부터 블라인드 면접까지 만만치 않은 채용 과정이 장애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최근 3년 동안 장애인 채용이 없었던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장애인 채용에 관심이 없거나 소홀한 건 절대 아니다"며 "우선 지원자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래도 수출입은행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앞으로 많은 분들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2월에 실시한 100명 규모의 청년 인턴 채용 당시 장애인을 구분해 채용한 바 있다. 

◆ '장애인 특채' 농협·우리은행 "장애인 고용 확대됐으면…"

농협과 우리은행은 업계에서 드물게 장애인을 위한 특별 채용을 준비했다. 

농협은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3.1%를 달성하기 위해 384명의 장애인 특별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예정 인원이 충원되지 않으면 수시채용을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다. 최대한 많은 인원이 은행에 배치될 것이라는 게 농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농협의 장애인 특별 채용에 대해 "소식은 접했는데 부서 배치와 정규직 여부가 궁금하다"며 "아마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배치 부서는 대부분 사무지원이 될 것이고, 정년은 보장된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창구업무는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직원 본인과 회사 모두 원활한 업무를 위해 사무지원 부서에 배치하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라며 "장애인 직원은 정년이 보장된 무기계약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장애인에게 고용 기회가 주어진다면 삶의 의욕도 높아질 것이고, 회사 차원에서도 능력 있는 인재가 들어온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면서 "앞으로 업계 전반에 장애인 고용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매년 장애인을 위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장애인을 우대하고 공정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채용을 통해 사무지원직군에 별도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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