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가 영국서 철수하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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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가 영국서 철수하는 진짜 이유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4.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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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혼다 사장 "브렉시트때문만은 아냐"
美 트럼프 정부 '리쇼어링' 모방일 수도
일본 완성차 기업이 연이어 '탈 영국'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pixabay.com
일본 완성차 기업이 연이어 '탈 영국'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pixabay.com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스윈던 공장의 시빅(사륜차) 생산을 2021년 중 종료하겠다" -2월19일 혼다

"SUV 엑스트레일의 차기 모델을 영국이 아닌 규슈서 생산하겠다" -3월3일 닛산

"선더랜드 공장의 고급차 인피니티QX30 생산을 중단하고 2020년 판매를 종료하겠다" -3월12일 닛산

"노딜 브렉시트일 경우 2023년 이후 영국 생산을 철수할 수 있다" -3월  도요타 

'브렉시트 파장 인가' , '자국 경제 활성화위한 리쇼어링인가'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잇따라 '탈(脫) 영국'을 선언하고 나섰다. 혼다와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주요 완성차 기업은 영국 내 생산 계획을 취소하거나 철수를 발표하고 있다. 영국 현지 언론은 물론 각국의 주요 언론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Brexit)로 영국 생산 메리트(이점)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완성차 기업은 브레시트 때문에 영국을 떠나는걸까. 

닛산(사진), 도요타, 혼다 등 일본의 완성차 업체는 연이어 영국에서 생산 공장을 철수하고 있다. 사진=pixabay.com
닛산(사진), 도요타, 혼다 등 일본의 완성차 업체는 연이어 영국에서 생산 공장을 철수하고 있다. 사진=pixabay.com

◆자국으로 'U턴' 중인 일본 자동차 기업

하치고 다카히로 혼다 사장은 영국 남부 스윈던 공장 철수를 발표하면서 "이번 철수는 브렉시트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노우에 혼다 유럽본부 사장 역시 "새로운 생산망 구축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어 유감"이라며 "영국 공장 폐쇄는 '브렉시트' 보다는 생산지 구조조정 전략의 영향이 컸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자국 생산 확대는 수년전부터 속도를 냈다. 2015년 도요타는 캐나다에서 생산하던 '렉스터RX'를 후쿠오카현 미야타 공장으로 생산이전했다. 이어 2017년에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생산하던 '캠리' 물량 10만대를 아이치현 공장으로 옮겼다. 

혼다도 마찬가지다. 2016년 멕시코에서 일본 사이타마현으로 23년 만에 공장을 이전한데 이어 올해 2021년 스윈던 공장 폐쇄와 터키 공장 '시빅'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영국과 터키의 생산물량은 일본으로 이전될 전망이다. 닛산도 일본으로 돌아가고 있다. 2017년에는 북미에서 생산하던 '캐시카이' 물량을 일본 공장으로 옮겨 생산했다. 또 올해 영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엑스트레일'을 규슈 공장으로 이전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자국으로 돌아와 생산량을 배정하면서 일본 내 자동차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다. 2017년 5.3% 증가율을 보였던 일본 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생산량은 972만7189대로 전년 대비 0.4% 늘어나는 등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06년 1148만대로 미국을 제치고 자동차 생산량 1위에 올랐던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2011년 900만대 밑으로 추락했다가 일본 완성차 업체의 U턴에 힘입어 900만대 후반대로 늘어났다.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가 해외 공장을 정리하고 생산물량을 일본으로 배정하는 등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pixabay.com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가 해외 공장을 정리하고 생산물량을 일본으로 배정하는 등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pixabay.com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까닭

일본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귀환)' 흐름은 엔화 약세, 일본 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 영향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국 중심의 미래차 생태계 조성이라는 전략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차 등 첨단 신기술은 싼 노동력이 필수 경쟁요소가 아니라 부품회사, 연구진과 협업 등이 중요한 경쟁요소"라면서 "첨단 기술을 자국에서 개발하려는 경향은 일본 완성차 업체 뿐만 아니라 각국의 주요 제조업체의 대세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는 것 역시 미래차 시장 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전기차 부문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미국 생산과 개발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버 등장, 한계 도래한 기존 자동차 산업 사업 모델

기존 자동차 기업의 사업 모델이 한계에 도래한 점도 일본 완성차 업체의 'U턴'을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수십만 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전 세계 각지에 두며 판매하는 방식이 과거의 산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공유 업체 우버와 우리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유럽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통합 교통 서비스 '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꼽을 수 있다.  'MaaS'는 우버의 단순 카 셰어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개인 교통수단을 포함해 열차, 택시, 버스, 차량, 자건거 등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의 앱으로 제공하고 예약과 결제까지 가능하게 하는 첨단 시스템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해외생산 중단과 더불어 MaaS에 주목하고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포드는 MaaS 관련 스타트업 체리엇을 인수해 운영 중이고 다임러는 2008년부터 북미 및 유럽 주요 도시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해 1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신기술 부문 연구소 리싱크엑스(ReThinkX)는 MaaS 확산으로 자동차 차량 수요가 급감해 2030년에는 미국 시민들의 발이 되는 운송수단 중 95%가 주문에 따라 호출되는 자율주행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자동차 기업 이런 산업변화에 발맞춰 첨담기술 개발을 위해 일본으로 돌아오는 한편 새로운 플랫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도요타는 2016년 우버와 MOU를 체결했고, 지난해 5억 달러(약 555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양사는 2021년 자율주행차량 출시를 목표로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의 연이은 자국으로 귀환이 한국의 자동차 업체에 시사하는 바가 주목 받고 있다. 사진=pixabay.com
일본 완성차 업체의 연이은 자국으로 귀환이 한국의 자동차 업체에 시사하는 바가 주목 받고 있다. 사진=pixabay.com

◆일본의 U턴, 韓 '타산지석' 삼아야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조선, 철강 등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기업은 신차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나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공정설비에 투자하고 그 성과를 '자산'으로써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이익을 얻어왔다. 하지만 앞으로 자동차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제공하는 '이동 서비스' 역시 '자산'이 되는 만큼 자동차 기업은 제조한 자동차를 소유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독일 컨설팅 업체 로랜드 벨루가는 '자동차를 상품이 아닌 자산으로 보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ROA(총자산이익률)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공장 수나 높은 판매량을 목표로 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차량생산을 특정차종과 생산지에 집중해 효율적으로 이윤을 낳고 이를 새로운 서비스 투자로 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국내 완성차 업체는 일본 자동차 기업의 자국으로 귀환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며 "기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미래차 시대에 뒤처질 수 밖에 없다. 과감한 기술 투자와 경직된 노사 관계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취재에 조언해 준 #박철완 교수는 서울대 공업화학과에서 학·석·박사를 했고, 산업자원부 지정 차세대전지이노베이션센터 초대 센터장, 차세대전지성장동력사업단 총괄간사(부단장급)로 책임 운영, 드렉셀대학교 초빙 조교수, 교육부총리 정책보좌관 자문역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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