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동원참치' '한국투자증권' 신화 쓴 김재철 회장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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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동원참치' '한국투자증권' 신화 쓴 김재철 회장 퇴진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4.1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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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전격 발표...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동원그룹 이끌 듯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사진제공=동원그룹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사진제공=동원그룹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동원참치'와 '한국투자증권'의 신화를 쓴 만든 김재철(84) 동원그룹이 회장이 16일 전격 퇴진했다.

김 회장은 이날 경기도 이천 그룹연수원에서 열린 그룹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저는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고 말하며 퇴진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그룹 경영은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금융투자업으로 일찌감치 방향을 잡았고 김남정 부회장이 그룹 식품계열을 총괄해왔다.

김 회장은 오랫동안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다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퇴진은 그룹 사장단들도 전날 열린 월례사장단 모임에서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퇴임사에서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럴수록 인간은 성장하니까'라는 어느 선각자의 말을 따르려고 노력해왔다"며 "오랫동안 칭찬보다는 질책을 많이 들으면서도 동행해준 동료와 동원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 원양업과 증권에서 一家를 이루다

김 회장은 1969년 서울 명동의 한 사무실에서 직원 3명, 원양어선 1척으로 동원산업을 창업했다. 동원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1982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동원참치'가 큰 인기를 누리면서다. 이때 이후 동원산업은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성장했다.

같은 해 김 회장은 한신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도 발을 들여 놓았다. 이 회사는 이후 동원증권으로 사명을 바꿨으며 2004년 계열분리와 함께 당시 가장 큰 투자신탁회사였던 한국투자신탁을 인수해 지금의 한국투자금융지주로 급성장했다.

동원참치 성공에 자신감을 갖게 된 김 회장은 '양반김' '양반죽' 등으로 품목을 확장했고 2000년에는 종합식품기업인 동원F&B를 설립하며 종합건강식품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함께 계열사인 동원시스템는 현재 국내 최대 종합포장재 업체로 성장했으며 2016년 인수한 동부익스프레스는 물류사업을 맡고 있다. 

동원그룹은 수산 식품 포장 물류 등 4개 부분을 핵심사업군으로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해 그룹 매출규모가 7조20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 '정도경영' 철칙...다양한 사회공헌과 대외 활동

전남 강진출신으로 부산수산대를 나온 김 회장은 해양업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경륜으로 한국수산회 회장, 원양어업협회장 등을 지냈다. 바다에 대한 애정 때문에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으로 동분서주 하기도 했다. 또 1996년부터 8년간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내면서 재계의 한축을 맡기도 했다.

대외 활동 외에 김 회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의 '기업가 정신'이다. 그는 ‘기업인이라면 흑자경영을 통해 국가에 세금을 내고 고용창출로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50년간 동원그룹을 이끌어왔고 이를 꾸준히 실천해왔다. 

김 회장은 퇴임사에서도 "동원의 창업정시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오늘의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이라며 "정도(正道)를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2001년에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고 일찌감치 금융회사를 계열 분리한 것도 그의 깔끔한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원칙을 중시하고 어떠한 불의나 편법과도 타협하지 않는 성격덕분에 그에게는 늘 '재계의 신사'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그의 정도경영 철학은 지난 1991년 장남 김남구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38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 납부한 데서도 잘 드러났다.

꼼꼼한 업무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현업에 대해 워낙 잘 알고 있다 보니 고령이 된 최근까지도 업무 보고를 들어가는 임직원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장남 김남구(왼쪽)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과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사진제공=동원그룹
장남 김남구(왼쪽)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과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사진제공=동원그룹

◆ 인재육성 철학· 엄격한 자녀교육으로 유명

김 회장은 일찌감치 인재육성의 중요성을 깨달은 몇 안되는 경영자 중 하나였다. 원양어선 선장 시절부터 장학금을 지원해오던 김 회장은 창업10년 되던 1979년에 자신의 지분 10%를 출자해 장학재단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동원산업은 각 대학에 장학금을 지원했는데 금액규모 자체가 다른 장학금과 달라 많은 대학생들이 타고 싶어하던 장학금중 하나였다. 

동원육영재단은 40년 간 장학금과 연구비, 교육발전기금 등 약 420억 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지원해 왔으며 어린이들에 그림책을 나눠주는 ‘동원 책꾸러기’와 대학생 대상 전인교육 프로그램인 ‘라이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인재중시 철학은 아들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매년 대학에서 열리는 채용설명회를 직접 찾아 연사로 나서며 인재채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회장은 자녀에 대한 엄격한 교육으로도 유명하다. '현장을 모르고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철칙하에 장남과 차남 모두 경영 참여에 앞서 현장 밑바닥 생활을 경험하도록 했다.

실제로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대학 졸업후 동원산업에 입사하고서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에서 약 6개월간 생활한 적이 있다.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 역시 입사 후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 사원으로, 청량리지역의 영업사원으로 활동했다. 

김 회장의 엄격한 교육 영향 덕분인지 김남구 부회장, 김남정 부회장 모두 회사 안팎에서 '겸손이 몸에 배여 있다' '오너같지 않은 오너'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다음은 김재철 회장의 퇴임사 전문.

바다와 육지에서, 또 현장과 사무실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계실 동원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우리는 동원 창립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동원이 창립된 1969년은 인류 최초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딘 해이기도 하지요. 선진국은 달에 도전할 때에, 동원은 바다 한가운데에 낚시를 드리워 놓고 참치가 물기를 기다리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역사 발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낙담하지 않고 열심히 땀 흘리며 힘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동원은 1,2,3차 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영위하고 있고, 세계로 진출하여 국내외에 2만여 명의 동원 가족이 되었습니다. 실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고 이 모두가 전·현직 동원 가족 여러분들의 땀 흘린 결과라고 생각하기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는 결코 과거를 자랑하고 있을 여유는 없습니다. 현실은 항상 난관에 쌓여 있고,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기업 경영은 언제나 힘든 운동 경기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받고, 또 그것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럴수록 인간은 성장하니까‘라고 하는 어느 선각자의 말을 믿고 따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러기에 저와 오래 동행한 사람일수록 힘들고 고생이 많았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들으면서도 저와 함께 오래 동행해준 동료들과 동원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거듭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되어 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해서도 감사드리며, 우리 사회에 더욱더 필요한 동원이 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사랑하는 동원 가족 여러분!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오늘의 vision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입니다.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마시고, 항상 여러분의 하는 일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는지, 여러분의 활동이 사회에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그것도 너무 늦지 않게 힘차게 전진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正道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란 것도 늘 유념하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동원 가족 여러분!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하는 새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거친 바람이 불어도 동원 가족 여러분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동원 가족 여러분! 더욱 힘차고 신속하게 그리고 正道로, 여러분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더 찬란한 동원의 새 역사를 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꿈이 자라는 생활 터전을 만들어주시고 국가 사회에도 공헌하십시오.

동원 가족 여러분의 무한한 건투와 행운을 비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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