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리포트] '소의 나라'에서 벌어진 우유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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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리포트] '소의 나라'에서 벌어진 우유대란
  • 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 승인 2019.04.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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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정가격제'에 업체 생산 중단...초인플레 재현할까 불안한 민심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대형 체인 마트 엘 디아(El día)의 유제품 코너. '아르모니아 우유는 1인당 2개'라고 적혀 있으나 정작 진열된 제품은 하나도 없다. 사진=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우유 브랜드 아르모니아(Armonía)가 생산공장의 폐업으로 인해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 마트 진열대에서 모습을 감춘 건 3월 20일 경이었다.

3월 중순부터 대형마트에서는 가격보호품목인 아르모니아의 우유 공급 부족으로 고객당 판매 2~3팩으로 제한을 두었으나, 이후부터는 아예 재고에 바닥이 났다.

2014년부터 시작된 가격보호품정책은 시민들의 장바구니물가에 핵심적인 식품군에서 일부 브랜드의 가격을 정부가 고정해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줄이려는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 작은 '물가 파동'으로 번진 우유대란

우유제품에서는 아르모니아사 제품이 가격보호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덕분에 3월 24일 1L 소비자 가격기준으로 주요 유제품 브랜드인 산코르(Sancor)가 34.16 페소,  엔세니시마 (Ensenísima)가 53.90페소 등으로 30페소를 훨씬 웃돌 때에도 소비자들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가격인 26.36페소 (약 한화 800원)에 우유를 구입할 수 있었다.

아르모니아 우유 재고량이 바닥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게는 20% 이상 또는 많게는 2배 이상 비싼 제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뿐만 아니라 우유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사업장과 치즈나 디저트 등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기업의 경우에도 피치 못하게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 아르헨티나 사회전반에 작은 물가 파동으로 번지는 셈이다.

이곳 언론들은 초기에 이번 우유고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을 아르모니아 사의 부도, 공장 폐쇄로 보도했으나, 실질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클라린(Clarín)을 포함한 주요 언론들은 아르모니아가 세레니시마와 같은 자회사 마스텔로네(Mastellone) 를 두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이 자회사 마스텔로네의 상업적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국민 전체가 가장 저렴한 브랜드만 구매하는 구조가 되다 보니 애초에 공급이 비탄력적인 유제품 원료의 특성상 해당 브랜드 우유가 고갈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2월 까지의 평균 국내 우유의 원료 공급은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당연히 국내 우유 소비량의 13%를 차지하는 마스텔로네사의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비해 하루 평균 생산량이 40만리터 줄었다. 결국 지난해 20억 페소의 적자를 낸 마스텔로네사 입장에서는 저가 라인인 아르모니아 공장 문을 닫을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SNS 를 타고 하루가 다르게 시민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마스텔로네사는 뒤늦게 공식입장을 밝혔다. 원재료 부족과 고정가격 정책 때문에 탄력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며 아르모니아 공장 폐업에 관련한 해명을 내놨다.

◆ '심각한 경제위기 아니냐' 불안한 민심

하지만 주무부처인 농업발전부에는 화가 난 소비자들의 신고와 청원이 이어지며, 이번 우유파동에 관련한 투명한 조사 및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16년부터 연 5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달러화 대비 페소 가치가 급락하면서 실질 임금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산층이 직격탄을 맞은 이번 경제 위기에서 가격보호정책은 일시적으로나마 정부가 시민들의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세운 대책이었다.

가격보호제품은 밀가루, 쌀, 소금, 우유, 휴지, 세제, 기저귀, 마떼, 커피 등 일상생활의 필수 소비 항목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시중 가격의 60~70% 로 최종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어, 가계 살림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있다.

이런 가운데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우유 고갈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경제위기, 각종 식품과 공산품 부족의 신호탄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2001년의경제위기 이전의 사태와 비교하거나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 물자부족 사태와 연결시키며, 사회 전반에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이다.

자료출처: Clarín, La Lacion, El Cronista 등

https://www.clarin.com/sociedad/problemas-leche-marca-barata-imposible-conseguir-afirman-especulacion_0_iFzaG7TE9.html

http://news.kotra.or.kr/user/globalAllBbs/kotranews/album/2/globalBbsDataAllView.do?dataIdx=90400&column=&search=&searchAreaCd=&searchNationCd=&searchTradeCd=&searchStartDate=&searchEndDate=&searchCategoryIdxs=&searchIndustryCateIdx=&page=484&row=100

https://www.cronica.com.ar/mundo/Falta-leche-en-el-pais-de-las-vacas-20190413-0022.html

https://www.iprofesional.com/economia/289650-industria-lactea-la-serenisima-la-armonia-La-verdad-del-precio-de-la-leche-y-escasez-de-marcas-baratas

● 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 사회과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이민과 국경의 지정학 및 초국가적 농민운동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 문학 번역에 도전해보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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