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누가 살수 있나....확인하면 모두 손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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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누가 살수 있나....확인하면 모두 손사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4.15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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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장담 비해 SK등 대부분 "검토할 이유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누구든지 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금호그룹 최고위 관계자)
"겉모습 보고 사업 인수할수 있겠나. 부채가 7조원이 넘는다는데"(투자시장 업계 관계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가시화됐지만, 인수 예비후보자들로 거론된 기업들은 한결같이 `손사래`를 쳤다.

이들 기업들과 투자시장 관계자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자들이 많을 것이란 추측은 채권단의 애드벌룬에 다름없다고 깎아내렸다.

채권단의 압력에 밀려 매각 결정을 내린 금호그룹측 고위층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최고위층에서 검토한 결과, 매각에 동의했지만 실제로 주인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데 생각이 일치했다"며 "향후 매각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 한화, 애경 등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지만 거론된 기업들은 한결같이 "그럴 여유가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대규모 투자+지분법 규제, 여력 없다는 SK

SK그룹은 지난해 7월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그룹 수펙스추구위원회 글로벌사업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최 부사장은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 국외 기업 인수합병, 글로벌 기업간 협업 등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딥체인지' 실현에 앞장선다. 때문에 최 부사장 영입 직후 재계 안팎에서는 SK가 항공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비록 최 회장이 "(항공사업 진출은)사실무근"이라고 진화에 나서며 일단락 됐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온 만큼 상황은 반전할 수도 있다는 게 외부의 시선이다. 

SK그룹 강충식 상무는 "앞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부인 공시까지 했다"며 "내부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지난해 7월17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부인 공시를 한 바 있다.

문제는 투자 여력이다. SK는 이미 그룹 곳곳에서 전방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미 SK텔레콤이 ADT캡스를 인수한데 이어 5G 사업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활을 걸고 투자에 한창이다. 

그나마 SK하이닉스가 사정이 낫지만 지난해부터 계속된 실적 부진과 반도체 경기 침체로 영업이익 급감이 예상되는 가운데 예정된 투자 로드맵도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관성이 떨어지는 항공사업에 목돈을 지출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 이외에도 SK그룹의 어떤 계열사와도 아시아나항공은 사업 시너지가 없다. 그나마 SK홀딩스가 증손회사로 아시아나항공을 품을 수 있지만 지분법 규제를 받게 돼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SK, 한화, 애경 등 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후보군으로 입길에 오르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 한화, 애경 등 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후보군으로 입길에 오르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카드 인수전 실탄 마련에 분주한 한화

방위산업과 항공기 부품 및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한화그룹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 중 하나다. 현재 추진 중인 항공기 부품 및 정비사업과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화그룹 박장우 부장은 현재 진행 중인 신사업과 항공여객 사업의 유사성을 의식한 듯 "자동차 부품을 만든다고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건 아니지 않냐"며 "한화그룹은 아시아나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 역시 여력이 없다. 한화는 조만간 본입찰이 진행되는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를 결정한 상태다. 연이어 1조원 안팎의 투자를 단행하기 부담스럽다. 더욱이 일각에선 김승연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결정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부정론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애경, LCC에서 대형항공사로 탈바꿈?

아시아나항공 인수 유력후보로 애경그룹이 꼽히기도 했다. 애경그룹 입장에선 항공사를 거느리면 물류망 확대, 면세점 확보 등에서 유리해진다. 여기에 제주항공이 중단거리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중단거리 노선 확대와 항공기단 증가로 경쟁 LCC(저비용항공사)와 격차를 벌릴 수 있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최지혜 부장 역시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제주항공의 송경훈 부장은 "내부적으로 한번도 검토한적 없다. '기회가 온다면 검토한다' 이런 스탠스도 아니다"고 확인했다. 

LCC인 제주항공은 단순한 사업구조로 대형 항공사를 인수했을 때 어려움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또 제주항공은 보잉기(B737)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에어버스(A320) 중심으로 단거리를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항공기 운영 효율성 저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올 초 신년간담회 자리에서 "제주항공은 LCC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인수합병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와 금융업계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핵심으로 항공업에 대한 이해와 재무적 안정성을 꼽았다.
업계와 투자시장업계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핵심으로 항공업에 대한 이해와 재무적 안정성을 꼽았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인수, 승자의 저주 피하려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쟁자인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채만 7조원이 넘는데다 당장 올해 1조원대(1조2000억원) 빚을 상환해야 한다"라며 "33%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박 전 회장 일가가 지분 평가액에 프리미엄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조(兆) 단위의 지출을 하고도 축배 대신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금융권 역시 재무적 안정성이 높은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 한다고 봤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중단거리 국제여객 중심의 항공사로 서울 기반의 LCC 육성이 늦어져 경쟁 업체에 성장의 기회를 내줬다"면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적 안정성에 항공업에 대한 높은 이해가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수자는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33.5% 지분을 매입하고 연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1조2700억원까지 해결해야 회사를 안정화할 수 있다"며 "대규모 자금력 뿐만 아니라 항공업에 대한 높은 이해가 있다면 궁극적인 경쟁력 회복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을 내놓아야 하는 금호측도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을뿐 아니라, 인수할 후보들은 숨겨진 부채를 감안, 글로벌 경기위축에 잔뜩 움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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