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 어디? SK·한화 등 SWOT 분석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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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 어디? SK·한화 등 SWOT 분석해보면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9.04.15 12: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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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위축 `큰 변수`...국내 대기업들 적극 의사 안보여
SK, 법률이슈에 반도체 경기하강에 `노심초사`...한화도 글로벌 경기대응 `촉각`
삼성, 현대차 `돌아볼 여유 없어`....롯데, 신세계는 사업연관성 `매력` 느낄 수도
아시아나항공이 새로운 주인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글로벌 경기위축 우려에 국내 대기업들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새로운 주인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글로벌 경기위축 우려에 국내 대기업들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금호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수순에 돌입할 전망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자가 매각을 주도할 것인지, 박삼구 전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한 금호그룹이 매각을 주도할 것인지가 약간 차이있을 뿐이다. 채권단 지분이 없는 만큼, 금호산업이 보유한 33.4%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금호그룹이 매각하는 형태가 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채권단의 호언장담은 단순한 호언으로 끝날 공산이 없지 않다. 매각 물건에 대해 판매자와 인수자가 적극 나서기엔 대내외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여객운송사업이 화려한 겉모양과는 달리 위기관리 긴장도가 높은 `고난도` 비지니스인데다 캐시카우라는 보장이 분명치 않다는 이유가 그 중 하나다.

독과점 성격으로, 교통당국으로부터 일일이 인허가를 얻어야 하는 규제산업이기도 해 사업확장 메리트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경기위축`이 가장 큰 악재다. 중화학, 중간재 사업 중심인 국내 대기업은 당장 `기존 산업 지키기`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때문에 인수 의지를 가질 대기업은 소수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1. SK그룹

가장 먼저 거론되는 기업이 SK그룹이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오히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빈소에서 "존경하는 어른이 돌아가셨다"고 애도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쟁업체가 대한항공이다. 존경하는 분이 경영했던 기업의 경쟁자로 과감히 나설수 있을까. 한국 재계의 분위기에선 목격하기 어려운 일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비지니스가 전망이 좋다고는 하나, 하이닉스처럼 경기가 좋을때 큰 이익을 안겨줄 사업은 아니지 않느냐"며 "비행기가 24시간 전 세계 하늘에 떠있으면, 사고에 대비한 24시간 체제를 갖춰야 하고,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난다면 그룹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줄 게 분명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SK그룹이 인수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SK하이닉스 인수성공 사례에서 얻은 경험에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반도체, 정유·화학 산업에서 확보한 충분한 자금력이 배경일 것이다. 

게다가 SK는 국가 국유산업이나, 독과점 산업을 인수해 민영화하거나 성공시킨 노하우가 풍부하다. 정부 인허가 산업인 항공비지니스에 있어 대관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기업 중 하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국내 대기업드리 관심을 가질 여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사업확장 의욕을 부릴 때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사진=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국내 대기업드리 관심을 가질 여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사업확장 의욕을 부릴 때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당장은 나서기 어려운 약점도 최근 꽤 쌓였다. 아시아나 인수에 나설 때 국민적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SK그룹이나 최태원 회장 일가의 법률 이슈가 그중 하나다. SK그룹 창업주의 손자가 마약흡입혐의로 구속됐다. 

최 회장과 직접 관련해서는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을 통한 불법성 대출 사건도 있다. 한투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을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최회장 100% 지분의 SK실트론에 투자한 것인데, 이것이 최회장의 개인대출로 보였다는 것. 한투증권은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경징계로 마무리 되는 양상이지만, 최회장 부분은 완전 클리어 되지 않았다.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이 남아있다.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유해성을 은폐한 혐의로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은 최 회장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역시 아주 민감한 소비자 이슈다. SK텔레콤이 5G 가격제도를 과학기술부로부터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정부의 한차례 반려에 이어 승인 후에도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었다. 그런 만큼 소비자 이슈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객운송 비지니스는 또다른 이미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물론 `위기는 기회`라는 인식아래 새로운 비지니스에 진출, 미래의 먹거리를 찾으러 나설 수도 있다. SK그룹은 섬유기업에서 정유를 찾았고, 정유에서 통신사업을 덧붙였고, 통신사업에서 반도체 사업으로 확장, 대부분 성공시켰다.

그렇지만 최 회장이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각 계열사 사장과 부회장 등을 설득해 SK하이닉스 인수 결정을 끌어내는데 매우 힘들었다. 위원 대부분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이를 결정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추가적으로 반도체관련회사 인수를 추진하려던 최 회장의 의지를 꺾기도 했다.

글로벌 경기위축도 SK그룹에게 만만치 않은 파도다. 반도체 경기가 슈퍼싸이클을 지나면서 주요 반도체 제품의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과 중국 반도체업체들의 추격을 떨쳐 내는 것은 시급한 그룹 현안이다. 조(兆) 단위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SK텔레콤의 5G사업 안착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단게 통신업계를 비롯한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SK가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질 시점이 아니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2. 한화그룹

한화그룹 역시 인수예비 후보로 부각되고 있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내용이 다르다. 

오는 19일 입찰마감인 롯데카드, 롯데손보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한화는 만일 이들 회사 인수가 물거품이 된다면 준비한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있다.

한화의 강점은 기업인수에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화약으로 시작해 그룹 볼륨을 키워오다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국내 2위 생명보험사인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인수, 금융산업으로 본격 진출했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과 인수자금 확보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도 나서는 `공격적인` 사업확장 의욕을 드러낸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바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접는 결단으로 `승자의 저주`마저 빗껴나간 한화는 특히 최근에는 삼성그룹과 화학, 방산산업을 인수하는 `순수 민간빅딜`을 성사시키고 수익사업화하는 역량을 과시했다.

한화가 김승연 회장의 `또 하나의 작품`이 될 수도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 수 있을까. 

취재에 응한 한화측에 가까운 고위인사는 "개인적인 관심도 있고 해서 최근에 김승연 회장 일가에 물어본 적이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그렇다는 것.

한화는 사업구조상 새로운 비지니스로 아시아나항공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한화는 현재 크게 두가지 사업축에 두세 가지 중간급 사업으로 구성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큰 축인 두가지 사업에서 모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마당이다. 먼저 화학관련 사업은 글로벌 경기위축에 따라 화학산업의 시황이 악화되고 있어, 이 대비가 급선무다. 한화 측의 입장을 전한 이 인사는 "한화는 글로벌 경기위축에 대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사업인 금융산업, 특히 보험산업 역시 녹록치 않는 시점을 맞고 있다. 한국이 고령사회로 접어들기 직전으로 노령인구의 수명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생명보험 상품을 많이 팔아온 한화생명으로선 향후 늘어날 보험금 지급 수요가 잠재적 우려로 도사리고 있다. 또 신회계기준(IFRS)의 조기도입으로 보험사들이 모두 자본확충의 이슈를 맞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자산운용 수익률 개선에도 애를 먹고 있다.

한화가 여객운송비지니스에 관심을 갖는다면 연결고리는 면세점사업과 연관된 백화점사업, 관광객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레저사업, 항공기 정비사업과 이어지는 방산산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연결하자면 약한 고리는 되겠지만, 이들 사업을 키우려고 자금부담이 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겠냐는 의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 구도에 들어간 한국의 대기업은 2개 정도의 주력사업을 집중할 능력은 갖췄지만 3개 주력사업을 잘 하기는 버겁다"며 "전혀 모르는 사업은 더더군다나 그럴 것"이라고 짚었다.

젊어진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비연관사업 인수에 나서려면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끊어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젊어진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비연관사업 인수에 나서려면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끊어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3. 다른 대기업들을 짚어본다면

대부분의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는데 한 두개의 약점 또는 위협요소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위기관리체계를 가장 잘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그룹은 법률이슈와 글로벌 경기위축, 경제력 집중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현대차그룹 역시 미래차 개발과 중국시장 방어 등이라는 긴급현안에 발목 잡혀있고 삼성동 사옥 건립에 막대한 자금을 집어 넣어야 하는 판이다. 

LG그룹은 어떨까. 수년사이 그룹순위가 자산기준으로 3위에서 4위로 떨어지고 5위 롯데그룹에 박빙으로 앞서 있어 사업확장에 몸이 달아있다고 할 순 있다.

구광모 회장체제에서 뭔가 반전을 꾀해야 할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당장 LG유플러스의 5G사업 성공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또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악화를 차단해야 하는 이슈도 크다. 대주주지분 거래와 관련한 작은 법률이슈가 있긴 하지만, 이보다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새로운 비지니스를 급하게 서둘러야할 동인(動因)은 없어 보인다.

LG에게 특히 서비스산업은 아킬레스건이다. LG전자 중심의 조립산업, LG화학 중심의 장치산업을 주력으로 해왔던 LG그룹은 통신서비스사업에 발을 들인 후 고전에 고전을 거듭해왔다.

과거 그룹 관계자는 "그룹내부에서 LG가 서비스업 체질은 아닌데도, 잘못 들어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과는 본질적으로 사업전개 방식이 다르고, 특히 여객운송사업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비지니스중 하나다.

그나마 항공산업과 가까운 그룹은 롯데, 신세계 정도가 후보에 오를 수 있다.

롯데그룹은 삼성그룹과 마찬가지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총수의 대법원 최종판결이 남아있다. 그나마 유통사업, 면세점사업, 호텔사업등은 여객운송사업과 강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가 될 만하다.

그동안 투자를 확대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느라 자금력이 줄었지만 롯데카드, 롯데손보 매각에 성공한다면 어느 정도 자금마련을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같은 이유에서 신세계그룹도 여객기운송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1위 저기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축으로 한 애경그룹은 최근 결코 간단치 않은 법률이슈에 발목잡혀있다.

유해성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애경산업의 안용찬 전대표가 구속직전까지 갔다. 안 전대표는 애경그룹 채형석 회장의 매제로 그룹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우호적인 관계, 여객운송사업의 노하우 확보 등의 이유로 주목받았지만, 그룹 규모에 비해  중차대한 법률이슈로 인해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됐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겠지만 섣불리 의지표명을 할 순 없다. 

이밖에도 광양제철소를 가동, 호남에 사업적 연고를 두고 있는 포스코그룹도 눈길을 끈다. 끊임없이 신산업 확보에 대해 고민해온 포스코지만 최정우 회장 체제가 덜 안착됐단 점이 약점이다. 제철, 철강사업과 무관한 여객운송서비스 사업은 포스코 입장에선 매우 낯선 세계로 비쳐질 것이다.  

채권단은 현금을 비축한 국내 인수후보가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직 하다. 또 산은PE를 비롯한 대형 사모펀드가 출현하는 등 기업투자시장이 성장한 것에 기대를 걸만하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위축이라는 대외변수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적지않다.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이슈 가운데 세계 경기 침체로 이어질 부정적 영향에 우려하는 실정이다. `기존 사업 지키기`에 부심 중 이다.

갖가지 법률이슈에 시달리며, 부정한 기업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따가와져 있는 이 시점에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어쩌면 아시아나항공 지원을 선(先)결정하고, 박삼구 전회장 퇴출과 매각은 후(後)조치하는 스텝을 밟았다. 이에 대기업들이 망설이고 있는 동안 아시아나항공의 투자수익에 매력을 느끼는 사모펀드들의 참여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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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ang 2019-04-17 09:28:30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사 많이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