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세무] 명의신탁의 위험
상태바
[돈되는 세무] 명의신탁의 위험
  • 이수호 세무사
  • 승인 2019.04.13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호 세무사
이수호 세무사

[이수호 세무사]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게 있을까? 누가 그랬던 것 같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사실은 세상은 항상 변한다는 사실이다” 라고. 그렇다. 우리는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세상에 살고 있다. 계절이 바뀌고 자연이 바뀌고 모든 게 다 그렇지만 법률도 마찬가지다.

법률도 해가 바뀌면 매년 새해에 적용되는 각종 개정 법률 등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매년 개정되는 여러 법률 중에서도 세법만큼 많은 분량이 개정되는 법률이 있을까? 세법은 매년 해마다 웬만한 책 한권 분량만큼 개정된다. 아마도 세법은 국내의 경제정책 및 정부의 정책결정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보니 그럴만도 하리라.

이번에는 올해 개정 및 시행되는 내용 중에서도 세무 실무상의 발생빈도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일단 일이 생기면 평소 납세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중의 하나인 주식의 명의신탁 증여의제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번 개정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정되었다고 본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는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와 관련된 규정이 있다. 증여의제는 실제로는 증여가 아니지만 증여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과세한다는 뜻이다.

이 규정의 내용은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록 등이 필요한 재산(토지와 건물은 제외)에 대해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실질과세 원칙에도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 등록 등을 한 날에 그 재산의 가액을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며, 그 명의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세법은 실질과세 원칙을 구현하지만 여러 세법 조항 중에서도 유일하게 실질과세 원칙의 예외에 해당하는 규정이다. 명의신탁 증여 의제 규정은 사실상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내용으로서, 이는 실질적으로 그 성격이 조세의 성질을 갖는 것이라기보다는 명의 신탁에 대한 제재 또는 벌과금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본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를 부과하려면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로서, 명의자 앞으로 등기, 등록 등이 완료가 되어야 하며 조세회피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세무당국에서는 이 두 가지 형식적 요건만 갖추어지면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다고 판단, 그 명의자에게 증여세 부과처분을 내린다.

이 경우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입증 책임은 일반적으로 납세자가 진다. 때문에 법을 잘 알지 못하는 명의자는 인지상정상 명의를 빌려줬다가 느닷없이 세무당국으로부터 뜻밖의 증여세 부과처분을 받는 것이다.

즉 세무당국의 부과처분은 명의를 빌려준 명의자 앞으로 하는데 정작 명의자는 증여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증여세 부과를 받으니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조세저항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증여세 부과가 명의자 앞으로 이뤄지는 반면, 입증은 실소유자가 하는것으로 되어 있다보니, 해명하기도 쉽지 않고, 처분을 피하기도 어렵다.

사람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간 관계를 칼로 무 자르듯이 딱 자를 수도 없다.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인지상정으로 빌려준 명의가 어느 순간 세금폭탄이 되어 날아 왔을 때의 당혹감은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 본인에게 압류 등 체납처분이 될 때는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이 경우 세무당국이 명의자에게 체납처분을 집행, 국세에 충당할 재산이 모자라는 때에는 실소유자에게 연대납세의무를 지우고는 있지만 어찌되었건 일차적인 체납처분은 그 명의자 앞으로 하게 된다. 따라서 그 법률의 취지를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규정은 본의 아니게 선의의 명의자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매년 세법을 개정, 실질과세를 통한 과세정의 실현을 목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는 매년 세법을 개정, 실질과세를 통한 과세정의 실현을 목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9년 세법개정 따라 명의신탁 증여세, 실소유자에게 부과...입증 책임도 

그러나 2019년 개정세법을 통해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의제에 대한 과세와 관련, 명의자가 아닌 실질 소유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으로 납세의무자가 변경이 됐다. 또 실소유자의 다른 재산에 대해 체납처분을 집행할 때 국세에 충당할 재산이 모자라는 경우, 명의신탁한 재산으로 체납액을 징수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법이 바뀐 것이다.
 
앞으로는 실소유자도 조세회피를 위해 타인명의로 명의신탁을 했다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실제 증여하지 않았더라도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 부과처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만일 증여세가 부과 처분된다 하더라도 1차적으로 명의자가 아닌 실소유자 본인이 직접 세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명의신탁의 유인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명의신탁 사실이 드러났지만 증여세를 피하려면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아마도 입증은 그만큼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세법에 따라 앞으로 주식 거래시 타인 명의로 명의신탁을 하고자 하는 유인효과가 많이 줄어들고 실질거래에 부합하는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실질과세 원칙에도 부합하는 내용이다 보니 조세를 회피하고자 하는 행위도 많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재정건전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이수호 세무사는 국세청 출신으로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세무사다. 이수호 세무회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