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직행할까...고비는 다가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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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직행할까...고비는 다가오고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9.04.12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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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전회장측 매각 결단 쉽지 않을 수도...회사 신용등급 하향되면 위기맞을 수도
그룹 "아시아나항공 매각결정은 오보" 부인...일단 자구안 수정에 총력
금융당국, 원칙적 대응에 나설 듯...박 전회장측 고삐 더 죈다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금융당국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박삼구 전회장을 떼내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의 입장이 전해지기 전 "박 전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질 잘 봐야 한다"며 "산업은행이 5000억원을 지원 요청한 것도 원칙적으로 더 봐야하고, 그동안 30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3년을 더 달라고 하는 것은 과연 어떠한 의미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금융당국의 입장이 박 전회장의 실질적인 퇴진이 전제되어야 하며, 5000억원 지원여부도 그에 맞춰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다.

타이어 펑크로 착륙한 비행기처럼 아시아나항공이 유동성 위기로 항진을 못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타이어 펑크로 착륙한 비행기처럼 아시아나항공이 유동성 위기로 항진을 못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금융당국 수장이 아시아나항공의 향후 관리 방향에 대해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언 직후 산업은행도 입장을 내놨다. 지난 10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가질 결과, 금호그룹 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금호측 박삼구 전 회장이 3년 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매각하겠다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한 것인데, 최 위원장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산은 등 9개 은행 채권단은 금호 측 자구안이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은 박 전회장 일가의 실질적 퇴진 약속이 불투명하다는 것. 이에 따라 박 전회장 일가가 아시아나항공 경영에서 완전히 손떼게 하는 방법을 놓고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 전회장의 퇴진,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직결될까

채권단의 거부로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안이 반려된 다음날인 12일 한 언론매체가 금호측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했다는 보도로,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이 매체는 자구안이 반려된 이상, 그룹이 매각하는 쪽으로 결정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설사 매각을 결정하더라도 시간은 좀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호그룹은 "우리는 자구안 수정 논의만 한 상태"라며 "일단 채권단도 미흡하다고 한 만큼 더 보강할 수 있는지를 논의중"이라며 매각 결정에는 선을 그었다.     

매각은 곧 박 전회장 일가가 아시아나항공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것, 그리고 아예 새로운 주인에게 넘긴다는 것인데, 그룹이 이를 빠르게 결단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회장측이 이를 수용하기까지는 유동성 상황인식이 진행되어야 한다. 부채 잔액(stock)은 많지만, 채권단의 협조만 있다면 상환흐름(Flow)상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전회장 일가의 퇴진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곧장 매각으로 직행할까. 이미 M&A(인수합병) 국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증시의 분위기이지만 이같은 직행코스 결정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즉시 매각도 선택지중 하나"라고 하긴 했다.
 
채권단이 지원을 미룰 경우, 오는 26일 도래하는 회사채 600억원 상환의 급한불을 꺼야한다. 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 조정여부도 한차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신용등급이 하락,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경우 자산유동화채권(ABS)이 조기상환 청구를 받는다. 때문에 강력한 구조조정 약속 보장이 현단계에선 필수적이다. 

금융당국의 양보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금호타이어 사례에서도 드러났듯, 금융당국은 대기업 지원과 관련해 정치적 이해를 고려하지 않은 원칙적 대응이 주조를 이뤘다. 당국의 판단은 대부분 채권단 의사를 존중해왔다. 금호타이어 매각에 호남지역민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채권단의 의지대로 매각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청와대는 "원칙대로 한다"는 기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지 역시 채권단 입장을 존중하고, 원칙대로 하겠다는 뜻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이 박 전회장이 절대 복귀할 수 없도록 물질적·인적 펀드멘탈을 바꾸는 정도의 분명한 변화를 확보하려할 것으로 본다. 특히 박 전회장 뿐아니라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사장까지 손을 떼야한다는 생각이다.

아시아나항공, 독자경영체제 이뤄질 수도

`즉시 인수합병(M&A)`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매각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매각 기대감에 대한 과도한 주식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증시 전문가는 지적했다.  

금호그룹이 박 전회장 일가의 경영권 배제를 분명히 약속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우선 독자경영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을 완벽히 수행할 수 있는 경영 전문가를 투입, 경영진을 교체하고 박 전회장 일가·금호그룹과 아시아나항공간 관계를 해소해나가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지휘할 역량있는 전문가는 충분히 있다.

이후 비수익 사업 정리, 우량자산 매각등이 뒤따르게 될 전망이다. 구조조정으로 장부를 일정량 채우고 부채 스케줄도 조정한 후에라야 M&A 시장에 본격 등장할 것이다.

물론 그룹에서 분리만 된다면 그때부터 인수희망자들의 입질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4월 유동성위기가 고비를 맞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박 전회장측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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