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라스트미션`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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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라스트미션`은 성공할까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4.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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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마약운반책의 실화를 다룬 영화
공화당원 클린트이스트우드가 말하는 보수의 가치는 무엇일까
영화 "라스트미션" 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영화 "라스트미션" 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마지막 영화로 홍보되었던 그랜토리노가 개봉한지도 10년이 흘렀다. 이번 영화는 정말 그의 마지막 영화일까?

올해 88세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다시 메가폰을 잡고, 굽은 어깨의 노인 범죄자역을 맡았다.

수입배급사가 붙인 타이틀이 훌륭하다. “라스트 미션”. (원제는 마약운반책을 뜻하는 은어인“The mule”)

실제로 고령의 미국 남성이 무려 11년에 걸쳐 저질렀던 마약운반 사건을 영화로 각색했다. 레오 샤프는 시나로아 카르텔 조직에서 마약운반을 했고 2011년 마침내 검거되었다. 백합 원예 사업이 경영난에 처하자 배달을 시작했다. 검거될 당시 그의 링컨 픽업 트럭에는 300kg의 코카인을 실려 있었다.

백합 농장을 운영하는 얼 스톤. 백합에 빠져 가족과도 멀어진다.
백합 농장을 운영하는 얼 스톤. 백합에 빠져 가족과도 멀어진다.[사진=네이버영화]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노욕의 운전사

주인공 얼 스톤이 마약을 운반하게 된 건 우연이다.

백합 품종 개량에 매진하던 얼은 매년 열리는 백합 품종 경연대회에 참석한다.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며 백합 구근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한껏 차려입은 여성들에게 농을 건네기도 하는 얼은 1등으로 뽑히고 파티를 주최한다. 그가 마냥 자축연에 빠져있을 때 그의 딸은 아버지를 초조히 기다린다. 하나밖에 없는 그의 딸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12년이 흘러 그가 그렇게 경멸하던 인터넷 때문에 그의 농장은 경영난으로 압류되고 그에게 남은 구닥다리 포드 픽업에 농기구를 잔뜩 싣고 손녀딸 약혼 파티에 참석한다.

그러나 그를 반기는 건 사정을 모르는 손녀딸 뿐, 그의 전처 메리도, 딸도 초라한 입성으로 트럭을 몰고 나타난 그를 반기지 않는다.

난처한 그에게 말을 걸어온 히스패닉 청년. 아직도 운전은 잘하느냐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으로 걸린적 없느냐며 묻는다. 그는 미국 40여개의 주를 돌아나다녔지만 평생 딱지 한 번 뗀 적 없다고 허세를 떤다. 일자리를 주겠다며 그가 건네준 명함의 주소로 얼은 낡은 트럭을 몰고가는데, 무엇인지 묻지 말고 가방을 배달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한 번의 배달로 거액을 손에 넣은 얼. 그 돈으로 손녀 결혼식에 꽃과 샴페인을 제공한다전처와 딸은 여전히 냉랭하지만 할아버지의 위신은 세웠으니 뿌듯할 수 밖에.

쉽게 번 돈으로 얼은 낡은 포드를 버리고 새 차 링컨 픽업 트럭을 사고 유흥을 즐긴다. 남의 손에 넘어간 농장도 다시 사들인다. 돈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듯 보인다.

한국전 참전용사 얼은 차 번호판도 ‘korean war veterans’으로 바꾸고(미국 자동차 번호판은 기부를 하면 다양하게 디자인가능하다.) 그의 아지트였던 베테랑 클럽’(우리 식으로는 향군회관쯤 되겠다.)으로 향한다. 클럽이 화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얼 누군가 25천불만 기부하면 복구될 수 있을 거라는 관리인의 말에 그는 다시 배달에 나선다.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미심쩍었던 얼은 그것이 마약임을 발견하지만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그의 기부로 베테랑 클럽은 활기를 찾고 참전용사들로부터 추앙을 받는다.

조직은 늙은 배달꾼이 미덥지 않았지만 마땅히 그를 대체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얼은 지금까지 배달했던 양을 뛰어넘는 엄청난 양의 코카인을 싣고 다시 일리노이로 향한다.

하지만 배달 도중 메리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절대 동선을 벗어나지 말라고 했던 조직 똘마니들을 따돌리고 그녀에게 향한다. ‘타타'라는 닉네임의 남자가 검정 링컨 픽업트럭으로 마약을 배달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마약단속국 (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요원들은 추적에 나서는데...

그의 마지막 미션은 성공일까 실패일까.

 

길 위의 공화주의자, 달라진 세상을 보다

얼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세상이 변해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인터넷 때문에 백합 사업이 망한 얼은 스마트폰을 놓치 않는 젊은이들을 한심해하고,인터넷 없으면 과일상자도 열지 못할거야"라며 비아냥 거린다.

타이어가 펑크 나서 갓길에 정차중인 흑인 부부를 도와주면서 타이어 교체하는 법을 아버지에게서 배우지 않았냐고 짐짓 꼰대다운 태도를 보이다가 깜둥이(negro)를 다 도와주다니,,’라며 망언을 내뱉고 만다. 부부는 요즘은 그런 말을 쓰면 안된다며 바로 잡아 준다.

이 할아버지, 고장난 오토바이 주위에 모인 라이더들에게 다가가서는 “son(청년)~”하며 오지랖 넓게 끼어든다. 그러나 고개를 드는 건 건장한 여성들. 레즈비언 라이더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자 당황해하는 얼.

자신의 경험과 연륜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만 서투른 태도와 언행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백합만 가꾸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폐쇄적인 커뮤니티에서만 살던 그는 길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달라진 세상을 발견한다.

마약 카르텔 조직 보스로 나오는 앤디 가르시아와 담소를 나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사진=네이버영화]
마약 카르텔 조직 보스로 나오는 앤디 가르시아와 담소를 나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사진=네이버영화]

 

전 유죄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멜바이더씨’ (줄여서 카멜, Carmel-by-the-Sea) 시장을 지냈고 대선 때마다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 왔다. 그러나 전쟁엔 반대하고 총기 규제와 임신중절에는 찬성하는 등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다.

영화에서는 꼰대 할아버지를 연기했지만 실제로는 성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진보적 영화인들로부터도 존경을 받고 있다고 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의 책 "Clint Eastwood:Interviews("클린트 이스트우드:거장의 숨결 ")에서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저 자신이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정치적 견해는 사실 어느 정당에도 꼭 들어맞지 않고, 실제로는 자유주의자 쪽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이 평화롭게,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며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요.(p.274)

 

간혹 극우보수와 혼동되기도 하는 정통보수는 개인의 자유,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엄격한 도덕성을 스스로에게 요구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얼의 좌충우돌은 안타깝지만  영화는 보수주의자  얼이 지켜내려고 한 건 무엇인지 보여주려고 한다.

불법적인 일로 번 돈을 수단으로 이용했지만 그는 자신이 돌보지 않았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  마약단속국 요원인지도 모른 채 브래들리 쿠퍼에게 가정을 먼저 돌보라며 충고하며 죽음을 앞 둔 전처에게 향한다.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10여년간 얼굴조차 맞대지 않았던 딸과 화해한다.

그의 마지막 미션은 마약배달이 아니라 가족과의 화해였던 것이다.

마약단속국에 체포되어 법정에 선 얼은 자신은 유죄라고 인정한다.

마약 배달은 분명 유죄지만, 가족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더 큰 가치를 두고 살았던 것도 유죄라고 말하고 싶었을까.

고령이란 이유로 선처를 호소할 수도 있지만 얼은 법에 따라 처벌되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메리는 얼에게 “you’re latebloomer”라고 말한다. 자막은 대기만성이었지만 늦깎이,늦게 운이 트인 사람이란 뜻.

뒤늦게 회개하고 가족을 돌본 남편에게 고마움 섞인 농담을 던진 것이지만 시간은 살 수가 없다고 토로한 얼은 늦게라도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남은 생을 살아갈 것이다.

교도소에서 재소자들과 백합을 키우면서.

 

알고 보면 더 재밌어요

실존 인물 레오 샤프는 그가 운반해야하는 것이 마약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얼과 달리 샤프는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였다.

유죄를 인정한 얼과 달리 레오 샤프는 구질구질하게 온정에 호소했고 어쨌든 3년형을 받았으나 병세가 악화돼 1년만에 출소,몇 달 뒤 병사했다고 한다.

실제 딸인 앨리슨 이스트우드가 극중 딸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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