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숨은 부채 2조9천억의 진실...치명적이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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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숨은 부채 2조9천억의 진실...치명적이지 않더라도
  • 문주용
  • 승인 2019.04.10 09: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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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리스계약 올해 결산부터 부채 포함시켜야...부채 10조원까지 갈 수도
부채비율 1000% 돼도 트리거 발생안해...신평사들, 등급카드 만지작
채권단은 부채 10조원에 주목...박삼구측 "당장 위험없다" 버티기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금호아시아나항공의 피인수합병(M&A)에 관심을 보인 투자은행(IB) 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의 실제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보고 있다. 

업계는 ▲숨어있는 부채는 없는지 ▲M&A로 인한 트리거(조기지급) 조항은 없는지 ▲금융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은 있는지 등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체로 2018년 결산 사업보고서에 드러나 있는 것이기에 이런 궁금증이나 해법 모색 이유는 다른데 있어 보인다. 

리스캐피탈업계는 이보다 더 구체적인 의문점을 갖고 있다. 국내 리스캐피탈업체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한 리스 업계의 추측을 전해줬다.

이 관계자는 "리스 시장에서 나오는 얘기는 사업보고서상 재무제표에 나온 부채 7조원, 그리고 이에 따른 부채비율 700%는 진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의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의 실제 부채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해 부채비율이 1000%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라며 "이를 역산하면 3조원 가량의 부채가 숨어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박삼구 아시아나회장이 퇴진 선언에도 `채권단이 조금마나 도와주면 된다` 생각에 회사에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박삼구 아시아나회장이 퇴진 선언에도 `채권단이 조금마나 도와주면 된다` 생각에 회사에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숨기지 않았다, 다만 인식하지 않았을 뿐인 2조9천억원 부채

숨어있다고 하는 부채의 실체는 리스비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금융리스의 금융원가는 부채잔액으로 반영하고 리스부채를 일정기간 나눠 그 기간에 비용으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결산 사업보고서에 금융리스부채 1조 4154억원의 금융원가를 부채로 반영했다.

금호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사업보고서상 연결 요약재무제표.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금호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사업보고서상 연결 요약재무제표.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에 있어 금융리스계약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는 훨씬 많은 항공기와 엔진을 운용리스계약을 통해 리스형태로 이용하고 있다. 운용리스다.

운용리스계약은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만일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에 운용리스가 포함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가.

◆3조원의 부외 부채를 찾아보면 

차입금 3조4천억원과 매입채무 등을 합쳐 7조원을 웃도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규모는 회계상 인식된 부채다.

숨어있는 부채는 바로 운용리스 부채다. 아시아나항공의 연결감사보고서를 펼쳐보면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운용리스 부채에 대해 명확히 확인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AerCap Ireland Limited 등로부터 항공기 82대와 엔진 30대를 리스하는 운용리스계약을 체결했다. 사업보고서는 이에 대해 매출원가는 6034억원, 5498억원을 각각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대차대조표상 자산과 부채로는 인식하지 않고 있다. 손익계산서상 상품생산에 들어가는 원가로만 인식했다는 것이다. 자산과 부채를 명기하는 대차대조표에는 빠져있다.  

이 운용리스계약에 따른 최소리스료는 올해말 549억9000만원을 지급해야 하고, 1년 초과 5년 이내에는 1조5107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또 5년초과 기간에는 8874억7000만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 이들을 합친 금액만 2조9481억원에 이른다. 숨어있는 부채는 바로 이 부분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부분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사업보고서상 주석에 그 사유를 명기했다. 주석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겨 회계정책상의 문제임을 정리했다.

금호아시아나항공 2018년 사업보고서상 연결재무제표 주석상 운용리스와 관련해 언급한 부분.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금호아시아나항공 2018년 사업보고서상 연결재무제표 주석상 운용리스와 관련해 언급한 부분.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상 주석에 이를 게재한 이유는 앞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IFRS(신 국제회계기준) 적용때문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IFRS 1116호 리스회계처리와 관련, "리스 이용자가 리스에서 생기는 권리와 의무에 대해 자산과 부채를 인식하도록 요구하며 리스회계처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한다"며 공동 프로젝트 개발에 착수했었다.

그 결과 금융리스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한편 운용리스에 대해서는 리스비용 인식과 리스에 대한 현금흐름의 보고가 서로 다르게 되는 부분을 고쳐, 모든 리스를 리스기간 12개월이 초과하면 기초자산이 소액이 아닌 한 모든 리스는 리스이용자가 자산과 부채를 인식하도록 했다. 즉 리스 기초자산의 사용권을 나타내는 사용권 자산과 리스료 지급의무를 나타내는 리스부채를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IFRS1116호 규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8년 사업보고서 작성에서는 금융리스만 자산과 부채에 인식했고, 운용리스는 리스료로만 담았다. 

그러나 올해 2019년 연말결산에는 운용리스를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게 된다는 사실을 주석에 언급해둔 것이다. 나름대로 투자자에게 투자위험을 주지시키려 했다. 어쨌든 이를 반영하면 아시아나항공은 내년에 자기자본 1조원에 부채 10조원, 부채비율 1000%의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2조9천억원 전액 부채는 아니다...할인율 적용하면 줄어들 수도

하지만 운용리스료 2조9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모두 다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기초자산 전체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DCF(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하게 되어 이보다는 적은 액수가 2019년말 결산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할인율이 더 높아지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설사 이를 다 반영해 부채비율이 1000%가 되더라도 별도의 트리거조항(조기지급조항)이 없기 때문에 이로인한 큰 문제는 없다"며 "만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이 바뀐다하더라도 그 변화로 인한 조기상환이 발생하기 보다는 신용등급이 좋은 회사가 인수한다면 오히려 환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리스료를 낮추는 협상을 다시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리스의 경우 아시아나는 리스계약서에 금융리스부채외 특정 차입(회사채 등)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금융리스부채도 조기지급사유가 된다는 조항에 넣었다. 반면, 운용리스계약으로 인한 조기지급 조항은 없다. 이는 리스 제공자가 항공기, 엔진을 회수하는 것으로 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당분간 조기상환 위험은 없을 수도...신용등급 강등만 피할 수 있다면

다른 트리거는 없을까.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무보증 공사모 사채, 자산유동화사채(ABS), 전환사채등을 포함해 총 1조5569억원의 사채를 발행했다. 이중 상환, 할인 등을 거쳐 현재 9439억9000억원의 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태다.

이중에 오는 4월 26일 만기되는 무보증공모 600억원은 당장 상환해야할 채무다. 여기에는 부채비율 1000% 초과시 트리거가 발생한다는 조항이 붙어있을뿐 나머지 회사채에는 부채비율과 관련한 트리거 조항은 없는 것이 다행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하는 부분은 이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에는 3910억원을, 내후년에는 3385억원을, 2022년이후에는 225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아시아나는 이들외에 단기차입금으로 1조6308억원을 수출입은행등에서 빌려쓰고 있고, 장기차입금은 전년 2865억원에서 313억원으로 줄였다. 장기차임금은 연결회사 장래매출채권을 신탁원본으로 해 상환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채 10조원이 잔액(stock)으론 위험해보이나, 현금흐름(flow)상으론 당장의 위험은 안보인다고 할수 있다. 산업은행등 채권단은 잔액 10조원이 있는 상황을 우려해 `근본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고, 박삼구 회장측은 `당장만 도와주면 큰 문제없다`며 현금흐름을 무기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BBB-로 하락하거나 EBITDA(세전 이자지급전 이익)대비 이자비용인 이자보상비율이 2.0을 미달할 경우는 조기지급 상환사유가 발생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강등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리기엔 부담이 커지만 자기자본 1조원에 부채 10조원 될 회사를 투자등급으로 둘 수 없는 거 아니냐는 게 신용평가사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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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만 2019-04-10 11:07:59
통찰력 있는 기사와 다양하고 세심한 설명까지. 기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구체적 사례와 친절한 해설까지 이해하기 쉽네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