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유니폼 AtoZ] ⑦ 야구모자의 힙한 변신
상태바
[MLB 유니폼 AtoZ] ⑦ 야구모자의 힙한 변신
  • 김서나 패션에디터
  • 승인 2019.04.09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라운드를 넘어 애슬레저, 힙합 트렌드와도 어울리는 야구모자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엘로이 히메네즈 (사진=화이트삭스 인스타그램)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엘로이 히메네즈 (사진=화이트삭스 인스타그램)

준비 없이 외출할 때 만만하게 찾게 되는 야구모자.

이름 그대로 야구 경기를 위해 만들어진 모자였지만, 캐주얼 아이템으로 편하게 사용되더니, 최근엔 힙합, 애슬레저 트렌드와 만나 패셔너블하게 가치를 높였다. 그 변신 과정을 돌아보자.

 

◆ 야구모자의 탄생, 그리고 뉴에라와의 만남

현재의 야구모자와 가까운 모습은 1860년대 브루클린 엑셀시어스(Excelsiors)가 처음 선보였다.

외출 시 모자를 쓰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였던 만큼 경기 중인 선수들도 모자를 썼는데, 대부분 중절모에서 간편화된, 챙이 둘러져 있는 ‘HAT’ 형태였다.

그 가운데 엑셀시어스가 다른 팀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자를 쓰고 나와 시선을 모은 것.

플레이 중에도 모자가 잘 벗겨지지 않도록 둥근 머리에 맞도록 하고, 햇볕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챙을 앞에만 둔 ‘CAP’이었다.

이후 다른 구단들에도 전파되던 이 야구모자는, 모자 제작업체 ‘뉴에라(New Era)’의 참여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34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모자를 만들기로 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첫 계약을 따낸 뉴에라는 모자의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 개발을 거듭했고, 그 결과 1954년 ‘59FIFTY’를 발표했다.

바로 현재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쓰고 있는 모델로, ‘브루클린 스타일’ 혹은 머리에 꼭 맞춰 쓴다는 의미로 ‘Fitted Cap’이라고도 불린다.

다소 느슨했던 초창기 모자들보다 구조적으로 잘 맞고 퀄리티도 높아진 59FIFTY는 선수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많은 팀들의 관심을 모았고, 이에 1993시즌부터 뉴에라는 메이저리그 전 구단의 모자를 독점 공급하게 되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애런 놀라 (사진=필리스 인스타그램)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애런 놀라 (사진=필리스 인스타그램)

◆ 메이저리거들의 모자, 뉴에라 59FIFTY

59FIFTY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먼저 머리부분인 크라운(crown)은 6조각의 천이 이어진 모양으로, 각 조각마다 통풍을 위한 구멍이 위쪽에 하나씩 있고, 크라운의 꼭대기엔 모자와 같은 소재로 감싸진 금속 단추(squatchee)가 달려 있다.

톡톡한 재질의 버크램(buckram)이 받쳐진 크라운의 앞면엔 팀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로고 자수가 들어가고, 그 앞으로 넓은 챙(visor)이 연결된다.

챙 안에는 펄프 심지가 있어 빳빳한 일직선을 유지해주는데, 원하는 대로 구부려 사용해도 되지만 59FIFTY의 챙은 많이 휘어지진 않는다. 이럴 땐 ‘바이저 커빙 밴드(Visor Curving Band)’라는 도구를 이용해 원하는 각도를 만들 수 있다.

59FIFTY는 디자인이 완성이 된 후엔 기능성을 더하기 위한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쳤는데, 초창기엔 울 소재였지만 땀 흡수가 용이한 폴리에스터로 대체되었고, 모자 안쪽도 통기성 있는 소재로 처리되었으며, 이마에 닿는 밴드 부분도 선수들이 관리하기 편하도록 흰색에서 검정색으로 바뀌었다. 또한 햇볕을 가려주는 챙은 지면으로부터 오는 반사 빛으로부터도 선수들의 눈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안쪽 면이 검정색으로 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흔히 보는 야구모자들과는 달리 머리 사이즈에 정확히 맞춰 써야 하는 59FIFTY는 따라서 모자 뒤쪽에 사이즈 조절 기능이 없으며, 대신 그 자리에 MLB 로고가 놓여져 있고, 왼쪽 사이드엔 뉴에라 로고가 장식되어 있다.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 (사진=메츠 인스타그램)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 (사진=메츠 인스타그램)

◆ 트렌디 아이템으로 분열, 진화한 야구모자

야구모자가 경기장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영역을 확대한 건 1970년대 후반부터.

MLB를 다루는 케이블 채널이 늘어나면서 경기중계는 물론 관련 컨텐츠가 쏟아졌고, 당시의 인기 TV시리즈 ‘매그넘 P.I.(Magnum P.I.)’의 톰 셀렉을 비롯한 액션스타들이 야구모자를 즐겨 쓰면서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이후 일상 속에서 간단하게 스포티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사랑 받은 야구모자는 점차 아메리칸 캐주얼 패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1979년부터 메일 오더로 판매를 시작한 뉴에라는 선수용 59FIFTY외에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핏의 모자를 추가로 선보였다.

59FIFTY는 오리지널의 가치를 지닌 반면, 사이즈 조절이 안되다 보니 10개 내외의 폭넓은 사이즈 가운데 자신에 맞는 것을 잘 골라야 하고, 챙도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

이에 신축성 있는 소재로 제작되어 S/M, M/L, L/XL로 사이즈 종류가 간단해지고 부드러운 곡선형의 챙이 달린 ‘39THIRTY’, 그리고 모양과 재질은 59FIFTY와 비슷하지만 사이즈 조절이 가능하도록 뒤쪽에 스냅 버튼이 달린 ‘스냅백(snapback)’ 스타일의 ‘9FIFTY’ 등 다양하게 제품 라인이 확대되었다.

힙합과 만나 스냅백 트렌드를 이끌며 야구 모자의 인기를 다시 불러온 모델이 바로 9FIFTY다.

그리고 1996년 월드시리즈와 함께 뉴에라는 또 다른 변혁을 맞이했는데, 스포츠 광으로 알려진 뉴욕 출신의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가 뉴욕 양키스의 모자를 팀 컬러가 아닌, 레드로 만들어줄 것을 주문한 것.

결국 원했던 대로 빨간색의 양키스 캡을 손에 넣은 스파이크 리가 이 모자를 쓰고 월드시리즈를 참관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히면서 큰 화제가 되었고, 이는 야구모자의 새로운 길을 여는 촉발제 역할을 했다.

이후 뉴에라는 한정된 팀 컬러를 벗어나 화려한 컬러와 무늬를 접목하면서 독특한 스페셜 에디션, 콜라보레이션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미식축구, 농구 등 타 종목의 팀들을 위한 야구 모자도 활발히 전개 중이다.

뉴에라 네오 팝 컬렉션 (사진=뉴에라 인스타그램)
뉴에라 네오 팝 컬렉션 (사진=뉴에라 인스타그램)

이제 다양한 디자인과 핏의 야구모자들로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반면 오리지널 디자인을 고수하면서 전통의 가치를 보여주는 메이저리거들.

최근 많은 의류제품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 제작되는 가운데, 선수들이 경기 중 착용하는 59FIFTY의 ‘어센틱(Authentic) 컬렉션’만큼은 ‘메이드 인 USA’로 제한하는 것에서도 메이저리그의 고집이 엿보인다.

현재 MLB 모자는 국내에선 ‘뉴에라 캡 코리아’에서 직수입 제품을, ‘MLB 코리아’에서 라이선스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비인기 팀의 레어 아이템을 찾는 매니아들을 위한 해외직구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