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도 '고난의 행군'? vs 턴어라운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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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도 '고난의 행군'? vs 턴어라운드 가능?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4.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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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D램 가격 약세 '부담'...갤럭시S10 호조에 '기대'
▲ 삼성전자는 5일 올 1분기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잠정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큰 그림에서 주가는 바닥을 찍고 상승기 초입에 이른 모습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5일 올 1분기(1월~3월)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4.13%, 영업이익은 60.36% 감소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디스플레이·메모리 사업의 환경 약세로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1분기 실적은 말그대로 '어닝 쇼크'다. 2016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2017년 1월(9조9000억원) 이후 2년여 만에 영업이익이 1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3분기 17조5700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애플발 악재에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애플發' 악재에 휘청인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공교롭게도 '애플발(發) 악재'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디스플레이 사업은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며 크게 흔들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동기보다 15% 줄면서 타격을 받았다. 금융투자업계는 약 8000억원대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XS 시리즈 생산을 10% 감축했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프리미엄 제품에 OLED 채택을 줄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은 2분기에도 삼성전자 실적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삼성전자는 부진의 늪에 빠진 반도체 시장의 영향으로 올 1분기 실적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부진의 늪에 빠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과 함께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반도체 부문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이달 초 반도체 수출은 29.7%나 감소했다. 한국 수출의 견인차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바닥을 알 수 없는 하락세다. 대만의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한국의 주력 반도체인 D램(DDR4 8Gb 기준, 고정거래가 기준) 가격은 지난해 9월 8.19달러(약 9305원)에서 올해 3월 4.56달러(약 5181원)로 하락했다. 기준점을 올 1월로 놓고 봐도 전월 대비 17.2% 떨어진 데 이어 2월에도 1월에 비해 14.5%나 주저 앉았다.

D램 가격이 2개월 연속 급락한 건 2011년 2차 메모리 반도체 치킨 게임 이후 처음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D램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 대표기업들이 재고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거래가 끊겨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낸시플래시(128Gb) 고정거래가격 역시 지난해 11월 4.74달러에서 지난달 4.11달러로 내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시장 수요를 위축시켰고, 고객사 및 업계 재고 증가가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D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된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과 서버 출하 둔화 등 영향으로 글로벌 PC 제조사는 물론 서버 제조사의 재고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갤럭시S10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땡큐 갤럭시S10" 선방한 스마트폰

삼성전자가 10분기 만에 최저 실적을 기록했지만 스마트폰 사업 부문은 갤럭시S10의 판매 호조 속에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 Mobile Communications) 부문은 1분기 2조5000억~2조7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상치대로라면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3조8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지만, 직전 분기 1조5000억원보다는 70%가량 상승했다. 

IM부문은 지난해 4분기 2016년 3분기(1000억원) 이후 9분기 만에 분기별 영업이익 2조원을 넘지 못하며 충격을 안겼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이 있었던 2016년 3분기를 제외하면 2012년 이래 분기별 최저치였다. 여기에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둔화와 중국업체와 경쟁 심화로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3억대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8일 글로벌 출시한 갤럭시S10 견조한 판매가 이뤄지면서 실적은 반등했다. 갤럭시S10은 전작인 갤럭시S9 판매량의 1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초기 예약물량이 국내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에서 전작을 크게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메라 모듈 등 제품 부품원가 상승과 중저가폰 라인업 강화로 스마트폰 실적 개선 정도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갤럭시S10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2분기 갤럭시S10 5G, 갤럭시 폴드와 갤럭시A 시리즈 등 주력 상품을 출시하며 중국업체와 격차를 벌인다. 

5일 갤럭시S10 5G 일반 판매를 시작으로 삼성전자는 갤럭시S10e·S10·S10플러스 등을 선보인다. 2분기 안에 미국에서도 갤럭시S10 5G를 출시한다. 오는 26일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미국에 출시한 후 다음달 중순 국내에서 5G를 지원하는 갤럭시 폴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중저가 라인업도 완성 중이다. 지난 11일 태국에서 중저가 갤럭시A 시리즈 최상위 제품인 갤럭시A90을 공개했다. 

▲ 삼성전자 CE부문이 TV 등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 1분기에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선전한 TV·냉장고 1위 '굳건'

지난해 매출 42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한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올 1분기 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2800억원을 크게 웃돈 수치이지만 전분기 6800억원에는 못 미친다. CE부문 실적은 평균치다. TV사업이 꾸준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생활가전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CE시장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음성 AI, 사물인터넷 도입 확대로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8K·초대형·라이프 스타일 제품을 확대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생활가전 사업은 기존 제품의 혁신과 소비자 욕구 변화에 부합하는 신규 카테고리 제품을 결합한다. 패밀리 허브 냉장고는 가족 구성원간 소통 창구가 될 패밀리보드를 탑재하고 한층 진화한 빅스빅을 도입한다. 무풍에어컨은 냉방성능을 강화하고 우드, 메탈 등 신소재를 채용한 공간 맞춤형 디자인으로 격을 높인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에어드레서, 그랑데 건조기,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제품 역시 밀레니엄 세대 주도로 빠르게 변화 중인 소비자 니즈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소폭 우상향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관련 업계와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송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4조원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부문 적자가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갤럭시S10의 판매 호조와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모뎀칩·통신장비)에 대한 로드맵이 긍정적이라는 점은 삼성전자 주가에 호재"라고 덧붙였다. 

특히 송 연구원은 침체의 늪에 빠진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봤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2분기에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이 2분기 경기부양책에 나서면서 IT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최근 한동안 주문이 없었던 미국, 중국, 대만 등 서버용 D램 주문이 시작됐고, 하반기 반도체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2분기부터 삼성전자의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애플의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물량 증가 등 긍정적 요인들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 연구원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의 행보를 주목했다. 인텔은 900조원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사업 공략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핵심은 서버용 CPU 신제품 '캐스케이드 레이크'다. 이 제품은 성능을 최대 3배 정도 올렸고, '딥러닝(심층학습 연산 기능)'을 추가해 AI 추론 속도를 빠르게 한 게 특징이다. 

도 연구원은 "업계가 매우 기대하는 신제품"이라며 "현재 중단돼 있는 인터넷 업체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캐스케이드 출시와 함께 하반기부터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서버 분야에서 대량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인텔의 새 CPU 출시는 PC용 D램과 낸시플래시 수요 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CPU 공급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던 PC업체들의 생산도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2분기부터 애플이 아이폰용 패널 물량 생산을 시작하는 점과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를 놓고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긍정적이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7nm(나노미터) 공정부터 경쟁사보다 빠르게 EUV(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이를 모멘텀 삼아 일부 대형 고객들의 칩 물량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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