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왜 특허를 '공짜'로 공개하나
상태바
도요타는 왜 특허를 '공짜'로 공개하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4.04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도요타는 3일 나고야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리드차량 등 전기차 관련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자체 보유한 전기차 관련 특허 2만여 건을 '공짜'로 공개하기로 했다. 

데라시 시게키 도요타자동차 부사장은 3일 나고야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리드차량(HV) 등 전기차 관련 특허 약 2만3740건을 무상으로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개방 대상 특허는 모터 및 전력변환 장치, 배터리 관련 기술 등 HV 차량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기술이다. 

데라시 부사장은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가 요구하는 연비 수준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EV) 업계 비용 절감을 도모해 전체 시장을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도요타는 2015년 1월 수소연료전지차(FCV) 관련 특허 5680건을 2020년까지 무상으로 개방했다. 시스템 제어 관련 3350건, 연료전지 스택 관련 1970건, 고압 수소탱크 관련 290건, 충전시설 관련 70건의 특허가 대상이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전기·수소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피 튀기는 경쟁 속에서 도요타가 어렵게 쌓아온 기술을 아무런 대가 없이 공개하는 이유는 뭘까. 

▲ 아키오 도요타 사장이 올해 CES에서 도요타의 자율주행차 플래폼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술표준화, 시장선도'기업 자리 꿰찰 의도?    

도요타가 힘들게 쌓아 올린 노하우를 공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기술 공유로 시장을 인위적으로 키우기 위함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기술은 사장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더 많은 '플레이어'의 시장 유입을 위해 기술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가 앞서 수소차 특허 기술을 공개한데 이어 친환경차 관련 기술을 공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례로 구글을 꼽을 수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소스코드를 공개했다. 삼성과 LG 등 스마트폰 생산 업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활용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였다. 그 결과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구글의 이익도 비례해 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 공개의 근본적인 이유는 표준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다. '기술 경쟁'의 승패는 소비자가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기술은 '표준'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 1970년대 일본 소니와 JVC의 '비디오테이프 표준화 경쟁'은 대표적 사례다. 기술적인 면에서 보면 소니의 베타맥스 방식이 JVC의 VHS보다 앞섰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주장한 소니와 달리 JVC는 일정 수수료만 내면 VHS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시장은 JVC의 손을 들어줬다. 기술 경쟁에서 승리한 JVC는 이후 비디오테이프 시장에서 '표준'으로 승승장구했다. 

▲ 올해 CES에서 전 세계 취재진들이 도요타의 프레젠테이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맹이 없는 특허 공개, 마케팅 전략일 수도

기업이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기술 특허를 공개하는 사례도 있다. 특허를 개방해 관련 업계 선두 주자라는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기술 특허를 사용한 셈이다. 

도요타는 과거 중국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관련 기술 특허를 완전 공개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 환경 오염과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중국 정부가 전기차 이용을 적극 권장했고, 도요타는 이런 시류에 편승하며 하락세에 있던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리려 했다. 중국 정부 역시 전기차 만으로 친환경차 권장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의 벽 앞에서 도요타의 기술 공개를 반겼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도요타의 이런 정책은 도요타만의 승리로 끝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막상 도요타가 공개한 기술의 뚜껑을 열어보니 쓸모없는 연관 기술 특허였고, 사용 조건 역시 복잡했다"고 말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지름 18mm, 길이 65mm인 원통형 배터리를 수천개 설치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기술 특허를 개방한 적 있다. 문제는 가성비였다. 대당 '억' 소리나는 테슬라와 달리 대중성을 고려해야 하는 여타 완성차 업체는 가격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테슬라식 배터리 방식을 쓰지 않았다. 배터리를 수천개 설치하는 방식 대신 관련 업계는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테슬라는 특허를 공개했지만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해 마케팅 효과조차 거두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술 특허를 개방하는 추세지만, 핵심 기술은 가린 경우가 많다"며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 마케팅 전략인 셈"이라고 밝혔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