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공포'에 빠진 세계적 관광도시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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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공포'에 빠진 세계적 관광도시 방콕
  • 정리=이재윤 기자
  • 승인 2015.08.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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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 3kg 사제폭탄으로 밝혀져, 사망자 20명 넘어... 2차 폭탄테러 소문도

굉음과 함께 2m 가까이 치솟아 오른 화염, 두 동강이 난 육신, 팔다리를 잃고 기어다니는 사람들.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직후 태국 방콕의 도심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참혹한 모습을 드러냈다.

솜욧 품품무엉 경찰청장은 힌두 사원인 에라완 사원 근처 의자에 설치된 TNT 3㎏의 사제 폭발물이 터졌으며, 이 폭탄의 파괴력이 반경 100m에 미쳤다고 발표했다.

 

▲ 사고 현장에 처참하게 부서져 있는 오토바이 등의 잔해가 폭발 당시의 충격을 드러내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방콕의 관광명소인 에라완 사원 근처에는 많은 인파로 활력이 넘실대던 평소와 달리 조용한 공포가 흘렀다. 전날 발생한 테러가 너무 잔혹해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표정에서는 충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20명을 넘고, 부상자도 1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망자 중에는 중국인 2명, 필리핀인 1명 등 외국인 3명이 포함됐으나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부상자가 있는지 현장 근처 병원, 현지 경찰 등을 상대로 계속 확인하고 있다.
한국대사관은 대사관 홈페이지와 교민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이번 사건을 공지하고, 2차 폭탄 테러 소문이 나돌고 있는 만큼 수쿰빗, 실롬, 통로 등 테러 위험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의 방문을 자제하도록 당부했다.
 
美 "이슬람단체 테러 여부 속단 어렵다"... 반군부 정치테러 가능성도
이번 폭탄 공격은 방콕에서 발생한 것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누가 이번 공격을 가했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태국은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이 독립 및 분리를 요구하는 남부지역에서 매일같이 소규모 테러가 발생하고 있으나, 세계적 관광도시인 방콕 도심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서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더 컸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 등 정치 불안이 잦아 방콕 도심에서 과거 폭탄 테러가 적지않게 일어났다.
태국은 지난해 상반기 약 반년 동안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당시 육군 사령관이던 프라윳 현 총리가 같은 해 5월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부를 몰아내고 집권했다.
당시 시위 기간에 방콕 시내 곳곳에서 소규모 폭탄 테러가 발생했으며, 올해 2월에도 중심가 대형 쇼핑몰 근처에서 폭탄 2개가 터졌다.
이번 폭탄 폭발은 지난해 쿠데타 후 처음으로 발생한 대규모 공격에 해당한다.
에라완 사원이 위치한 라차프라송 교차로 일대는 정치적 시위가 자주 발생했던 곳으로, 지난 2010년에는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이른바 '레드셔츠' 시위대가 장기간 시위를 벌였으며,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90여명이 숨졌다.
미국, EU 등은 이번 폭탄 공격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으며, 미국은 이번 폭발이 이슬람 단체의 테러인지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라윗 왕수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이번 공격은 태국의 이미지에 손상을 가해 관광산업 등 경제에 타격을 가하려는 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태국 정부는 방콕 시내 주요 지점과 관광지 등에 경비를 강화하고 국민들에게 혼란에 빠지지 말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도심 번화가의 관광명소인 현장은 '아비규환'... 충격적 증언들
사건 현장 부근에서 폭발을 간접 경험한 이들은 저마다 충격적인 경험을 털어놓았다.
즉사한 시신들이 이송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 방콕 도심 폭탄 테러 현장에서 피해자가 후송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에라완 사원을 방문한 동생을 밖에서 기다리가 폭발을 지켜본 산지브 뱌야스가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누가 뜬금없이 나를 확 떼미는 것 같았다"며 "거대한 돌풍과 날아다니는 파편이 순식간에 들이닥쳤다"고 폭발 순간을 떠올렸다. 산지브는 계획된 영화 촬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언뜻 하다가 자신이 땅바닥에 고꾸라진 것을 인지하고서야 진짜 폭발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여기저기 시신과 자전거가 널브러져 있고 자동차는 불에 활활 타고 있었다"며 "사람은 모두 비명을 지르고 자동차는 모두 경적을 울리는 완전한 혼돈, 아비규환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에 사는 레이피 포터도 사건 현장 근처에서 폭발을 경험했다.
포터는 "내 몸이 빨려들어가는 것 같다가 갑자기 다시 튕겨져 나왔다"며 "불길과 함께 파편이 허공으로 높이 치솟았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폭발 충격으로 머리가 얼얼한 채로 달아나다가 넘어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며 "기어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팔다리가 사라진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리처드 스리쿠레자는 현장 근처에서 폭발 직후 달아나던 군중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거의 항상 사람들로 꽉꽉 들어차 번잡한 곳에서 폭탄이 터졌다"며 "다치지 않은 이들은 모두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해 지독한 혼란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소 멀리 있던 카리시나 푼잘리는 사건 현장을 보지 못했으나 굉음과 독한 냄새 때문에 바로 공포에 질렸다. 그는 "천둥이 쳤나 싶어 하늘을 봤으나 구름이 없었다"며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사이렌이 울리고 고무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창문을 닫았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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