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유니폼 AtoZ]⑤서부개척사로 얽힌 인디언들과 레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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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유니폼 AtoZ]⑤서부개척사로 얽힌 인디언들과 레인저
  • 김서나 패션에디터
  • 승인 2019.04.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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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서부 역사에서 찾아보는 브레이브스, 인디언스와 레인저스의 모티브
▲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 (사진=브레이브스 인스타그램)

새로운 땅을 차지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황금을 캐기 위해 달렸던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

그 역사 속에서 맞서 싸웠던 원주민들과 민병대가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만났다.

◆ 토마호크로 용맹스러움을 과시하는 브레이브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홈 경기에서 득점 기회가 올 때면 관중들이 일어나 특유의 응원을 펼친다.

우렁찬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팔을 위아래로 흔드는데, ‘토마호크 찹(Tomahawk Chop)’이라고 불리는 이 응원 법은 미국 원주민들이 손도끼인 토마호크를 들고 함성을 지르며 싸움에 나섰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브레이브스(Braves)’는 바로 인디언 전사를 의미하는 ‘브라보스(Bravos)’에서 유래된 이름.

1883년 ‘보스턴 빈이터스’로 시작해 여러 변화를 겪었던 팀은, 1912년 ‘보스턴 브레이브스’로 새 출발하면서 인디언 추장을 로고로 내세웠다. 당시 구단주가 속해있던 뉴욕의 정치 조직 ‘태머니 홀’이 인디언을 심볼로 쓰고 있었다고.

이후 추장의 머리 장식이 화려해지고 뒷배경이 생기는 등 로고가 업그레이드되던 중 브레이브스는 밀워키를 거쳐 1966년 조지아 주 애틀란타에 정착했다. 애틀란타 측이 프로구단의 유치를 위해 애틀란타 스타디움을 건설해놓고 러브콜을 보낸 것.

팀 로고도 거대한 머리 장식의 추장 대신 깃털을 꽂고 호탕하게 웃는 모히칸 용사로 대체되었는데, 자연스럽게 피부 톤이 바뀌고 레터링과도 결합되면서 용사의 로고는 변모했지만, 1987년부터는 브레이브스가 팀의 개성을 나타낼 새로운 모티브로 손도끼를 선택했다.

이 시기에 맞춰 유니폼 저지에도 레터링 아래에 손도끼를 그려 넣은 브레이브스는 점차 성적도 좋아지면서 강팀으로 성장했고, 보스턴, 밀워키 시절에 이어 애틀란타에서도 드디어 199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당시의 상대팀은 바로 인디언스.

▲ 왼쪽부터 로고 디자인 변천. 위는 브레이브스, 가운데는 인디언스, 아래는 레인저스.

  ◆ 팀의 캐릭터 ‘와후 추장’과 헤어지는 인디언스

미시건 주에서 결성되었던 인디언스 구단은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로 1900년에 이주한 후 ‘레이크 쇼어스’, ‘나폴레옹스’ 등을 거쳐 1915부터 ‘인디언스(Indians)’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루이스 소칼렉시스(Louis Sockalexis)라는 인디언 혈통의 선수가 클리블랜드 지역에서 실제 뛰고 있었기 때문.

처음엔 이니셜 로고를 쓰던 인디언스는 1928년부터 붉은 얼굴의 모히칸 인디언을 등장시켰고, 차츰 커다란 깃털 장식을 쓴 추장으로 권위를 더했다.

그리고 1947년 인디언스의 오랜 마스코트 ‘와후 추장(Chief Wahoo)’이 탄생했다.

커다란 치아를 보이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만화 캐릭터 와후 추장은 다소 평범한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는 인디언스 팀에게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클리블랜드 팬들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한 와후 추장은 이후 다양한 모습으로 활용되고 상품으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모아왔는데, 반면 미국 원주민의 이미지를 희화화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인디언스는 2014년 큼지막한 알파벳’C’의 로고를 내놓았다.

이에 입지가 줄게 된 와후 추장은 그래도 저지의 한쪽 소매에 남아 존재감을 이어왔으나, 그마저도 이번 2019 시즌부터는 불가능하게 됐다. 인종차별이라는 목소리에 계속 버텨오던 구단 측이 결국 와후 추장의 은퇴를 결정한 것.

대신 인디언스의 이름만큼은 꼭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프란시스코 린도어 (사진=인디언스 인스타그램)

◆ ‘외로운 별’ 텍사스 공화국의 자부심, 레인저스

레인저스의 역사는 1972년 텍사스 주 알링턴 시장의 구애 작전에 넘어간 ‘워싱턴 세너터스’가 서부 행을 결심하면서부터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텍사스 레인저 디비전(Texas Ranger Division)’을 따른 이름.

야구팀과 똑같이 ‘텍사스 레인저스’라고도 불리는 이 기관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주 관할 법 집행조직으로, 현재 ‘텍사스주 공안국(TxDPS)’에 소속되어 경찰과 분리된 수사기관으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 원주민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200여년전 텍사스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창설되었던 민병대가 그 초기의 모습.

텍사스 주민들로 이루어진 민병대는 스스로 정착지를 지키기 위해 유사시 각자 갖고 있던 총을 들고 나섰는데, 당시 무법자들은 물론 미국 원주민들도 상대해야 했다. 이들은 이후 텍사스 공화국 독립을 위해 멕시코와 알라모 전투를 벌였고, 미국 연방에 편입된 후엔 남북전쟁에도 참전했다고.

텍사스가 자랑스러워하는 조직을 팀 이름으로 정한 레인저스 구단은 ‘서부의 사나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야구공에 카우보이 모자를 씌운 팀 로고로 출발했다.

1980년대엔 텍사스 지도를 디자인에 넣었고, 1990년대엔 커다란 별 하나를 중앙에 둔 배지 형태의 로고로 변경했는데, 이때 별은 미국 성조기보다는 텍사스주의 깃발을 상징한 것으로 보는 게 가깝다.

큰 별 하나가 그려진, 성조기를 단순화시킨 모양의 주기를 즐겨 사용하는 텍사스는 그래서 스스로 ‘외로운 별(Lone Star State)’이라는 닉네임으로 부르기도.

2003년 레인저스가 팀 로고에 이니셜 ‘T’를 중심으로 야구공을 그려 넣으면서 별은 테두리로 밀려났지만 특유의 강인한 느낌은 변하지 않았으며, 저지의 레터링도 그림을 넣거나 흘려 쓰던 패턴에서 고풍스럽고 우직한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대부분 홈 저지에는 팀 이름을, 어웨이 저지엔 지역 이름을 표기하는데, 홈과 어웨이 모두에 ‘텍사스’를 내세우고, 텍사스 깃발의 로고를 소매에 장식하는 것을 보면 텍산(Texan)들의 주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 텍사스 레인저스의 조이 갈로 (사진=레인저스 인스타그램)

미국 원주민이었지만 결국 영토 싸움에서 밀려나 보호구역으로 내몰렸던 미국 원주민 전사들.

하지만 그들의 용맹스러운 전투력은 다양한 인종의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고, 따라서 야구와 미식축구 등 스포츠 팀들은 물론 군용 무기에도 관련된 이름이 붙는 경우가 많다.

인디언스도 그 중 한 팀이지만, 원주민을 가볍게 묘사한 데에 반감을 느낀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와후 추장과는 작별하기로 했는데, 한편 지난 194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이유가 ‘와후 추장의 저주’ 때문이라는 설도 있었던 만큼 과연 이번 시즌의 운명이 어디로 향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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