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합의점 또 못찾아...불확실성 확대에 영국 경제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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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합의점 또 못찾아...불확실성 확대에 영국 경제 시름
  • 최원정 글로벌에디터
  • 승인 2019.04.0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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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최원정 글로벌에디터]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대안 4가지를 놓고 또다시 진행한 표결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1일(현지시각) 영국 하원은 ▲영구적이고 포괄적인 관세동맹 잔류안 ▲노르웨이 모델의 ‘공동시장 2.0(Common Market 2.0)’안 ▲의회를 통과한 그 어떤 브렉시트안도 국민 투표로 확정하는 방안▲’노딜 브렉시트’를 방지하기 위해 ‘리스본50조’ 폐지 여부를 포함한 투표를 하는 방안 등 4개의 대안을 놓고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진행했지만 모두 과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의향투표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놓고 동시에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다. 

▲ 1일(현지시각) 영국 하원이 4개의 브렉시트안을 놓고 의향투표를 실시한 후 결과를 듣고 있다. 사진=BBC 캡쳐

영국 정치권, 합의점 찾기에 잇달아 실패 

영국 하원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테레사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부결시켰고, ‘탈퇴협정을 승인해 5월22일 EU를 떠난다’는 결의안만을 따로 떼어 실시한 세번째 투표에서조차 의견이 갈렸다. 브렉시트 기한이 다가오면서 영국 하원은 지난달 27일에는 8개 방안을 상정해 의향 투표를 실시했지만 모두 과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에 하원은 이날 4개의 안을 놓고 다시 투표를 진행했지만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노르웨이식 ‘공동시장 2.0’방안을 제안했던 보수당 닐 볼스 의원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다”며 “이 당에 더 이상 남아있을 수 없다”며 탈당했다. 

스티븐 버클레이 브렉시트 담당 장관은 “유일한 대안은 노딜을 피할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이번주에 통과시킨다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하원은 오는 3일 합의점을 찾기 위해 또다시 토론과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치 싸움에 영국 경제 몸살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에 영국 경제는 눈에 띄게 활력을 잃고 있다. 영국이 EU(유럽연합)와 결별을 선언한지 2년 10개월이 됐지만 무역 규정 등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는 얼어붙었다.

영란은행은 브렉시트로 인한 혼돈 때문에 투자와 내수가 줄면서 영국 경제가 매주 10억 달러의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건에 대한 어떤 협상도 없이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상의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영국의 성장률은 브렉시트 투표 이후 기존의 2%대에서 1%대로 떨어졌다.

실제로 영국 기업들은 브렉시트 정국이 혼돈을 거듭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영국 자동차공업협회는 2월말 기준 영국 제조 자동차가 일년전에 비해 15% 줄었으며, 현재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불확실성으로 투자와 일자리 뿐 아니라 영국의 명성까지 타격을 입었다며 정치권을 비난했다. 아담 마샬 영국 상공회의소 소장은 정치권을 향해 “아무도 기업 경영을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는다. 국가 경영 역시 마찬가지”라며 비판을 가했다.

외국 기업들의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인 닛산은 새로운 SUV모델 ‘엑스트레일’을 원래 영국 선더랜드의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일본계 가전업체인 소니와 파나소닉도 유럽지역 본부를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옮긴다는 방침이다. 독일 기계업체인 섀플러는 영국에 위치한 공장 3개중 2개를 폐쇄할 계획이다. 미국 상공회의소의 유럽부문 부사장인 마조리 콜린스는 “미국 기업들은 이미 영국 탈출을 위해 수백, 수천만 달러를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런던은 유럽의 금융허브 역할을 했지만 이미 많은 금융권이 본부를 독일이나 프랑스, 네덜란드로 옮겼다. 언스트영에 따르면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영국을 떠났다. 

기업 뿐 아니라 가계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후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 대비 15% 가량 떨어졌다. 이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며 영국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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