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 박삼구 SOS에 산업은행 10년전과 같은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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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박삼구 SOS에 산업은행 10년전과 같은 선택할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3.28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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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8일 그룹은 물론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자진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스스로 사임했다. 그룹은 물론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8일 "박 회장이 27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KDB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지난해 감사보고서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로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만큼 그룹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은 물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 놓겠다고 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감사보고서 감사의견으로 '한정'을 받으며 회사채가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또 650억원 규모의 영구채 2차 발행에 제동이 걸렸고, 회사채 상장 폐지 우려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유동성 문제에 직면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한 상태인데 현재 BBB-인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하면 ABS 미상환액을 즉시 갚아야 한다. 자칫 회사 자체가 부도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감사의견은 사흘 만에 '적정'으로 재공지되면서 상장채권 폐지 사유가 해소됐지만, 박 회장의 자진 사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 여파로 불거진 유동성 위기가 결국 박삼구 회장의 자진 사임으로 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로 유동성 위기

박 회장 자진 사임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건 산업은행에 도움을 요청한 대목이다.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그리고 산업은행의 지난 10년간의 동행이 재조명 받고 있다. 

금호그룹의 대우건설(2006년)과 대한통운(2007년) 인수는 '승자의 저주'로 그룹에 다시 회복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상흔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그룹은 와해됐다. 

금호그룹은 2009년 12월30일 이사회를 열고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을 산업은행에 신청했다. 산업은행은 이듬해 1월5일 이들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를 선언했다. 

반전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박 회장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를 통해 워크아웃 개시 1개월 만에 금호타이어, 또다시 9개월 만에 금호그룹 회장직에 순차적으로 복귀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절대적 우군으로 든든한 배경이 됐고, 이 때부터 산업은행의 박 회장 밀어주기 논란이 불거졌다. 

통상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기업 정상화(졸업)까지 3~5년의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이 기간중에는 전임 경영진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이 엄중한데 다시 권한을 줄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금호그룹 회장직에 다시 오르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당시 박 회장에 대한 '특별 대우'의 근거로 사재 출연이 거론됐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 회장이 내놓은 사재는 당시 평가기준 금호타이어 여신담보(금호생명 주식 77만주, 약 222억원), 금호산업 여신담보(금호산업 주식 30만주, 약 40억원), 아시아나항공 여신담보(박 회장 부동산 임야 및 묘지 약 2억원), 금호석화 여신담보(금호석화 주식 204만주, 약 483억원)가 전부였다. 박 회장이 내놓은 사재라는 게 각 회사에 제공됐거나 제공될 여신(채무)인 셈이다. 당시 금호그룹 전반의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조차도 담보 가치가 크지 않았다. 

2012년 박 회장 일가는 주가가 크게 오른 금호석유화학 지분 등을 매각해 3300여억원의 자금을 마련했고, 이 돈으로 다시 금호타이어(1130억원)와 금호산업(22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재 출연을 했다. 이를 두고 당시에도 사재 출연이 아닌 지분 확대라는 해석과 함께 비판 의견이 적지 않았다. 

▲ 이동걸(사진) 산업은행장이 도움을 요청하며 그룹 회장직 등에서 자진 사임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주목 된다. 사진=연합뉴스

▲ 위기 때마다 구원등판했던 산업은행, 이번에는...

산업은행은 2013년 또 한번 금호산업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금호산업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산업은행은 채권단의 금호산업 채권(507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산업 기업어음(709억원) 역시 출자전환해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이 과정을 통해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은 80%에서 50% 미만으로 떨어졌고, 금호산업은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었다. 

산업은행이 제안한 이런 구조조정 방안은 사실상의 순환출자다. 당시 신규 순환출자를 제한하는 걸림돌이 있었지만 산업은행은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예외조항까지 두며 강행했다. 일부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출자전환으로 채권단 지분이 희석된다며 반발했지만 산업은행은 밀어부쳤다. 

금호산업은 2014년 10월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졸업할 때까지 매년 자본잠식과 상장폐지 위기를 겪었다. 부채비율은 낮아졌지만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단적으로 금호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2012년과 2013년 화물기와 여객기가 연이어 추락하며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부채비율 역시 금호산업에 대한 지원과 A380 도입 등 무리한 확장으로 계속 높아졌다. 지금까지도 재계 및 금융권 일부에서는 당시 금호산업 평가기준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5년.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또다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박 회장이 회장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며 지원을 요청한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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