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진 회장인데"...조양호'경영권 박탈'로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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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회장인데"...조양호'경영권 박탈'로 볼 수 없어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3.27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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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이사 제외돼도 회장직 유지시 경영 관여 가능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대한항공 주주들은 27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부결했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위임장 제출을 포함해 5789명, 총 7004만946주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9484만4611주) 대비 73.8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이날 주총 후 일부 언론은 조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권을 박탈 당했다고 대서특필했다. 정말로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상실했을까.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며 대표이사직을 상실했다. 사진= 연합뉴스

등기이사 물러나도 경영 참여 문제 없어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주주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기업의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때문에 주식회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주주다. 하지만 다수로 구성된 주주들이 회사 경영에 일일이 참여할 순 없다. 따라서 주주들은 자신을 대신해 회사 경영을 맡길 사람, 즉 이사를 뽑는다. 이사란 주주의 주주권을 위임받아 회사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사람으로 보통 해당 기업을 대표해 법률 행위를 집행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는 직위에 있는 경영진을 의미한다. 

이사로 구성된 기관을 이사회라고 한다. 주식회사는 반드시 이사회가 존재해야 한다. 이사회는 주총의 권한을 제외한 회사 업무집행에 관련한 주요 사안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물론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 만약 경영난으로 회사가 부실해지거나 파산한다면 은행 등 채권자들은 이사회에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다. 

이사들 중 대표를 대표이사라고 하며 통상 이사회에서 선발한다. 하지만 회사에 정해진 규정(정관)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직접 선임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 정관을 보면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 회장은 주주 3분의 2의 동의를 얻지 못해 이날 주총을 끝으로 이사회에서 배제됐다. 

재계 총수 등기이사 배제 부지기수

조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 놓으며 이사회에서 배제됐다고 해서 대한항공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까. 재계 총수들을 보면 사법처리 등 법률위반 혹은 연봉 공개(등기이사는 연봉공시의무가 있다)등을 꺼려 자의나 타의에 의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경우가 적지 않다.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신동빈, 이재현 회장 등 지금은 아니더라도 한 때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회장직은 유지했던 총수들을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대표이사와 회장 혹은 사장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둘의 차이는 법적 책임과 권한, 실질적 책임과 권한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표이사는 내부적으로는 업무를 집행하고 외부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실질적인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회장, 사장, 전무, 상무, 부장 등 통상 회사에서 부르는 직함은 법적으로 정해진 명칭이 아니다. 회사 내에서 정한 직위다. 통상 우리나라에선 회장이 실질적인 최고경영자라고 인식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직위와 법적인 이사직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한 회사의 회장이지만 이사직을 맡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회장은 회사 경영에 있어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장남 조원태 사장, 대표이사직 유지 

조 회장 일가 등 대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기업인 한진그룹의 특성 상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대한항공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아직까지 대한항공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조 회장이 물러난다해도 아버지의 경영에 대한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자들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28.93%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분 29.96%를 가지고 있고, 조 회장 등 총수 일가는 대한항공 지분 3.39%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이 경영에 개입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앞으로 거취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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