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사내이사 손들어 준 국민연금, 조양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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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사내이사 손들어 준 국민연금, 조양호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3.25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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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현 회장 사내이사 선임 기권으로 도와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 선임안에 기권한 국민연금은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오른쪽)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 된다.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큰 손'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중요한 고비를 맞는다. 한진그룹은 국민연금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때와 같은 선택을 하길 바라고 있다. 앞서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기권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고배당, 지배구조 개선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선택은 기타 위탁운용사와 기관투자자 등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민연금의 결정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표 대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국민연금은 25일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정은(사진) 현대그룹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안에 기권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장기적 주주가치' 우선...기권으로 현정은 손 들어줘

국민연금은 25일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장기적 주주가치 고려'를 이유로 꼽았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1일 "상호출자기업집단 내 부당 지원행위가 있어 기업가치 훼손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장기적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현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기권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월 현대상선은 현 회장 등 전직 임원 5명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또 2016년에는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정은 회장 일가가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준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등 4개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장기적 주주가치'를 근거로 현 회장의 사내이사 안건에 기권했다. 

▲ 국민연금이 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에 어떤 표결을 할지 주목 된다. 연합뉴스

◆'현정은과 닮은꼴' 조양호 회장의 운명은

조 회장이 직면한 상황도 현 회장과 많은 면에서 닮았다. 조 회장은 현재 모두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 및 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 무역' 등을 끼워 196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특정경제법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조 회장은 세 자녀의 주식 매매 의혹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2014년 8월 조현아·원태·현민 씨가 보유한 정석기업 주식 7만1880주를 정석기업이 176억원에 사들이도록 해 정석기업에 약 41억원의 손해를 끼친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 

검찰은 아울러 조 회장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 처남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조사 받을 당시 변호사 비용과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변호사 비용 등 모두 17억원의 회삿돈을 쓴 혐의(특경법상 횡령)도 받고 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두고 재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무죄추정 Vs. 갑질 논란, 국민연금 선택 두고 엇갈린 분석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아직 정하지 않은 가운데 국민연금의 선택을 두고 엇갈린 분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조 회장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하는 동시에 경영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 관련 혐의는 아직 사법부의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국민연금은 죄형 법정주의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델타항공과 조인트 벤처(JV) 조기 정착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성공적 개최 등 주요한 과제가 산적하다"면서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서 항공전문가 조양호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연금이 현 회장과 달리 '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조 회장과 조 회장 일가가 회사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다 한진일가 갑질 논란으로 전 국민적 비난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기권을 행사하기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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