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의지 담은 `SK 공유 오피스 실험` 만족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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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의지 담은 `SK 공유 오피스 실험` 만족도는?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3.22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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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계열 5개사 직원들 "대만족"..간부들 "창의적 사고 가능"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여기가 한국 대기업판 위워크 인가?"

대형 카페를 옮겨 놓은 듯한 개방형 인테리어, 다양하고 독특한 공간에서 자유분방하게 일하는 사람들, 사무실 내부에 마련된 무료바(Bar)까지.

SK E&S,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등 SK 계열사들이 모여있는 공유 오피스에 들어서는 순간 뇌리에 '구글'이란 두 글자가 스쳐갔다. 대기업 계열사들끼리 공유 오피스를 하다니? 

▲ SK E&S,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3사 공유 오피스에는 다양한 업무 공간이 마련돼 있어 마치 카페를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이성노 기자

직원들의 편의 시설이 잘되어 있다는 구글 사옥은 직원 편의와 창의력 증진을 위해 기존 사무실 개념을 탈피하고 다양하고 독특한 인테리어로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다. 이런 직원 친화적 공간을 여러 계열사가 공유해서 사용하는 `위워크` 모델이 합쳐졌다.

20일 오후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찾아간 SK E&S,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의 임시사옥인 '그랑서울'는 마치 '한국판 구글 또는 위워크'를 연상케 했다. 

SK 3개사는 그랑서울 21~24층을 임시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별로 일부 전용 공간이 있지만 22~23층은 소속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공유오피스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출근 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당일 근무할 자리를 예약해 일과를 시작한다. 대부분 공간에는 일명 칸막이라 불리는 파티션 없어 다양한 사람과 소통이 가능했다. 

또한, 캡슐형, 오픈 테이블형, 1인실, 프로젝트룸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다. 노트북, 자료 등 물품은 개인 사물함에 보관할 수 있어 출·퇴근길은 가볍기만 하다.

▲ 공유 오피스에는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무료바(Bar), 집중근무를 할 수 있는 개인 공간 그리고 노트북, 자료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개인 사물함이 배치돼 있다

◆ 직원 "10점 만점에 10점"인데 팀장들 반응은?

직원들의 반응은 두말할 나위 없이 '10점 만점에 10점'이다. 

상사가 있는 책상 앞에서 보이지 않는 눈치(?)를 봐야했던 직원들은 본인이 원하는 공간에서 보다 자유롭게 오직 자신 만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사와 떨어져 있어서 상사업무 지시를 받거나 상사업무를 대신하는 속박이 없다.

SK E&S 관계자는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업무 집중도 향상은 물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친화력은 좋아지고, 시야는 넓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팀장급 인사는 "구성원들이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월요병이 없어졌다는 이야기까지 들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팀을 운영하기 위해 직원들은 시야에 두고 있다가 혼자 동떨어져 일하고 있는 팀장들은 어떨까. 불편하고 아쉬운 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변화가 마냥 나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SK 계열사의 한 팀장은 "이전에 있던 팀장룸이 없어졌고, 팀원들과 대면 접촉이 줄어든 것은 아쉽긴 하다. 매일 새로운 자리를 예약하는 것도 조금 번거로운 면이 있다"면서 "다만, 팀장급 이상 간부들도 다양한 사고를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매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어 새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는 이야기다. 특히 낯익은 팀원, 가까운 팀의 직원들만 얼굴을 맞대다가 전혀 교류가 없었던 팀이나, 계열사의 직원들과도 마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참신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는 것.

또다른 팀장급 간부 역시 "대기업에서 공유오피스 개념이 가능할까 같은, 공유 오피스 전환 이후 여러 우려가 컸지만, 적응 기간을 거친 이후에는 뚜렷한 단점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반응"이라며 "일반 직원, 간부 할 것 없이 서로의 눈치를 보지않고 편하게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라" 최태원 회장의 특명

SK 계열사의 '공유 오피스'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주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근무시간의 80% 이상을 칸막이에서 혼자 일하는 사람들은 새롭게 만나는 사람이 20명이 안 될 것"이라며 "이렇게 일하면 새로운 시도, 비즈니스 모델 변화는 가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프로젝트 중심의 공간에서 협업과 공유를 활성화하는 환경으로 업무공간을 바꿔야 한다"는 최 회장의 특명에 공유 오피스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방된 공간에서 협업 활성화와 창의적 사고 증진을 위해서다.  

지난해 SK C&C 분당사옥을 시작으로 SK E&S,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그랑서울 임시 사옥이 공유오피스 형태로 전환했고, 지난달에는 SKC도 공사를 마치고 일하는 방식에 혁신을 가속화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일하는 방식 형식'에 따라 SK 계열사 별로 상황에 맞게 공유 오피스로 전환하고 있다"며 "현재 반응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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