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9년연속 적자 전망'에도 자신감 넘치는 이유
상태바
현대상선, '9년연속 적자 전망'에도 자신감 넘치는 이유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3.17 0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장 실적개선 어렵지만 IMO 규제 본격화될 내년 재도약 노려"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적자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현대상선이 올해 역시 순탄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년 연속 적자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회사내부에서는 이른바 '근자감(근거 있는 자신감)'을 보이며 2020년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 현대상선이 2020년을 재도약 원년으로 삼고 올해는 실적에 대한 기대보다는 환경규제에 준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현대상선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에 포함된 황산화물 비율을 3.5%에서 0.5%로 감축하는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가 환경 규제에 맞춰 새판짜기에 돌입한 가운데 현대상선은 2020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수장 교체와 맞물려 당장의 성과가 필요하지만, 실적보다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투자와 준비에 주력할 계획이다. 

◆ 저유황유보다 '스크러버'…글로벌 해운사는 '우왕좌왕'

해운사의 IMO 환경 규제에 대응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저유황유 사용, 액화천연가스(LPG)선 발주 그리고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창지) 장착이다. 

글로벌 1, 2위 해운사인 머스크와 MSC가 저유황유와 스크러버를 저울질하며 허송세월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상선은 일찌감치 스크러버로 노선을 정했다. 

일반적으로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50% 이상 비싸다. 스크러버는 척당 500만달러(약 57억원)에서 800만달러(약 90억원)의 초기 비용이 들어가지만, 기존 가격이 저렴한 벙커C유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LNG선은 건조기간에만 18개월 이상이 걸릴 뿐 아니라 선박 가격(척당 약 1억8000만달러·약 2045억원) 역시 고가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7월 1만1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메가 컨테이너선에서 세계 최초로 스크러버를 장착한 'HMM Promise(에이치엠엠 프로미스)'를 출항하며 IMO 환경규제 대응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현대상선은 2020년 2분기부터 인도되는 2만3000TEU급 선박 12척과 1만5000TEU급 선박 8척 등 친환경 메가컨테이너선 20척에도 모두 스크러버를 설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은 환경 규제 대응 방안에 비교적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며 "머스크가 저유황유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업계 안팎에서는 저유황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급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밝혔다. 

▲ 현재 전세계 운항중인 1만1000TEU급 이상의 메가 컨테이너선 가운데 유일하게 스크러버를 장착한 현대상선 'HMM Promise(에이치엠엠 프로미스)'호. /사진=현대상선

◆ 초대형 컨테이너선·선대규모 80만TEU↑…규모의 경제 실현

현대상선은 지난해 조선 3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와 3조1532억원 규모의 친환경 메가 컨테이너선 20척의 건조 계약을 통해 선대 규모를 대폭 늘리게 됐다. 

현대상선의 선복량(적재랑)은 41만4073TEU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20척의 선박을 모두 인도받는 2021년에는 80만TEU 이상으로 늘어나 세계 8위 선사로 뛰어오르게 된다. 

선복량과 20척 모두 친환경 기술이 탑재돼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을 향상하고, 스크러버 장착으로 유류비 절감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향후 인도될 2만TEU급 선박은 현재 운항중인 8000TEU급 선박과 비교해 선복량은 3배 이상 늘어나지만, 연비는 비슷하다"며 "더불어 스크러버 장착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저렴한 고유황유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 "올해는 준비의 해…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결실"

현대상선의 2019년은 환경규제 대응에 준비하는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올해 역시 순탄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 정상화, 환경 규제 대응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결실(실적)은 올해 이후에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창근 사장도 지난해 12월 열린 '2019년 영업전략회의'에서 "2020년에 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시작되면 현대상선에는 기회가 오는 것"이라며 "2019년 한 해 동안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하자"고 강조했다. 

현대상선은 내년부터 20척의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인도되는 만큼 신규 채용 및 입사자 교육, 전세계 화주, 항만 관계자들과 소통, 기존 선박 스크러버 장착, 얼라이언스 계약 등 숨 가쁜 1년을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경영 정상화에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다"며 "해운업이 다양한 변수들이 많은데 회사가 투자와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유리하게 작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