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료, 돈 못벌면 노조 없다?...사측 "사실무근"

노측 "매출 1000억 전까진 회사가 노조 불인정"...사측 "사실과 다르다" 박대웅 기자l승인2019.03.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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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 도로에서 LG생활건강 손자회사 한국음료 노조원들이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대웅 기자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목숨 내놓고 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 도로는 극과 극의 풍경이 엇갈렸다. 이날 LG트윈타워에서는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주주총회 현장으로 가는 길 한 켠.

코 끝이 시릴 정도로 매서운 꽃샘추위에 침낭과 두꺼운 외투에 의지한 채 콘크리트 바닥의 한기를 버티며 노조 설립을 인정해 달라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자리했다. 목숨까지 내놨다는 한국음료 노동자들은 왜 일터가 아닌 거리로 나섰을까.  

▲ 한국음료 노동자들이 LG생활건강에 노조할 권리를 요구하며 콘크리트 바닥에 앉은 채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박대웅 기자

◆ "노조할 권리 달라는 것 뿐"

한국음료는 LG그룹 계열사인 LG생활건강의 손자회사로 전라북도 남원에 있다. LG생활건강의 자회사인 코카콜라의 음료 대부분을 생산한다. 코카콜라, 조지아커피, 씨그램, 파워에이드 심지어 해태음료(2010년 LG생활건강 인수)의 코코팜 등 다양한 음료가 이들의 손을 거쳐 생산된다. 코카콜라는 2010년 한국음료를 인수했다. 

한국음료 노동자의 요구사항은 전임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와 노조사무실 제공이다. 타임오프제는 노동조합법을 근거로 한다. 적법한 노조활동을 하는 노조전임자와 조합원에게 근로시간면제를 부여하는 것으로 유급처리가 가능하다. 

최영수 화섬식품노조 한국음료지회장은 "노조 활동할 시간과 장소를 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요구냐"고 반문했다. 한국음료 노조는 이날로 165일째  전면파업 중이다. 지난 6일부터는 최 지회장과 네 명의 조합원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한국음료 노동자들이 노조 탄압 의혹을 제기하며 노조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대웅 기자

◆ "노조하면 다친다"...CCTV 동원 노조 회유·탄압 의혹

한국음료는 최 지회장 주도 아래 2017년 여름부터 노조 설립을 준비해 지난해 4월 노조 깃발을 올렸다. 전체 직원 47명 중 인사와 총무직 등을 제외한 31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최 지회장은 이 때부터 자신을 포함한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감시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최 지회장은 "노조 설립 전 공장 외곽에 10대 정도 있던 CCTV가 70여대로 늘었다"며 "단순 모니터용이라던 생산라인 CCTV는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녹화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기 기술자인 제가 출입할 수 없는 곳이 CCTV 모니터가 설치된 경비실"이라면서 "경비실 천장과 천장 마감재 사이 공간에선 노조를 감시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CCTV 녹화 장비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최 지회장은 "관리자들이 조합원을 만나 '노조하면 다친다'며 탈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 측이 지회장인 자신과 노조 간부들에게 '업무 폭탄'을 투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조활동을 전혀 할 수 없게 매일같이 이메일과 카카오톡으로 말도 안 되는 업무를 시켰다"고 말했다. 

▲ 한국음료 노동자들이 노조 탄압 의혹을 제기하며 노조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대웅 기자

◆ 노조 "사측, 매출 1000억 되면 활동하라 요구" 

한국음료 노조는 정당한 노조활동 권리를 찾을 때까지 장외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 지회장은 "노조 설립 초기 회사는 공장장 등 결정권이 없는 이들을 교섭 상대로 내세웠고, 당연히 진전을 보지 못했다"면서 "결국 고용노동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그제서야 LG생활건강 노경팀에서 책임있는 인물이 교섭에 나섰다"고 말했다. 노경팀은 직원과 회사 사이 협력관계 구축을 주요 업무로 하는 부서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매출 1000억원 올리고 난 다음에 노조하라'였다"며 최 지회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난해 기준 코카콜라의 상여금은 800%, 우리는 300%였다. 코카콜라만큼 달라는 것도 아니고 타임오프와 노조사무실만 제공해 달라는데 콧방귀도 안 뀌었다"며 "상여금도 필요 없고, 그냥 노조할 시간과 장소만 달라는데도 1시간도 줄 수 없다는 게 회사의 답이었다"고 설명했다. 

최 지회장은 "한국음료를 본보기로 'LG생활건강 자회사에서 노조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시도 같다"면서 "반드시 노조할 우리의 권리를 되찾고 당당하게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한음절 한음절 힘주어 말했다. 

▲ LG생활건강은 노조 탄압을 주장하는 한국음료의 말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LG생활건강 CI

◆ LG생건 "'매출 1000억원=노조 허용' 사실 아냐"

한국음료 노조의 주장에 LG생활건강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사측은)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면 노조활동을 인정하겠다는 말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한국음료 노조와 지난해 5월이후 21차례 교섭을 단행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노조로 인정하지 않았다면 교섭에 나섰겠는가"라고 반문했다.   

CCTV 증설과 녹화가 노조 활동 감시라는 주장에 대해 LG생활건강은 "CCTV 증설은 노조와 합의 아래 진행한 사안"이라며 "이후 설치 업체의 작업 과정에서 녹화까지 됐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노조와 함께 해당 부분을 바로 잡았다"고 밝혔다. 

상근 노조직원의 근로시간 면제와 노조 사무실 개설 요구에 대해 LG생활건강은 "노조와 우선순위를 두고 이견이 있다"며 "임금과 사원 복지를 우선적으로 처리하자는 게 사측(LG생활건강)의 입장인 반면 노조는 근로시간 면제와 노조 사무실 개설을 선결 과제로 내세우고 있어 거리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 측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지만, 저희는 여전히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대웅 기자  bdu@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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