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업계 1, 2위인 신한·삼성카드가 현대자동차와 수수료율 협상 테이블에서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BC·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 등 6개 카드사는 현대차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업계 1, 2위인 신한·삼성카드가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한·삼성카드는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협상 결과에 따라 앞으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인상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대차와 신한·삼성 카드사는 이번 이슈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앞으로 각각 다른 카드사, 대기업간 계약에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보다 신중한 입장을 고수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에 재계와 금융업계에서는 정부 시책으로 대기업 카드사 수수료가 인상된 만큼 현대차와 카드사가 한걸음씩 물러서지 않는한 양측 협상이 장기화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카드사 "놓칠 수 없는 대형 가맹점이지만..."
신한·삼성카드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두고 현대차와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현대차가)놓칠 수 없는 대형 가맹점'이라는 점엔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이들은 수수료율 인상에 대해 지난해 추진된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을 근거로 "가맹점 역진성 해소, 적격비용 산정에 따라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단순 신용카드 결제에 따른 현대차 매출액은 2조원이다. 내부적으로 현대차는 놓칠 수 없는 가맹점이다.
신한카드는 실적은 물론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차와 협상에 적극적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절충안을 현대차에 제시했고, 답변은 기다리고 있다"며 "적격비용 이하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현대차가 원하는 비율에 맞추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현대차와 협상은 향후 거대 가맹점인 이통사, 항공사와 협상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과거처럼 쉽게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카드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는 주요 고객사이지만, 정부 정책과 더불어 대형 가맹점과 첫 협상이기 떄문에 (협상에서)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현대차 "원만한 해결 위해 최선…내부거래 염두에 없어"
업황 부진을 이유로 수수료율 인상에 난색을 보인 현대차 역시 원만한 합의를 원하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대형 카드사들의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기 떄문에 이견을 좁히고 있지만, 카드사에서 수수료율 인상 근거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게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산업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차협회가 수수료율 인상에 대해 검토를 부탁했다"면서 "그러나 카드사에서 적격비용에 대한 타당한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인상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카드사들이 내수 판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소비자들을 위해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곧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카드사를 상대로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에는 "전혀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 "파국은 면해도 협상결과 업계에 영향 미칠 것"
국내를 대표하는 카드·자동차 업계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두고 날 선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계약 해지'라는 파국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각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했다. 카드, 자동차업계 모두 서로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500억원 이상 가맹점에도 500억원 이하 가맹점에 비해 적은 수수료율을 받아왔기 떄문에 역진성의 빌미가 됐다"며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드사, 현대차 모두 서로를 잃으면 마이너스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떄문에 어떻게든 협상은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다른 산업과 협상을 위해서라도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내수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차가 대형 카드사를 놓친다면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서로가 마이너스인 싸움"이라며 "만약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현대차, 카드사는 물론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지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현대차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겠지만, 소비자와 업계를 위해서 원만히 타결돼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업계 1, 2위 카드사와 계약해지는 현대차에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며 "협상이 길어지면 결국 소비자 불편으로 다가오고 현대차, 카드사 모두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한 발 물러서는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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