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의 0.0003%' 제로페이, 빈수레일까 성장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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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의 0.0003%' 제로페이, 빈수레일까 성장통일까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3.06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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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실적 기대 이하…정부, 제로페이 확대에 총력 다하지만

서울시가 소상공인을 위해 야심차게 도입한 제로페이의 첫 실적이 기대 이하로 집계됐다. 

일각에서 "빈 수레가 요란하다", "정부가 민간사업에 개입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제로페이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6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제로페이 결제실적에 따르면 지난 1월 결제 실적은 8633건, 결제금액은 약 1억9949만원이다. /사진=연합뉴스

6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제로페이 결제실적에 따르면 지난 1월 결제 실적은 8633건, 결제금액은 약 1억9949만원이다. 등록가맹점 수가 4만6628개(1월31일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동안 가맹점당 0.19건, 4278원이 결제된 셈이다. 

제로페이 실적은 신용·체크카드와 비교하면 초라해진다. 같은달 개인카드 결제 건수(15억5000여건)와 비교하면 0.0006%, 결제금액(58조1000억원)에는 0.0003% 수준이다. 

제도 시행(지난해 12월20일) 이후 1월까지 결제금액(2억2000여만원)은 서울시(38억원)와 중소벤처기업부(60억원)가 올해 홍보 예산으로 책정한 98억원의 50분의 1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도입 초기 단계지만, 일선 구청·동사무소 공무원까지 총동원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 을 고려하면 미미한 실적이다.  

◆ 제로페이 가맹점 10% 이하…카드 수수료 개편에 큰 메리트 없어

이처럼 제로페이 실적이 참담한 이유는 가맹점 수가 적고 혜택이 와 닿지 않기 떄문이다.

1월31일 기준 가맹점 수는 4만6628곳으로 66만 소상공인점포에 10%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 제로페이를 실시할 수 있는 곳은 약 40만 곳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거나 신청한 곳은 모두 8만8000여 곳이다.   

제로페이 가맹점 수수료는 연 매출 8억원 이하는 0%, 8억~12억원은 0.3%, 12억원을 초과하는 사업장은 0.5%이다. 

기존 카드결제 수수료(약 2%)와 비교하면 큰 혜택이지만, 지난해 추진된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에 따라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0.5%(체크카드)와 0.8%(신용카드), 3억~5억원은 1.0%와 1.3%, 5억~10억원은 1.1%와 1.4%, 10억~30억원은 1.3%와 1.6%다. 

여기에 연매출 10억원 이하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매출세액공제한도를 적용하면 최소 수수료율은 0.1~0.4%까지 떨어진다. 

모든 혜택을 적용받으면 사실상 제로페이의 혜택은 무의미해진다는 이야기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오전 '제로페이' 모범단지인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해 한 상가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해 물건을 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에게도 제로페이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서울시는 '40% 적용 소득공제', '연말 소득공제를 47만원 더 받는 법' 등 절세혜택을 홍보하며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7만원 소득공제는 세전 연봉의 25%를 제로페이로 사용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맹 점포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로페이 실행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가맹점 비율이 낮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4월부터 다양한 혜택과 함께 가맹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카드 수수료 개편에 따라 자영업자의 부담이 경감된 것은 사실이지만, 업주에게 제로페이 가맹점의 혜택이 더 큰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와 중기부는 다양한 혜택을 준비하고 있고, 소득공제율 40% 역시 올해 안으로 법 개정이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시·중기부, 제로페이 확대에 총력

서울시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달 하순부터는 '모바일티머니'를 사용하면 결제액의 1~2%를 T-마일리지로 돌려주는 일종의 캐시백 혜택을 추가할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는 현재의 QR코드 방식뿐만 아니라 단말기 스캐너 결제를 도입해 편의점에서도 제로페이 사용을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상반기에는 공공시설 사용료 할인 등 각종 혜택도 확대할 계획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제로페이가 명실상부한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도록 서비스와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서울시 관계자는 "4월부터 다양한 혜택과 함께 가맹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제로페이 홈페이지 캡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부는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을 40% 적용하고 반대로 신용카드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 시장 개입(?)에 눈치 보는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제로페이가 공공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면 피해는 일반기업, 소비자에게 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석 의원은 제로페이에 대해 "정부가 카드시장에 개입해 민간기업과 경쟁하겠다는 잘못된 발상으로 시작된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서울시와 중기부는 가맹점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이용할 실익이 있는가, 신용카드가 아닌 제로페이를 선택할 유인이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세금을 쏟아부어 억지로 실적이 늘어난다고 해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수수료를 수취하지 못하는 은행들의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라며 "상인의 부담을 은행으로 돌리는 것뿐이고 은행은 손해를 은행 고객에게 전가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드 업계는 제로페이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시장 개입)을 우려하면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는 제로페이를 지켜보는 입장"이라며 "다만, 기존 신용카드만큼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매력적인 혜택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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