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범람 중고차시장, 블록체인이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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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 범람 중고차시장, 블록체인이 뒤집는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3.06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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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고차 시장등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 나서
▲ 해경이 바다에 빠진 차량을 건져 올리고 있다. 중고차시장에서는 이같은 침수차량을 속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진= 연합뉴스
"중고차 시장에 침수 차 쏟아집니다. 주의하세요."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 후 각종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른바 침수차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후 누리꾼들은 나름의 침수차 감별법을 공유하며 '호갱'(어수룩해 이용 당하기 좋은 고객·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 되지 말라고 조언했다.
 
단순히 침수차를 고르지 않는 법을 공유하던 지금의 모습은 기술의 발전, 특히 블록체인 기술의 성장 속에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베일에 쌓인 중고차 관련 정보의 높은 진입장벽을 탓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만들 미래 중고차 시장에선 침수차 자체를 선택지에서 사라지게 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 중고차 업체들의 자정 노력에도 소비자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고차 시장, '어쩌다 빛 좋은 개살구' 됐나

'허위매물', '미끼상품' 등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깊은 근본적인 이유는 단연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판매자는 중고차의 결함을 알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정보 부족으로 속아 비싸게 사는 일이 벌어진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레몬과 같이 시큼한 시쳇말로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오죽했으면 중고차 시장은 노벨상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조지 애컬로프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는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분석한 '레몬시장 이론'으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물론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중고차 업체의 노력과 제도적 장치가 없는 건 아니다. 중고차 업체는 허위매물 신고제, 삼진아웃제, 시세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 역시 성능 및 상태 점검기록부와 차량등록증 발부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등록 번호를 기반으로 '자동차 365'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보험개발원 역시 '자동차 사고이력정보 서비스(카히스토리)'로 차 상태나 사고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서 신문과 방송 등에서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주행거리, 사고 정보 등 위·변조 사례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부모님한테도 속여 파는 게 중고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고차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중고차 딜러는 '차팔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 블록체인 기술이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할 해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pixabay.com

◆구원투수 된 블록체인

믿고 사고, 팔 수 있는 중고차 시장 생태계를 조성할 방법은 없을까. 블록체인 기술이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정보의 독점이 아닌 공유로 비대칭성을 없애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무심코 지나치는 자동차에는 수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차대번호, 출고일 등 태생부터 가진 차량 정보를 비롯해 정비업체가 보유한 정비·수리 이력, 보험사의 사고 이력, 자동차경매장의 경매 이력,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이 보유한 자동차 등록정보(차종, 용도, 형식, 저당권 등)와 자동차 정기검사 내역 등 다양하다.

이들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공유하면 된다. 신차 출시, 정비 업체 이용, 소유권 이전 등 새로운 정보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데이터를 블록으로 생성할 수 있다. 이들 블록들이 연결돼 블록체인을 형성한다. 블록체인이 곧 정보 허브(Hub)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 기술로 정보들이 쌓이고 이를 관리할 중고차 정보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면 중고차 정보의 위·변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블록체인, 구매자-판매자 모두 '윈-윈' 이끌어
 
구매자는 사려는 차량의 사고이력부터 성능 및 상태, 소유권 문제 등의 정보를 딜러의 도움 없이 확인할 수 있다. 주행거리 및 수리 상태 조작으로 인한 사기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차량의 적절한 가격은 물론 자주 고장나는 부품과 소모품의 교환시기 등 정보를 참고해 고장을 사전에 예방하고 안전한 운행을 할 수 있다.
 
중고차 업체 역시 '차팔이'라는 오명을 씻고 전문직으로 자부심과 인정을 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된다. 또 중고차 거래 규모와 동향, 소비자 성향 및 인기 차종은 물론 자주 고장 나는 부품이나 적정 매입·매도 시기 및 가격 등 정보를 손쉽게 파악해 이윤을 높일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윈-윈'(Win-Win)인 셈이다.
 
◆자동차 시장 새 바람 일으킨 블록체인
 
국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으로 중고차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BMW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DOVU와 함께 주행거리 조작 방지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르노 역시 블록체인 플래폼 '비체인'을 선보였다. 비체인은 자동차 제조단계에 발급한 ID를 바탕으로 유지보수가 발생할 때마다 데이터를 자동으로 갱신한다. 두바이 도로교통국 또한 모든 차량의 이력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IBM 블록체인연구소는 블록체인을 적용한 중고차 매매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우리 정부 역시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4일 블록체인 초기시장 창출을 위해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에 참여할 3개 컨소시엄에 SK텔레콤과 현대오토에버, 이포넷 등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는 정부의 블록체인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며 실생활에서 이용 가능한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과 조기 상용화를 지원한다.
 
이 중 현대오토에버는 블로코, 에이비씨솔루션,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중고차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중고차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사기에 따른 중고차 거래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중고차 매입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주요 이력데이터(거래정보, 상태평가, 이력정보 등)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중고차의 운행기록, 사고이력의 위변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거래 중계 플랫폼을 구축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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