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한진칼 지키겠다는 조양호, 주총서 뜨거운 표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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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한진칼 지키겠다는 조양호, 주총서 뜨거운 표대결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3.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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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은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의 등기이사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연합뉴스
"핵심 계열사에 집중하겠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현재 겸직 중인 9개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3개로 줄이겠다고 5일 밝혔다.
 
현재 조 회장은 한진칼과 (주)한진, 대한항공,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등 7개사에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이어 한국공항과 칼호텔네트워크에 미등기 임원으로 자리해 있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핵심 계열사 업무에 집중해 한진그룹 재도약을 선도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면서 "한진칼과 (주)한진, 대한항공의 경우 임기 만료 시 이사회에서 중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경영권 참여 포기를 선언한 가운데 조양호 회장의 연임 여부가 주목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주주권 포기, 기관투자자의 선택은?
 
핵심 계열사에 집중하겠다는 조 회장의 자구책은 이달 말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대한 고비를 맞는다. 특히 오는 27일 열리는 대한항공 제57기 정기주주총회 결과가 관건이다.
 
이날 주주총회는 조 회장에 대한 이사 연임안을 심의·의결한다. 주주총회에 앞서 대한항공 이사회는 조 회장 연임에 대한 찬성 의사를 분명히 했다.
 
5일 대한항공 이사회는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델타항공과 조인트 벤처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성공적 서울 개최 등 대한항공의 주요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절대안전체제 유지 및 경영 안정을 통한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조 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호재는 또 있다.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는 대한항공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결정적 이유는 '10% 룰'이다. '10% 룰'이란 자본시장법상 특정 주주가 지분 10% 이상을 경영 참여 목적으로 보유하면 6개월 내 단기 매매 차익을 해당 기업에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영 참여로 얻은 내부 정보로 부당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경영권 참여를 위해서는 약 100억원의 돈을 토해내야 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대한항공이 최근 6개월간 주가가 약 30% 올라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돌려줘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주주권 행사가 오히려 국민연금 수익률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록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포기했지만 조 회장에 대한 이사 연임안이 가결되기까지는 뜨거운 표대결이 예상된다. 관건은 기관투자가다.
 
대한항공 정관을 보면 신규 이사가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려면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조 회장 일가와 국민연금의 지분을 합해도 과분에 못 미친다. 현재 대한항공 지분은 한진칼과 조 회장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33.35%, 국민연금이 11.70%, 기타 주주가 54.95%를 보유하고 있다. 기타 주주로는 우리사주 2.14%를 제외하면 외국인 주주와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 따라 조 회장의 연임을 낙관적으로 볼수만은 없는 구조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조 회장 연임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표결 내용은 엇갈렸다. 2016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연임안에 대해 국민연금만 반대했고, 나머지 기관투자자들(교보생명보험, 교보악사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사학연금공단, 칸서스자산운용, 한화생명보험)은 모두 연임에 찬성했다. 2017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과 함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책임성 및 직무 충실성 여부가 의심된다"며 조 회장 연임안에 반대했다.
 
나머지 기관투자자들(교보생명보험, 교보악사자산운용, 동부자산운용, 사학연금공단, 유리자산운용, 코레이트자산운용, 플러스자산운용, 하나은행,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한화생명보험,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은 모두 연임에 찬성했다.
 
지난해 진에어 주주총회에선 국민연금만 반대표를 행사하고 7개 기관은 포기, 1개 기관은 중립 표를 행사했다. 반대표는 6개 기관(노무라이화자산운용, 대덕자산운용, 보고펀드자산운용, 위플러스자산운용,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 던졌다. 
 
최근 3년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이 엇갈린 만큼 이번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더욱이 조 회장은 230여억원의 횡령 및 배힘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그 가족들 역시 회사 자산을 사익을 위해 이용하다 적발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기관투자자들로서는 연임에 반대할 충분한 명분이 있는 셈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참여연대 등과 주주명부 열람을 놓고 소송 중으로 정확한 주주 현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등이 대한항공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업계에선 파악하고 있다.
▲ 오는 27일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경영 참여를 선언한 행동주의 펀드 KCGI의 행보가 주목 된다. 연합뉴스
◆조양호 몰아내지도 못하는데…전방위 공세 나선 KCGI의 속내
 
조 회장의 연임 여부가 화두인 대한항공 주주총회와 달리 지주사인 한진칼 주주총회는 조 회장 일가와 일명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행동주의 펀드 KCGI와 표 대결이 예상된다.
 
앞서 KCGI는 한진칼을 상대로 주주총회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KCGI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부장 이승련)는 지난달 21일 KCGI가 한진칼과 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상장사 주주는 6개월 보유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3%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한진칼은 KCGI가 제안한 안건을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논의한다.
 
KCGI는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며 조 회장 등 총수 일가를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KCGI는 1월21일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이하 5개년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같은 달 31일에는 27일 한진칼 주주총회서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명, 감사 1명을 신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서를 한진에 보냈다.
 
KCGI의 5개년 계획은 이렇다.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포함, 6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해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해 사전 검토 및 심의를 담당하도록 했다.
 
또 ▲만성적자를 보이고 있는 칼호텔네트워크와 LA월셔그랜드호텔, 노후화된 와이키키리조트, 인수 후 개발이 중단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대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에 대한 투자 원점 재검토를 비롯해 ▲대주주 일가의 갑질 행태와 위법 행위 재발을 방지하고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해 대주주는 주주로서 감시 역할만 충실할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주주제안 역시 조 회장을 비록한 총수 일가를 견제하는 내용이 대다수다.
 
하지만 임기가 1년 남은 조 회장을 이번 주주총회에서 한진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기는 쉽지 않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8.70%로 7.3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KCGI 편에 서더라도 18.15%에 불과해 표대결에서 이길 수 없다.
 
더욱이 기관투자자인 상당수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이 한진그룹과 금융 거래 등 이해관계로 묶여 있어 KCGI의 편에 서기도 힘들다. KCGI는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지분율 10.81%)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지분율 10.17%)의 2대 주주다.
 
사실상 한진칼 대표이사에서 조 회장을 몰아낼 수 없는 상황에서 KCGI의 노림수는 뭘까. 한진칼 등기이사 7명 중 4명이 3월 임기가 끝났다. 이날 주주총회에선 이들 4명에 대한 재선임안이 논의된다.
 
재계와 증권 업계 안팎에서는 KCGI가 한진칼 주주총회서 조 회장 측 등기이사 연임을 반대하며 자기 쪽 사람을 이사로 세워 앞으로 경영권 참여에서 추진력을 삼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인 석태수 사장과 사외이사인 조현덕 이사, 김종준 이사 그리고 상근감사인 윤종호 감사에 대한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KCGI는 이들이 조 회장 등 일가에 대한 감시와 견제 능력이 떨어진다며 재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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