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하 하나은행)이 3연임 문턱에서 지난달 28일 물러섰다. 함 행장의 자진 용퇴는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고 금융감독 당국과 껄끄러워진 조직 안정화를 위해 조직의 수장으로서 용기있는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반면 일각에선 미래에 대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함 행장이 떠난 자리에 하나금융그룹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달 28일 지성규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내정했다.
◆ 임추위, 지성규 선택 까닭은
하나은행 임추위는 지난달 28일 오전 지성규·황효상 부행장을 최종 은행장 후보로 낙점했었다.
지난달 중순께만해도 함 은행장이 용퇴할 경우 황 부행장이 차기 은행장으로 유력하단 하마평이 금융권 안팎에서 무성했다. 황 부행장은 외환은행 출신으로 하나·외환 통합은행 2기 은행장으로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추위는 지 부행장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지 은행장 내정자가 ▲중국통으로서 하나은행의 글로벌 영토 확장 전략에 밝고 ▲중국법인에 2017년말까지 근무해 현재 사법부 재판이 진행 중인 2016년말 이전 채용비리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데다 ▲옛 제일은행 출신으로 1991년 하나은행에 입사한 이력이 한국투자종금을 거쳐 서울·보람·외환 은행 등이 합쳐진 하나은행 구성원들 사이에서 중립적으로 평가 받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 은행장 내정자는 1963년생이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제일은행을 거쳐 1991년 하나은행 입사 후 2001년 홍콩과 중국 심양 지점에서 일했고 2007년 하나은행중국법인 설립단 부단장을 지냈다. 이후 하나은행 본점 근무후 2017년말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으로 금의환향 했었다.
한편 1년이상 부행장을 지낸 은행장 후보군 중 한명이었던 장경훈 부행장은 하나카드 사장으로 영전했다. 이로써 하나은행 경영진 가운데 한국투자종금 출신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또 다른 은행장 후보군이었던 한준성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은 앞으로 디지털금융에 매진하는 은행의 디지털 사업 리더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함영주...‘노병은 죽지않는다?’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9월 외환은행과 통합이후 초대 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조직 안정화에 기여하면서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또 갈아치웠다. 2017년 연임에 성공한 후 하나금융지주 경영부문 부회장을 겸임해 왔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 통합 이후 조직 안정화, 호실적 등 내부적으로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용비리 등으로 얼룩진 은행장 재임기간을 보낸 함 행장은 지난달 28일 돌연 고향인 충남 부여로 자취를 감췄다. 임추위에 은행장 사퇴를 통보한 직후였다. 외형상으로는 함 행장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조직의 안정화를 위한 용기있는 결정이었다.
함 행장은 이에 따라 오는 3월말 은행장 자리를 떠날 예정이다. 다만 그는 겸임 중이었던 하나금융지주 경영부문 부회장직은 유지한다. 현재 상황에서 함 행장의 미래는 예측 불가다. 분명한 것은 함 행장이 은행장 자리를 내놨지만 하나금융그룹에서 떠나진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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