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사외이사 선임' 현대차-모비스 향해 칼 뺀 엘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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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당·사외이사 선임' 현대차-모비스 향해 칼 뺀 엘리엇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3.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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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엘리엇, 주가하락 손실 무리한 요구로 메우려 해"
▲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오는 22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이사회와 표대결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이 오는 22일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이하 모비스)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표 결집에 나섰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의 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에 2배가 넘는 고배당 요구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사외이사 선임 추진 등 엘리엇의 저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엘리엇은 4일,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현대차와 모비스 주주들에게 공개할 주주제안의 프리젠테이션 내용을 공개했다. 올초 현대차와  모비스에 주주제안 형식으로 대규모 배당을 요구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과 28일 이들 회사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공개하기도 했던 엘리엇은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도 배당확대와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했다.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의 개편을 위한 제안'이라는 제하의 발표문에서 엘리엇은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하고 책임경영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하고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해 투자자 이익을 위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먼저 배당확대를 주장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의 보통주에 대한 배당금 4조5000억원(주당 2만1967원)을 지급하는 안건에 동의해달라고 요구했다. 우선주 배당금 1조3000억원을 포함하면 엘리엇이 요구하는 배당 규모는 5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2조4222억원)의 2.4배, 순이익(1조6450억원)의 3.5배에 달한다. 이에 현대차는 배당금 6150억원(주당 3000원)을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무리한 배당 요구는 모비스에서도 이어진다. 엘리엇은 모비스 주가의 12%에 해당하는 배당금 2조5000억원(주당 2만6399원)의 배당 지급과 순현금자산을 기존 7조4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줄일 것으로 요구했다. 반면 모비스는 주가의 1.9%에 해당하는 배당금 3700억원(주당 4000원)의 배당금 지급을 제안했다.

시장은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 모비스, 기아자동차) 계열사 주식을 샀던 엘리엇이 주가 하락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배당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배당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전방위로 공격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도 증권계의 분석과 궤를 같이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완성차 브랜드가 연구개발 비중을 늘리고 미래 자동차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기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엘리엇의 무리한 배당 요구는 자칫 기업의 경쟁력을 잃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오는 22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기존 이사진간 표 대결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엘리엇은 고배당 이외에도 사외이사 선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단적으로 엘리엇은 로버트 랜달 맥웬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을 현대차의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문제는 발라드파워시스템이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수소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과 경쟁 관계인 업체의 회장을 현대차의 사외이사로 앉히라는 의미인 셈이다.

모비스의 사외이사로 엘리엇이 추천한 올리 로버트 알렌 크루즈 주니어 카르마 최고기술경영자(CTO)도 마찬가지다. 카르마는 모비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고객사다. 모비스의 고객사 임원이 모비스의 사외이사로 자리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단적으로 부품개발과 가격 등 핵심 정보에 고객사 임원이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로 현대차와 모비스 이사회는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대차 이사회는 "사외이사 주주제안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각 후보자들의 전문성이 특정 산업에 치우쳐 있고 이해상충 등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22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엘리엇과 현대차 및 모비스 이사회는 각각 제안한 배당안 및 사외이사(현대차 3명, 모비스 2명)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친다. 각각 개별 표결하고 보통결의 요건(출석주주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 25% 이상 찬성)을 충족하는 인원이 많은 쪽으로 의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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