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들기...외연과 내포 사이에서

김이나 컬쳐 에디터l승인2019.03.0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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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pixabay

엔진오일을 교환할 때가 된 것 같다. 재작년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내가 하지 않아서 더욱 더 기억은 나지 않는다.

 “엔진 오일 언제 갈았어? “ 몇 번 물어본 적은 있어도 뭐라고 했는지  대답이 기억나지 않는다.

물어만 보는 거다, 실은.

꼭 내가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상대는 기억하고 있으라는, 다소 면피성 질문이다.

어디선가 분명  5천km 마다 라고 본 것도 같고 6천 km 라고 본 것도 같다. 만 km를 넘어서 가니 카센터 사장님의 프로페셔널다운 질책을 듣기도 했던 것 같다.

새 차도 아니고 하루 종일 운행 하거나  장거리를 자주 뛰지도 않으니 더더욱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다.

차도 오래되고 이젠 애착도 바래졌다.

 

모처럼 여유를 부려본다. 3월이고 봄이 온다.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좀 만나야 겠다.

학연, 지연, 비즈니스로 만난 사람들, 간혹 몇 다리 건너 알게 된 사람들.

주말에 친구들을 만났다. 둘은 어릴적 친구고 한 사람은 페친, 페이스북 친구다.

친구의 친구라 자연스레 페친 수락을 한 셈인데 사실 작년에 잠깐 여러 명 어우러진 자리에서 간신히 통성명만 했던 터라 페친의 자격을 검증(?)할 기회를 가져보리라 생각했던 터다.

와인을 두어 병 들고 온다는 걸 보니 사회생활은 좀 하는 듯 하다.

등산로 입구에서 서로 닉네임을 부르며 인사를 하는 사람들을 더러 본 적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나 자연스레 산에서 상면(相面)을 하는 분들인 것 같았다.

그렇게 생면 부지, 무연고의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없는 걸 보면 난 아직 인간관계에선 덤비는(?) 편이 아닌지라 페이스북에서 “그래, 앞으로 넌 내 친구야” 라고 수락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친구의 친구라면 기본 점수는 획득하고 호감도는 상승한다. 거기에 하는 일, 성격, 관심사, 유머 코드 등등에서 점수를 따면 친구가 될 필요충분 점수가 확보된다. 오프라인에서도 한 번 만나볼 만 하다.

물론 만나서 그 점수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아니 리셋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친구  끊기” 클릭.

 

                    ▲ 페이스북의 설립 과정을 그린 영화 <소셜 네트워크> [사진 네이버]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외연을 확장해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쁘지 않다. 그 확장성은 때로는 30평대 아파트를 50 평대로 보이게끔 만드는 고부가가치의 능력이다.

반면  친구란 개념을 아주 좁게, 대신 아주 두껍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아무나 친구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친구 아니고 지인, 친구 아니고 동창, 친구 아니고 회사 동료,  친구 아니고 날 이용만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외연을 넓혀가는 사람들이 만들어 낼지 모르는 고부가가치가 이들에겐 불가능할까?

대신 이들은 아주 밀도있는 관계를 통해 그가 친구라 부를 수 있는, 그에게 친구라 불려지는 영광(?)을 얻은 사람에게 베풀지도 모른다.  그 형태가 무엇이든 말이다.

두껍든  얇든 넓든 좁든…인간관계는 맺기도 어렵고 풀기도 어렵고 숙성시키기도 어렵고 적당한 때 꺼내 쓰기도 어렵다. 그냥 다 어렵다.

엔진 오일을 교환할 때가 된 것 같다.

아니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날 때가 온 것같다.

오래된 차는 애착이 바래졌지만 오래된 친구는 애착이 더 선명해 지나보다.

만날 때가 언제인지 카센터 사장님에게 물어 볼 수는 없지만, 봄이니까 벚꽃 이쁜 동네에서 만나려고 한다.

그 전에 정리를 좀 해두려 한다. 일년에 한 번 만나는 게 좋은 사람인지 한 달에 한 번 만나면 되는 사람인지 아님 3년에 한 번 카톡만 주고 받아도 될 사이인지, 물론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오늘 주소록을 정리하고 카톡 친구를 정리하고 페북 친구를 정리해두려 한다.

생각보다 정리가 쉽지는 않다. 묘안을 떠올린다.

“친구” 말고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 냈다. ”친한 친구”.

그리곤 “가족” 밑에 두었다. 한결 마음이 놓인다.

 
 

김이나 컬쳐 에디터  moniquekim@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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