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 전설의 북한 감호…동해안 GP를 문화재로
상태바
‘선녀와 나무꾼’ 전설의 북한 감호…동해안 GP를 문화재로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2.14 1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재청, 동해안 DMZ GP 문화재 현지조사…조선시대 양사언이 정자 지은 곳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에 통일전망대가 있다. 민통선 입구에서 출입 절차를 밟아 들어갈 수 있다.

그곳에서는 DMZ 너머로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로 유명한 감호(鑑湖)가 어렴풋하게 보인다. 감호는 북한 지역이다.

 

문화재청은 14일 비무장지대(DMZ) 내 동해안 감시초소(GP)의 문화재적 가치를 검토하기 위해 관계전문가를 보내 현지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현지조사를 하는 ‘동해안 GP’는 지난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9.19 군사 분야 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 내 남측 감시초소 11개소에 대한 시범철거 진행과정에서 역사적 상징성과 평화적 활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보존이 결정된 곳이다.

동해안 GP는 금강산 자락과 해금강, 감호 등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1953년 군사정전협정 체결 직후 남측에 설치된 최초의 감시초소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문화재청이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번 현지조사를 토대로 이 GP를 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 감호의 위치 /구글 인공위성 지도

 

감호(鑑湖)의 한자를 풀이하면 ‘거울 호수’다. 옛날에 선녀가 내려뜨린 거울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성군 동남쪽에 있는 작은 바다호수로, 금강산 구선봉 아래 천서암을 지나 내려가면 이 호수에 이른다. 감호는 둥근고리 모양의 화강암 능선과 봉우리에 둘러싸였던 골짜기가 바다물에 잠긴 다음 바다물결에 의한 모래가 쌓여 이루어 졌다.

호수는 동쪽으로 200~300m폭의 긴 모래뚝을 사이에 두고 동해와 이웃해 있다. 둘레는 3㎞이고 깊이는 2~3m 정도로, 깊지 않다. 호수의 모양은 원형으로 되여 있으며, 면적은 0.28㎢으로 속초 영랑호보다 더 넓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이 호수를 동정호, 시중호, 삼일포 등 관동지역 이름난 세 호수와 겨루기도 했고, 금강산에서도 고요하고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고 해 덕 있고 얌전한 처녀에 비유하기도 했다. 감호에는 잉어, 송어, 붕어, 버들치 등 물고기가 많다고 북한 지리정보는 제공하고 있다.

호수의 잔잔한 맑은 물,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숲, 푸른 바다 그리고 신선들이 놀았다는 바둑판과 천서암, 비래정 등 전설과 유적들을 가지고 있는 구선봉이 잘 조화되어 절경을 이룬다.

감호에서 바닷가를 따라가면 꽃피는 나루로 알려진 석호인 화진포가 있다.

 

▲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본 모습 /통일전망대 갤러리

 

감호가 명승지로 유명하게 된 것은 16세기의 시인이며 명필가인 양사언(楊士彦, 1517~1584년)이 감호 북쪽 기슭에 비래정(飛來亭)을 짓고 살았기 때문이다. 비래정은 ‘하늘에서 날아온 정자’라는 의미다.

관동지방의 명승지들을 유람하던 양사언은 1564년부터 이곳에 정자를 짓고 살면서 이런 시를 지었다.

 

묻노니 그대 어이 이 고장에 집 잡았나/ 세상에 이름난 곳 여기가 제일 좋아/ 흰 모래, 푸른 바다, 소나무숲사이길에/ 일만송이 고운 연꽃 내 집을 덮었다오

 

양사언이 경치좋은 곳에 감호당을 지어 ‘비래정’이라는 편액을 쓰기 위해 온갖 정력을 쏟아부었으나 오직 ‘날 비’(飛)자만 완성해 달았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양사언은 고래수염으로 만든 큰 붓에 먹물을 듬뿍 묻혀 현판을 썼는데 ‘비’자는 잘 되었으나, ‘래’자와 ‘정’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비’자만 따로 오려 내어 벽에 걸어두었는데, 그가 죽은후 벽에 걸었던 ‘비’자를 쓴 족자도 하늘로 날아가 없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감호당은 임진왜란 때 왜적들에 의하여 불타버리고 터만이 남아 있다고 북한측 지리정보가 전한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