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최악의 고용참사…진단엔 공감, 처방에선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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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최악의 고용참사…진단엔 공감, 처방에선 이견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2.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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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론 포기하고 친기업으로 전환해야” “적극 재정으로 고용 충격 완화해야”

 

새해 들어 첫 고용성적표가 낙제점이다.

1월 실업률이 4.5%로 1년전에 비해 0.8% 포인트나 뛰어 올랐다. 실업자 수는 122만4,000명으로 지난해 1월에 비해 무려 20만4,000명(20%)나 증가했다. 이같은 실업자 규모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123만2,000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많다.

산업별 취업자를 보면, 제조업 부문에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제조업에서 17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7만6,000개, 도매 및 소매업에서 6만7,000개위 일자라가 사라졌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일하지 않거나,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하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그냥 쉬는 인구가 1월에 214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6.6% 증가했고, 구직단념자는 60만5,000명으로 한해 사이에 5만2,000명(9.4%)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다. 하지만 이 정부의 일자리 성적은 초라하다 못해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 자료: 통계청

 

14일자 주요신문들은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다루면서 고용시장의 문제점을 짚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은 고용시장 악화에 같은 진단을 내렸다. 조선일보는 “54조 쓰고도 19년 만의 최악 실업, 정부 대책은 또 '세금'”이란 사설을, 한겨레는 “재정 투입으로 마이너스 겨우 면한 ‘일자리 통계’”란 사설을 냈다.

하지만 처방에서 두 신문 사설은 각기의 방향을 갔다. 한겨레는 보다 더 적극적인 재정 집행을 주문했고, 조선일보는 관(官) 주도 고용에 대한 무용론을 폈다.

 

조선일보 사설은 “일자리 창출의 주력이어야 할 민간 고용은 위축되고, 세금으로 만든 관제(官製) 일자리만 늘어났다”며, “세금으로 급조한 일자리는 세금만 끊어지면 바로 없어진다.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일자리 수치도 참담하지만 고용의 질도 나쁘다.”고 했다. 조선 사설은 “세금 퍼붓기 대신 친기업·친시장의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일자리는 결코 늘어나지 않는다”이라며, “일자리 예산 54조원을 쏟아붓고도 최악의 고용참사가 이어지고 있다면 반성하고 노선을 수정하는 게 상식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한겨레신문 사설은 “민간 부문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집행을 통해 고용 충격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면서 “취업자 수 목표를 맞추기 위한 일회성 일자리보다는 육아·보육·간병·건강관리 등 생활밀착형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같은 지속가능한 고용을 확충하는 일에 예산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주장했다. 한겨레도 “단기 대책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목표치 맞추기에 매몰되는 조급증은 경계해야 하며 산업 구조조정과 경제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새해 들어서도 계속되는 고용난, 백약이 무효인가”라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경향 사설은 정부가 혁신성장 정책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도 했지만, 해를 넘겨서도 성장과 일자리 지표 모두 역주행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며 정부를 다그쳤다.

 

중앙일보 사설은 “소득주도 성장 멈추고 혁신성장으로 돌파하라”고 정부에 방향 전환을 제시했다. 중앙 사설은 소득주도 성장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피해가 고스란히 임시·일용직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의 몫이며, 이로 인해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도그마처럼 끌어안고만 있다”면서, “정부가 여기에 매달리는 한 고용은 늪에서 헤어날 수 없다”고 했다. 중앙은 “이대로 가면 자칫 한국 경제는 ‘고용 감소→소비 위축→투자 감소→고용 감소’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정책 역주행을 멈추고 혁신성장 우선으로 유턴해 돌파구를 찾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새해 첫 달부터 고용참사, ‘한국형 리쇼어링’ 왜 못하나”라는 사설에서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처럼 저임금을 찾아 개발도상국으로 떠난 자국 기업들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을 제안했다. 동아 사설은 “한국은 반대로 국내 기업들마저 해외로 나간다. 정부가 규제혁신에 시동을 걸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가 모두 나서서 맞춤형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으로 국내외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은 “'일자리 우물' 말랐는데 공공채용 확대가 '마중물' 되겠나”며 ‘정공법’을 제쳐두고 또다시 공공기관을 동원해 일자리를 보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지적했다. 한경 사설은 정부의 규제 탓에 기업들이 활력을 잃어 기업 일자리라는 우물 자체가 말라버렸다며 “정부는 공공기관을 동원한 일자리 ‘분식(粉飾)’에 매달릴 게 아니라 기업이라는 우물에 물이 가득 차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신문은 “혹한의 고용시장, 한국 경제 허리가 꺾이고 있다”는 사설에서 특히 나빠진 30-40대 고용사정을 다뤘다. 매경 사설은 “30·40대는 생애 중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며 정규직 일자리 비중도 높다”며, “이 연령대에서 고용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임금이 높은 `괜찮은 일자리`가 줄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매경은 “이들의 실직은 가계 경제 위기로 이어지고 내수 침체, 사회 불안 등 부정적 파급 효과 정도 또한 타 연령대에 비해 훨씬 크다”며, “세금을 더 걷어 민간 고용을 위축시키면서 이 돈을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에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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