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유독 북한에만 부드러운 트럼프의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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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유독 북한에만 부드러운 트럼프의 자화자찬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2.07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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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속’ 김정은 달래기…“즉흥적 양보 우려” vs "미국이 선물 내놓아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의회에서 한 국정연설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구체화했다.

 

“우리는 대담한 새로운 외교의 일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적 진전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 인질들이 조국으로 돌아왔고, 핵 실험이 멈췄으며, 15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가 한번도 없었다.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내 생각으로 지금쯤 우리는 북한과 중대한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고, 아마도 수백만의 인명이 살상되었을 것이다.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김 위원장과 나는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As part of a bold new diplomacy, we continue our historic push for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Our hostages have come home, nuclear testing has stopped, and there has not been a missile launch in 15 months. If I had not been elected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we would right now, in my opinion, be in a major war with North Korea with potentially millions of people killed. Much work remains to be done, but my relationship with Kim Jong Un is a good one. And Chairman Kim and I will meet again on February 27 and 28 in Vietnam."

 

이 대목만 잘라 놓고 보면, 이달말 베트남에서 열릴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우호적으로 열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시간 30분간 진행된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굴곡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했다. 그는 “나의 행정부에선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사과하지 않을 것”(Under my Administration, we will never apologize for advancing America's interests)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럽국가가 NATO에 무임승차하는 것에 이의를 걸어 방위비를 증대시켰고,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했다. 러시아가 중거리 핵전력 협정(INF)를 위반했으므로, 협정에서 탈퇴하고, 중국의 불공정무역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가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고 밝혔을 때, 국정연설에 참석한 군 장성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군인들이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을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럼프는 러시아, 중국, 유럽, 베네수엘라, 중동에 대해 강한 압박을 넣으면서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는 일단 김정은을 달래려는 것 같다. 1차 회담에서는 북한의 원칙적인 핵폐기를 이끌어 냈으니, 2차 회담에서는 구체적으로 뭔가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 /폭스 뉴스 캡쳐

 

7일자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가 국정연설에서 밝힌 미·북회담에 대한 논평을 내놨다. 조선·중앙·동아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채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우려했다. 이에 비해 한겨레와 경향은 북한보다는 미국이 경제제재와 체제보장의 선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비핵화 약속'없이 날짜부터 발표된 미·북 회담”이란 사설에서 회담 일정이 먼저 정해진 다음 회담 준비가 시작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선 사설은 “비핵화 세부 사항을 따지는 실무 협상은 피하고 즉흥적인 트럼프를 상대하려는 북한의 전략이 통한 것”이라며, “미·북 실무회담과 정상회담은 북으로부터 핵 폐기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한 실질적인 약속을 받아내야만 의미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韓美정상, 北-美 베트남 회담 앞서 ‘완전 비핵화’ 재확인하라”고 했다. 동아 사설은 “내년 대통령선거 재선을 준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 성과에 급급해 미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만 합의하거나, 주한미군 관련 문제도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협상 방식을 감안하면 ‘한국 패싱’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김정은에게 베트남 담판은 마지막 기회다”라고 했다. 중앙 사설은 “북한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협상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쏟아질 게 뻔하다”며, “이럴 경우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상황은 2017년 말의 위기로 되돌아갈 수 있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내심이 바닥 날 게 틀림없는 까닭이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북·미 정상 베트남서 2차 회담, ‘비핵화-평화체제’ 결실 맺길” 바란다면서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해 미국이 취할 조치”라고 보았다. 경향은 “미국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허용으로 대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며, “다자협의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평화체제는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의 안전판”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2차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관계개선’ 분명한 진전을” 기대했다. 한겨레 사설은 “2차 정상회담에선 핵·미사일 실험 유예를 뛰어넘는 북한의 주요 핵시설 폐기·검증 약속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과감한 관계 개선 노력을 서로 주고받는 게 꼭 필요할 것”이라며,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응하는 미국 조처로는 연락사무소 개설이나 종전선언, 제재 완화 등이 거론되는데, 이 중 핵심은 경제제재 완화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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