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 의혹 버지니아 주지사, 탄핵절차 밟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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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 의혹 버지니아 주지사, 탄핵절차 밟을까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2.03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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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앨범 사진 공개후 처음엔 인정, 하루만에 번복…민주당도 포기

 

주말을 맞은 미국이 버지니아 주지사의 대학시절 인종차별 사진 한 장에 시끌시끌하다. 인종차별 문제는 미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 중의 하나다. 그 이슈가 미국 독립의 진앙지 버지니아에서 재연된 것이다.

주인공은 취임 1년째를 맞은 버지니아 주지사 랠프 노덤(Ralph Northam, 59)이다. 의사 출신인 그는 젊은 시절에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2008년 정치에 입문하면서 민주당으로 출마해 주 상원의원, 부지사에 이어 주지사로 당선됐다.

 

▲ 1983년 이스턴 버지니아 의대 졸업앨범중 문제가 된 사진

 

금요일인 1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이스턴 버지니아 의과대학(Eastern Virginia Medical School)의 졸업앨범(yearbook) 가운데 한 페이지가 온라인에 올라왔다. 1984년 로덤이 의대를 졸업할 때 찍은 앨범 사진이었다.

온라인에 올라온 페이지엔 ‘Ralph Shearer Northam’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고, 4개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 1983년 이스턴 버지니아 의대 졸업앨범중 문제가 된 사진 /위키피디아

문제가 된 것은 미국 극우 인종차별 단체인 KKK(Ku Klux Klan) 의상을 입은 남성과 그 옆에 검은 얼굴로 분장한 또다른 남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검은 얼굴은 흑인을 희화한 모습이다.

누가 보아도 이 사진은 노덤 주지사가 35년전 의대생 시절에 인종적 편견을 가졌음을 보여주었다.

당황한 노덤 주지사는 온라인에 사진이 공개되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자신이 사진속 인물의 하나”라고 시인하고, "사진 속 장면을 연출하려고 한 결정에 대해, 그 결정으로 인해 받은 상처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고 밝혔다.

곧바로 민주당에서 사퇴 압박이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사퇴를 요구했고, 버지니아 민주당 지도자들이 사퇴를 종용했다.

 

하지만 다음날, 그는 입장을 번복했다.

토요일인 2일 그는 부인을 대동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가족들과 의논하고 친구들과 전화해 자세히 파악해 보니 사진속의 인물이 내가 아니었다”고 전날 발언을 뒤집었다.

동시에 그는 버지니아 주지사 자리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가 소속한 민주당이 더 격렬하게 그를 바닌하고 사퇴 압박을 강화했다.

그가 기자회견을 한지 몇시간 후 버지니아 주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마크 워너(Mark R. Warner), 팀 케인(Tim Kaine), 하원의원 로버트 스콧(Robert C. Scott) 3인이 성명을 내고 주지사직 사퇴를 요구했다.

공화당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도 트위터를 통해 논쟁에 끼어들었다. 트럼프는 "노덤에 맞서 버지니아 주지사에 출마한 에드 길레스피가 선거 전에 그 사진을 찾았다면 20 포인트 차이로 당선됐을 것"이라며, “노덤이 사진에 등장한 것을 사과한지 24시간 후에 내가 아니라고 했는데,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썼다.

미국 언론들은 의료 분야, 의과 대학에서 다른 부분보다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 /위키피디아

 

노덤의 주지사직 사퇴거부는 버지니아 뿐 아니라 워싱턴 정가에도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은 그를 포기했다.

2일 저녁,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버지니아 주지사에 오른 더글러스 와일더(Douglas Wilder)는 노덤의 사퇴를 요구했다.

노덤이 사퇴할 경우 그 다음은 저스틴 페어펙스(Justin Fairfax, 39) 부지사가 주지사를 맡게 된다. 페어팩스는 흑인이다. 그는 노덤이 사퇴를 거부한 직후 침묵을 깨고 성명을 냈지만, “우리는 버지니아 주민의 최대 이익을 위해 결정을 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가 끝까지 주지사직을 고집할 경우 마지막 남은 길은 주 헌법에 따른 탄핵절차다. 뉴욕타임스는 “노담이 현직을 고수할 경우 주하원이 이 문제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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