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는 왜 금괴를 옮기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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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마두로는 왜 금괴를 옮기려 할까?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2.02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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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진압용 군자금 마련 위해, 망명용, 경제난 해결용 등 다양한 해석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왜 금을 빼돌리려고 했을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시달리며 국가부도의 위기에 처한 경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권력에서 쫓겨나 해외로 망명할 경우 반정부 세력을 이끌거나, 혹은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가. 내전 상황에서 유일하게 현금화할수 있는 금을 활용해 반정부세력 진압을 위한 군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일수도 있다.

 

마두로 정권은 20톤의 금을 해외로 빼돌리려다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제재에 걸려 실패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20톤은 시가로 8억5,000만 달러에 해당한다.

앞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에 위탁하고 있는 금 12억 달러 규모를 인출하겠다고 요구했지만, 영란은행이 이를 거절했다. 미국의 제재가 있기 때문에 영란은행으로선 베네수엘라 보유 금을 이동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마두로 정권은 “영국이 영란은행에 있는 베네수엘라 금을 훔쳤다. 제국주의자들은 우리가 결코 포기히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는 아직도 8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상당량을 자국 중앙은행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일부를 빼내 우방국으로 이동시키려다 미국의 제재에 걸린 것이다.

미국의 제재 이전에 베네수엘라는 터키에 정제되지 않은 금 9억 달러 상당을 수출했다고 영국의 BBC가 보도했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두로를 강력하게 지지해 왔는데, 터키가 베네수엘라 금을 받아 정제한 이후 또다른 반미 국가인 이란에 넘겨줬다는 것이다.

러시아 언론에서는 러시아에 보관된 베네수엘라 금이 두바이로 옮겨져 달러로 교환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러시아엔 베네수엘라 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상황을 종합하면, 막바지에 다다른 마두로 정권이 국내외에 보관한 금을 터키·이란등 반미 국가로 이동시켜 달러로 교환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국제 정보망을 활용해 이를 파악하고 제지에 나서 상당한 양이 저지되고 있지만, 일부는 이미 터키로 이동했다는 관측이다.

이런 움직임에 미국 공화당 중진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누구든 베네수엘라 금을 운송하면 미국의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보좌관도 트위터 글에서 "마두로 마피아에 의해 베네수엘라 국민이 도난당한 금, 석유 또는 기타 베네수엘라 상품들을 거래하지 말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에서는 마두로 망명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러시아는 1960년대 쿠바 사태처럼 베네수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할수 없기 때문에 마두로가 후안 가이도의 반정부 세력에게 밀려 쫓겨나야 할 때 망명처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에서 권력 싸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시기에 마두로 정권이 최후의 수단인 금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으려는 시도에 미국의 치열한 첩보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 그래픽: 김현민

 

역사를 돌이켜보면 패망하는 정권이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금이었다.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 빠져 있다는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금괴 얘기는 유명하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 황제(차르)가 퇴위하면서 황실의 금을 시베리아 열차에 실어 어딘가로 이동시켰다. 때마침 반란을 일으킨 체코 군단이 이 열차를 장악했다. 체코 군단은 볼가강 중심도시 카잔에서 차르의 금괴가 실린 열차를 확보했다. 체코군단은 러시아 혁명에 반대하는 알렉산드르 콜차크(Alexander Kolchak)의 백군에게 이 금괴를 넘겨주고, 대신에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귀국 기차의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르의 금괴를 확보한 콜차크의 백군은 적군의 공세에 밀려 1920년 2월 시베리아 바이칼 호반으로 쫓겨났다. 그 고난의 행군에서 죽은 사람이 무려 70%였고, 살아남은 사람은 30만명 정도였다. 남쪽으로 쫓겨가던 백군들은 바이칼호 한가운데서 시베리아 폭풍한설을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모두 얼어 죽었다. 봄이 와 얼음이 녹으면서 동사한 시체들과 그들이 가져간 보물들도 함께 1,600m 호수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러시아에서는 500톤으로 추정되는 이 금괴를 찾아 탐사작업을 벌였으나, 아직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1949년 12월 8일,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은 마침내 중국 본토를 공산당에 내주고 타이완으로 철수한다.

장제스가 대만으로 건너갈 때 주목한 것이 금(金)과 문화재였다. 금은 나라가 망하거나 왕조가 몰락할 때, 항상 꿰어차고 도망하는 주요 물품이다.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처럼 장제스도 마지막 보루 타이완으로 퇴각하면서 금과 베이징 고궁박물관의 문화재를 이동시켰다.

자료가 분명치 않지만, 장제스가 본토에서 타이완으로 옮긴 금은 300만~500만 양(兩: 1양은 37.7 그램)이었다고 한다. 무게로는 113~115톤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이 막대한 금은 후에 타이완 달러를 발행하는 토대가 되었고, 망명 후 타이완 경제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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